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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북수다238

여자들의 왕 높은 탑에 공주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지만, 잠시만 더 이대로 머무르자고 공주는 결심했다. 탑의 아래쪽은 언젠가 국경 지방의 숲 속처럼 너무 깊고 깜깜했다. 그러나 이 탑을 나간다고 해도 '자신이 왔던 세계'의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 공주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이어진 것은 죽지 않는 한 풀 수 없고, 그리고 유모가 보고 싶었기 때문에, 공주는 조금만 더 머무르기로 했다. 잠시만 더, 이대로 아무 데도 가지 않고, 그 누구와도 이어지지 않은 채, 지금처럼 이 높은 탑의 창턱에 상처 입은 손을 감싸 쥔 채 혼자 앉아서, 잠시만 더, 마음이 다시 한 번 어딘가를, 누군가를 원할 때까지. 다시 삶을 살고 싶어질 때까지. 달빛 아래 기사와 매듭이 풀어지지 않고 떨어진 공주가 흘린 피로 마법에서 풀린 기사.. 2023. 8. 20.
죽은 자의 꿈 정보라는 이 소설이 폭력과 죽음의 이야기라고 했다. 본인이 대학생이던 야만의 20세기 말에 실제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상황, 아무 상관이 없는 여러 가지 다른 사건과 장면들이 조각조각 모엿서 하나의 소설이 완성되었다고 했다. 죽은 자의 꿈 ---- 죽은 자가 나타나는 꿈인지 죽은 자가 꾸는 꿈인지 혼란스럽다. 나는 제목만 읽고는 죽은 자가 꾸는 꿈이라고 해석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죽은 자(문석)이 나타나는 꿈이라는 것이 더 타당했다. 문석이 나타나는 꿈을 꾸는 태경이 주인공이고 태경의 이야기를 성연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책이다....라고 처음에는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읽고 나니 죽은 자가 꾸는 꿈이다. 억울하게 죽은 자들은 억울함을 푸는 것이 그들의 꿈이다. 그리고 살아있.. 2023. 8. 15.
내 아버지의 집 스페인어 동아리를 마친 후 시원한 도서관에서 시간을 더 보내기로 했다. 스페인 문학 서가에서 서성거리다 발견한 책, 내 아버지의 집 원제는 그냥 La Casa 그림도 예쁘고 내용도 잔잔하고 스페인어로 된 책을 갖고 싶다. 2023. 8. 15.
저주토끼_ 정보라 작가의 말 원래 세상은 쓸쓸한 곳이고 모든 존재는 혼자이며 사필귀정이나 권선징악 혹은 복수는 경우에 따라 반드시 필요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필요한 일을 완수한 뒤에도 세상은 여전히 쓸쓸하고 인간은 여전히 외로우며 이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쓸쓸하고 외로운 방식을 통해서, 낯설고 사나운 세상에서 혼자 제각각 고군분투하는 쓸슬하고 외로운 독자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 그것이 조그만 희망이다. 저주토끼 "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할아버지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에게 저주토끼를 안겨줘야해. 머리 말을 마치고 젊은 그녀는 늙은 그녀에게 다가섰다. 젊고 억센 손이 늙은 어깨와 목을 붙잡았다. 젊은 그녀는 늙.. 2023. 7. 30.
추락 - 초반에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뻔한 결말이 명확해서 당황했다. 제목 역시 추락...그렇다면 무슨 반전이 있겠지라는 기대가 있었다. 결국 초반의 사건의 아파르타 헤이트 정책이 끝나가는 부분이었던 것이다. 이건 정치적인, 사회적인 소설이었어. - 현재시제 문장을 사용한다. 8 - 소라야는 침대에ㅓ 호들갑스러운 타입이 아니다. 사실 그녀는 기질적으로 오히려 조용한 편이다. 조용하고 고분고분한 그녀의 생각은 놀랄 만큼 도덕적이다. 그녀는 해변에서 젖가슴 - 그녀는 '젖퉁이'라는 말을 쓴다 - 을 드러내놓는 관광객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녀는 거지들을 잡아다가 도로 청소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녀가 생각과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키며 사는지 묻지 않는다. 9 - 그것은 그의 기질이다. 그의 기질은 바.. 2023. 7. 1.
