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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북수다

죽은 자의 꿈

by 그랑헤라 2023. 8. 15.

정보라는 이 소설이 폭력과 죽음의 이야기라고 했다.  본인이 대학생이던 야만의 20세기 말에 실제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상황, 아무 상관이 없는 여러 가지 다른 사건과 장면들이 조각조각 모엿서 하나의 소설이 완성되었다고 했다. 

 

죽은 자의 꿈 ---- 죽은 자가 나타나는 꿈인지 죽은 자가 꾸는 꿈인지 혼란스럽다. 나는 제목만 읽고는 죽은 자가 꾸는 꿈이라고 해석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죽은 자(문석)이 나타나는 꿈이라는 것이 더 타당했다. 문석이 나타나는 꿈을 꾸는 태경이 주인공이고 태경의 이야기를 성연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책이다....라고 처음에는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읽고 나니 죽은 자가 꾸는 꿈이다. 억울하게 죽은 자들은 억울함을 푸는 것이 그들의 꿈이다. 그리고 살아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억울함을, 비록 그들이 죽었을지라도, 밝혀 주어야 한다. 그전에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해야 한다.

2012년에 출판된 책이다. 대학시절에 봤던 성폭행 사건과 10년 뒤의 할머니의 죽음과 친한 친구의 괴로운 일 등이 얽힌 이야기라고 했지만 또 따른 억울한 죽음이 있었던 사회적 사건을 있었을 것 같다. 

 

23. 모든 욕망은 평등하다. 그가 나를 원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가 욕망하는 부차적인 행동들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는 없다. 아무 느낌도 없는 것보다 때로는 아픈 쪽이 낫다. 격렬하게 아플 때도 있고 그다지 아프지 않을 때도 있다. 감각은 어쨌든 감각이다. 감각이란, 살아 있는 사람만이 느끼는 것이다. 

 

113. 태어났을 때 나는 죽어 있었다. 어머니는 일반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관습에 따라 살아 있는 어떤 것과 함께 나를 마당에 묻었다. 며칠 뒤에 나는 싹을 틔웠고 어머니는 물을 주었다. 그렇게 나는 햇볕과 비와 바람을 맞으며 자라났다. 그러다가 다섯 살이 되었을 때 나는 뿌리는 뽑았다. 드디어 내 힘으로 마당의 흙을 헤치고 걸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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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채로 태어났다가 살게 되었다는 이유 때문에 내 삶은 완전한 자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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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다른 모든 면에서도 나는 보통 사람들처럼 살아갔다. 자신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보통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법을 애써 배웠다. 그러나 '살아가는 것'이 정말로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비와  바람과 햇볕을 받아 죽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 생존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으나 생명이 무엇인지,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낄 수 없었다. 

들은 바에 따르면 인간의 삶이란 희로애락과 오욕칠정의 물결이 떠오르고 가라앉는 격랑의 바라와도 같다고 했다. 그런 것이 삶이라면 내 삶은 진정한 삶이 아니었다. 삶은 내게 냉담했고 나 자신도 삶에 무관심했다. 나는 죽이 않는 채로 생존해 있었지만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았다. 그것도 그것대로 나쁘지 않았다. 나는 서늘하고 평온했다. 

 

355. 죽은 남자는 사람을 잘못 보았던 것이다. 상대가 여자라는 이유로, 여자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고 얕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얕보았기 때문에, 상처 입은 사람들은 절박해진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356. 살인은 분명 범죄다.....죽은 남자의 아내가 몸을 돌렸을 때 그는 등에 묻은 작지만 또렷한 검은 얼룩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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