어쩌다 찾아간 나폴리
5월 9일 수요일
로마로 돌아가는 날,
나폴리에서 오후 4시 30분 기차를 타면 된다. 낮 시간 동안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나폴리 구경을 하기로 했다.
폼페이 숙소의 부엌 창문으로 보면 폼페이 유적역이 보이고, 멀리로는 베수비오산이 보인다. 하지만 베수비오산은 늘 구름에 쌓여있는데, 어제 비가 제법 내려서인지 오늘은 유난히 구름이 가득하다.
1박에 58유로인 숙소이다. 좀 넓은 방에 더블침대가 하나 있고
구석에 싱글침대가 또 하나 있고
간단하나마 조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욕실이 있는 트리플룸이다. 폼나는 곳은 아니지만, 쾌적하고 가격대비 만족도가 아주 좋은 곳이다.
나폴리는 시티투어 버스를 타기로 했다.
치르쿰베수비아노를 타고 나폴리로 갔고, 나폴리 중앙역에 있는 짐 보관소에 짐을 맡겨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역 밖으로 나갔다.
판단 착오로 잠시 헛걸음을 한 후, 다시 중앙역에서 메트로를 타고 무니시피오 광장으로 갔고, 거기에서 시티투어 버스를 탔다.
시티투어 버스는 23유로, 역사중심지로 도는 A버스와 해변을 따라가는 B버스를 모두 탈 수 있다. 하나만 선택할 수는 없다.
우선 B버스를 탔다.
항구 쪽으로 가서 북쪽 해안을 따라 가는 코스다. 멋진 주택가로 간다.
나폴리를 세계 3대 미항이라고 누가 그랬지? 아주 오래 전에 나폴리 속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절대 아름다운 항구가 아니었다. 그런데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은 꽤 멋지다.
여기서도 베수비오산이 보이는데 역시 구름에 가려져 있다.
B버스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나폴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중간에 한 번 내려서 해변을 걸었다. 저 해변 쪽으로 뻗어 나온 요새도 입장이 가능하나 우리는 시간이 너무 없다.
무니시피오 광장으로 돌아왔다. 시간이 애매하여 점심은 천천히 먹기로 하고, A버스를 타기로 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씨커멓게 되어 있어서 오래된 것 처럼 보이는 누오보성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었다.
A버스. 시내 중심가를 달린다? 아니 천천히 움직인다.
제수 누오보 광장을 돌아서
단테 광장을 지나서
언덕 위에 있는 식물원으로 간다. 그런데 사고가 있었는지, 차들이 도대체 움직이지 않는다.
다시 투어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타콤도 지나면서 천천히 언덕 위 식물원 입구로 갔다. 거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뭔가 유명한 박물관이 있다더라.
거기에서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람들을 기다리며 한참 동안 서 있었다. 우리가 탄 투어버스에는 유난히 노인들이 많았고, 휠체어를 탄 사람도 있었고, 아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느렸다.
시간이 부족한 우리는 몸이 달았다.
우리가 내려올 무렵, 30분 후에 출발한 다음 투어버스가 올라오고 있었다.
투어 버스는 12개의 정류장에서 선다. 원하는 곳에서 내렸다가 타기를 할 수 있다.
9번 버스 정류장. 중앙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우린 내렸고, 중앙역까지 경보로 걸었다. 시간이 여유가 있었지만, 현근이 할머니는 노인의 특성대로 미리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걱정이 많으시다.
중앙역, 맡겨놓은 짐을 찾았다.
나폴리 피자를 먹기 위해 온 나폴리에서 피자는 구경도 못하고, 역 안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딱딱한 샌드위치로 늦은 점심을 때웠다.
우리 기차가 24번 플랫폼이라는 안내가 뜨자마자 기차 안으로 들어갔다. 1번 차량이어서 엄청 걸었다.
그런데, 안내하는 사람이 오더니 플랫폼 번호가 바뀌었단다. 10분 밖에 남지 않은 상황, 다시 거의 뛰다시피했다. 비지니스석인 우리 차량 근처에는 모두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어서 걷기가 힘들어 보였다.
23번 플랫폼으로 가서 고속열차를 탔다.
정신없이 달려 도착한 테르미니역.
역 바로 옆에 있는 호텔이어서 짐을 풀고 올리브를 사러 마트에 가는 길. 폭우가 쏟아졌다.
처마 아래에서 비 구경을 하면서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마지막까지 별 구경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