장마, 윤흥길 7P - 비는 분말처럼 몽근 알갱이가 되고, 때로는 금방 보꾹이라도 뚫고 쏟아져내릴 듯한 두려움의 결정체들이 되어 수시로 변덕을 부리면서 칠흑의 밤을 온통 물걸레처럼 질펀히 적시고 있었다. - 동구 밖 어디쯤이 될까. 아마 상여를 넣어두는 빈집이 있는 둑길 근처일 것이다. 어쩐지 거기라면 개도 여우만큼 길로 음산한 울음을 충분히 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 하늘밥도둑 = 땅강아지 13P - 안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밖은 거 껌검했다. 걸음을 옮길 적마다 누린내 풍기는 축축한 털북숭이가 양쪽 가랑이 사이로 척척 감겨들었다. 워리 녀석이 자꾸만 낑낑거림 뜨뜻한 혀로 손바닥을 핥았다. 안에서 생각했던 것보다도 빗방울이 더 굵었다. 15P - 아버지는 일부러 쥐어짜내듯이 온몸에서 물방울을 뚝뚝 떨어뜨.. 2023. 5. 24.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 "한 시간 전에, 작업 중이던 대규모 관현악곡의 2악장을 마쳤습니다. 레닌그라드를 위협하는 전쟁과 위험에도 불구하고 1악장을 빠르게 마쳤습니다. 내가 왜 이 사실을 여러분에게 말할까요? 그것은 지금 라디오를 듣고 있는 레닌그라드 인민들이 우리의 도시에서 삶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쇼스타코비치 17P 이 책은 마이크로필름과 비밀경찰 이야기, 고안주의자들과 자본주의자들의 이야기, 패배한 전투와 승리를 거둔 전쟁의 이야기이다. 유토피아 꿈이 디스토피아로 바뀐 이야기,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와 그가 사랑했던 도시 레닌그라드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음악의 힘과 의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은밀한 메시지들과 에두르는 말의 이야기, 암호로 작동하는 음악의 이야기,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 2023. 5. 5.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57. 넌 중요하지 않아, 그러니 너 좋은 대로 살아. 다른 사람들도 중요하지 않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이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라. 룰루 아버지 190. 당신의 가계도:데이비드 스타 조던 - 교육은 결코 유전을 대체하지 못한다. 아랍의 속담 - 아버지가 잡초이고 어머니도 잡초인데 딸에게 사프란 뿌리가 되기를 기대하는가? 222. 우리는 중요하지 않다. 이것이 우주의 냉엄한 진실이다. 우리는 작은 티끌들, 깜빡거리듯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우주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들이다. 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이 진실을 무시하는 것은 정확히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우월성에 대한 터무니없는 믿음 때문에 자신은 상상할 수 없는 폭력을 저질러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 2023. 4. 20.
곧 죽을 거니까 미망인 - 아직 죽지 않은 사람 이와타로 - 이름의 의미 2023. 4. 16.
사랑을 위한 과학 1990년도 초반의 책 사람들이 가장 깊숙한 내면의 비밀을 들어내는 것이 이 책이 목적 어머니와 자녀간의 애착,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다룬 책 뇌:파충류의 뇌(척수, 연수) 생명유지, 변연계(해마, 뇌궁, 편도) 감정과 신체감각의 통합, 신피질: 말하기 쓰기 계획등 논리적 인지적 활동 변연계의 기능 - 1. 감각 정보를 수집해 감정과 연관된 것을 여과하고, 뇌의 다른 부위로 보내는 일을 함. 커뮤니케이선과 신체적응을 통해 마음을 나누고 애착이 형성되며 감정의 전염이 일어남. 2. 조정 - 외부와의 소통과 이를 통한 변화는 신경 발달에 영향을 줌 3. 교정 - 사랑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잇는 것은 사랑이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어 변연계가 교정되기 때문이다. 1. 과학이 사랑을 만나다 행동주의 인지심리학.. 2023. 3. 30.
엄마의 영화관 . 2022. 3. 17.
데카메론 일 년 전,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 토론도서로 추천되었을 때, 우리가 상황에 맞지 않는 책을 읽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의 예상은 빗나갔고, 우리는 여전한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피렌체에 창궐한 페스트를 피해서 근교에 있는 별장으로 간 10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 열흘 동안 들려준 100편의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그 이야기들은 빈틈 없이 맞물리는 구조의 이야기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지루할 만큼 단순하여 중간 중간 건너뛰고 읽었지만, 보카치오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생각하면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함을 안다. 난 이 책이 1400페이지 가까운 두꺼운 분량임에 놀랐고, 중세말에 수도원과 수도사들을 신랄하게 까는 내용에 놀랐고, 재난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에게 먼저 온다.. 2021.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