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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영화보기

컨택트

by 그랑헤라 2017. 2. 15.



컨택트. 

난 SF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E.T와 가타카 이외는 SF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이 영화,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 특히 자타가 인정하는 '지식인' 부류에 있는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SF영화로 보면 안된다고 했다. 그래? 그럼 나도 지식인의 범주에 들어가 볼까나?


헐! 영화를 보았으나 뭔가 개운하지 않았다. 그다지 심오한 이야기도 아닌데 깔끔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나 무식한 거야?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이해력이 떨어지는 거야?' 이 절망감을 어쩔거야.

다행인 것은 기승전결 정리가 깔끔한 언니 역시 혼란스러워 했다는 거다.


일단 시제가 문제다. 처음 시작할 때 루이스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라고 믿고 봤는데, 그래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헵타포스의 언어를 이해하면서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루이스가 본 미래 장면이 중간 중간에 끼어 있어서 자꾸만 헷갈리게 되었다. 


그 다음엔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두 가지 이론이다.

언어는 인간의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사피어-워프 가설이다. 당연한 이론이다. 난 우리 말과 발성 체계가 전혀 다른 언어를 오랫동안 해 온 사람은 구강구조도 바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물론 이 영화의 루이스처럼 불과 몇 일 동안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좀 웃기기는 했다.

페르마의 원리이다. 빛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생각하기 전에 자신의 최종 목적지를 결정한다. 이게 뭔 말이야.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나에게는 왜? 왜 그런 생각을 하는데? 라는 의문이 든다. 그래서 학창 시절의 내 물리 성적은 늘 D 였다는 거.

나도 안다. 루이스가 자신의 미래가 어떤지 뻔히 알면서도 그 길을 선택했다는 것, 나 역시 그랬을 것이라는 것. 그런데 이걸 페르마의 원리에 끼워 맞추는 것은 좀 억지인 듯.

이 두 이론은 영화를 보고 난 후에 혼란스런 내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찾아 본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상당히 몰입이 잘 되었다. 흥미로웠고, 공감을 했다. 

그러나 외계인, 아니 나와 다른 존재나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 들일 때 상대방을 이해하고 서로 소통하라는 것. 이 단순하고 당연한 이야기를 참 어렵게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 이 영화의 원제는 'ARRIVAL'이다. 난 원제가 훨씬 마음에 든다. '컨택트'라고 하면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것을 나에게 마구 주입하는 느낌이다.  마주보고 소통하라니까!!! 라고 잔소리하는 엄마가 생각난다. '어라이벌'이라고 하면 나에게로 서서히 오는 무언가에 대해 내 행동을 주체적으로 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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