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야기/공연,전시 나들이

김세일이 노래하고 안남근이 춤을 춘 겨울나그네

그랑헤라 2022. 12. 4. 07:06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는 피아노와 노래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곡이다. 그러나  24곡 전곡을 듣는다는 것은 피아니스트와 가수의 역량에 따라서는 자칫 지루한 음악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힘들 수 있다. 테너 김세일의 겨울나그네라면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또다르 문제는 관객이다. 클래식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단조롭다면 단조롭다고 느낄 수 있는 70여분의 노래를 견디기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공연을 기획했을까?

겨울이 되니 '겨울 나그네'를 듣고 싶었고,  인터넷을 뒤지니 김세일과 안남근의 겨울나그네가 보였다. 문제는 장소가 안동이라는 것이다. 안동까지의 이동시간과 관광 정보를 찾으니 충분히 하루를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선택한 공연이었다. 

무대는 단순했다.  화면이 되고, 벽이 되고, 길이 되는 걸개천 10개가 무대 뒷면에 내려져 있었고 구석에 피아노가 있었고  반대쪽 약간 앞에는 작은 의자와 여행가방이 놓여있고 그 위로 둥근 유리 조명이 몇 개 걸려있었다. 엇갈려 걸려있는 걸개 사이를 천천히 걸어나온 김세일은  그 특유의 미성 그러나 단단한 목소리로 실연을 당한 젊은이를 노래했다. 네번째 곡 [동결]부터였나? 흰 슈트에 흰 하이힐을 신은 남자가 천천히 등장했고, 곡에 따라 감정을 표현했다. 김세일도 노래와 연기를 함께 하면서 춤과 조화를 만들어 냈다. 노래와 춤이 함께하는 공연. 신선한 기획이었다.

문제는 춤을 이해하는 데는 내가 그 방면에 문외한이라는 거였다. 남자 무용수가 하이힐을 신고 원피스를 입은 이유는 뭘까? 젠더리스를 말하려는 거야? 아니면 성소수자를 인정해 달라는 거야? 무용수의 복장 때문에 노래에 집중하기 보다는 자꾸만 춤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현대무용이라고 하지만 좀 쉽게, 나와 같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면 안될까?

공연을 본 후 먼 길을 달려 귀가하는 중에 일행이 한 마디 툭 던졌다. "오늘 공연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피아노 연주였어. 와, 너무 멋지지않았어?"   보는 이에 따라 해석도 느낌도 달라지는 것이 좋은 공연 아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