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28일 일요일
교통량이 많은 도로가에 있는 숙소이지만, 일요일 아침이라서 조용했다. 오늘 일정이 꽤 먼 거리라서 서둘러 출발했다.
룩셈부르크는 작은 도시국가라서 금방 시골길로 접어 들었고, 고속도로를 피하도록 입력한 네비게이터는 작은 시골 마을로 우리를 안내했다. 한적한 전원 마을, 그것도 일요일 아침에 달리니 여유만만이었다.
룩셈부르크에는 도로가에 있는 작은 마을을 거쳐 왔는데 프랑스로 들어가면서 부터는 유난히 넓은 들 사이를 달리게 되었다. 세 시간 정도를 달렸나? 넓지 않은 지방도를 달리니 속도도 나지 않고 마을에서는 30-50Km 정도로 달려야 하니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고속도로를 들어갔다.
독일의 고속도로와 달리 프랑스 고속도로는 유료였다.
"통행료는 어떻게 내지?" 꼼꼼한 김쌤은 완벽하게 공부를 해왔고 우리는 두 번 만에 마치 프랑스 사람처럼 톨케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프랑스 고속도로는 전부 민자인가봐요." 너무 비싼 통행료에 혀를 내두르며 불만을 토로했다.
파리 부근에서 꽤 복잡하긴 했으나 그래도 무사하게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도착했다. 주차에 대한 부담이 많아서 역 부근의 공공 주차장에 차를 놓고 조금 걸었고, 주린 배를 쥐고 모로코 식당으로 갔다.
내 영어 실력이 기본적으로 변변치 않았는데, 거기다가 스페인어를 배우면서 영어를 다 잊어버렸다. 음식 주문을 하는데 영 소통이 되지 않으니, 주문을 받는 시원시원한 언니가 유쾌하게 주문을 유도했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
고흐가 가쉐 박사의 권유로 들어와서 70일 정도 살았던 작은 마을. 그리고 이 마을에서 47년의 짧은 생을 스스로 마감했던 바로 그 마을이다. 빠리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당일로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마을 곳곳에는 고흐와 이 마을에서 처음으로 유명해진 화가인 도비니와 관련된 장소가 유적으로 보호되고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동생 테오가 보내준 많지 않은 생활비를 막 쓸 수 없어서 욕실도 없는 작은 방을 얻어 살았던 라부 연관은 레스토랑과 고흐 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고흐가 그림을 그린 장소에는 친철하게도 안내판과 설명서가 세워져 있었다.
오베르 교회 앞에서 이리 저리 서성이다가 묘지로 갔다.
마을 묘지 한쪽 벽면과 맞닿은 곳에 아이비의 질긴 덩쿨 줄기로 덮혀있는 고흐와 동생 테오의 소박한 무덤은 조용하게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미 수확이 끝난 들. 이 곳이 바로 고흐가 밀밭을 그린 곳이고 아마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위한 장소도 여기 였으리라. 이건 우리 집 근처의 모습과 비슷해서 걷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나, 이미 고흐와 동일시 하고 있는 김쌤을 말릴 수 없어서 쭐래쭐래 따라 갔다.
좁은 농로를 따라서 빠져 나오니 다시 교회로 가게 되었다. 해가 좀 더 넘어간 후의 풍경을 다시 한 번 둘러보고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떠났다.
숙소는 오베르에서 멀지 않은 세르쥐에 있는 올리바리우스 아파트였다. 커다란 새 건물이었고, 인테리어도 현대적이고 가격이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아침 식사도 포함되어 있는 10점 만점에 10점짜리 숙소였다.
오늘 길에 처음으로 주유를 하게 되었다. 어떤 것이 휘발유인지, 어떻게 주유를 하는지, 하물며 자동차의 주유구를 어떻게 여는지도 몰랐다. 허둥지둥거리는 우리가 안스러웠나보다. 주유하러 온 젊은 아줌마의 도움으로 첫 주유를 하게 되었다.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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