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반에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뻔한 결말이 명확해서 당황했다. 제목 역시 추락...그렇다면 무슨 반전이 있겠지라는 기대가 있었다. 결국 초반의 사건의 아파르타 헤이트 정책이 끝나가는 부분이었던 것이다. 이건 정치적인, 사회적인 소설이었어.
- 현재시제 문장을 사용한다.
8 - 소라야는 침대에ㅓ 호들갑스러운 타입이 아니다. 사실 그녀는 기질적으로 오히려 조용한 편이다. 조용하고 고분고분한 그녀의 생각은 놀랄 만큼 도덕적이다. 그녀는 해변에서 젖가슴 - 그녀는 '젖퉁이'라는 말을 쓴다 - 을 드러내놓는 관광객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그녀는 거지들을 잡아다가 도로 청소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녀가 생각과 현실을 어떻게 조화시키며 사는지 묻지 않는다.
9 - 그것은 그의 기질이다. 그의 기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 그의 기질은 고착되어 있다. 기질과 두개골은 몸에서 가장 딱딱한 두 부분이다. 기질을 따르라. 그것은 철학이 아니다. 그는 그것을 그렇게 고차원적으로 만들 생각은 없다. 그것은 베네딕트회의 법칙처럼, 하나의 법칙이다.
24 - 시란 처음 읽었을 때 마음이 끌리지 않으면 안 돼. 계시와 반응의 섬광이랄까. 번개처럼, 그리고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35 - 서곡의 6장, 알프스 산 속의 시인
또한 우리는 벌거벗은 능선에서
몽블랑 정상의 베일이 열리는 걸 처음 보았네.
그리고 다시는 있을 수 없는
살아있는 생각을 침해하는 영혼없는 이미지가
눈에 깃들는 걸 서글퍼했네.
찬탈이라는 주제는 알프스 연작 중 가장 심오한 주제 중 하나입니다. 마음 속의 위대한 원형들과 순수한 생각들이 단순한 감각적 이미지에 찬탈당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감각적 경험에서 유리된 채 순수한 관념의 영역 속에서 일상적 삶을 살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리얼리티의 무차별적인 살육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상상력을 순수하게 유지하느냐, 하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가 양쪽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41 - 강간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철저히 원하지 않는 것. 여우의 이빨이 목을 물어뜯으려고 할 때의 토끼오 같이 그것이 진행되는 동안 축 늘어져 죽어 있기로 결심한 것처럼, 그래서 그녀에게 행해지는 모든 것이 멀리서 일어나는 일인 것처럼.
51 - 그는 정말 어떻게 할 것인가? 그의 차를 그렇게 한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분명했다. 분명히 올 것이 더 있다. 그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를 악물고 당하는 것 외에 무엇이 있을까?
93 - 개들과 총, 오븐 속의 빵과 흙 속의 농작물. 도시 지식층인 그와 그녀의 어머니가 시대를 역행하는 억세고 젊은 개척자를 낳다니 신기하다. 하지만 그녀를 낳은 것은 어쩌면 그들이 아닐지 모른다. 어쩌면 역사가 더 큰 몫을 했을지도 모른다.
118 - 일어서서 뜰로 나간다. 강아지들은 그를 보자 좋아라 한다. 그들은 낑낑대며 앞뒤로 왔다갔다 한다. 하지만 늙은 불독 암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그는 암캐 우리에 들어가서 문을 닫는다. 그 개는 머리를 올려 그를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늘어뜨린다. 늙은 젖꼭지가 축 늘어져 있다. 그는 쭈그리고 앉아 개의 뒷덜미를 간질인다. 그가 속삭인다.
"우리는 버림받은 걸까?"
그는 콘크리트 바닥 위에 있는 개 옆에 몸을 뻗고 눈는다. 위에는 창백한 푸른 하늘이 있다. 그의 수족이 늘어진다.
-----중략
가엾은 케이티는 슬퍼하고 있어요. 아무도 자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그런데 아이러니컬한 것은 기꺼이 그 어미와 같이 살 새끼들이 이곳저곳에 많다는 사실이예요. 하지만 그들에게는 어미를 초대할 권한이 없어요. 그들은 가구의 일부이며, 경보시스템의 일부에 불과하니까요. 그들은 우리를 신처럼 대하는데, 우리는 그들을 물건으로 취급하죠. 그
147 - 그는 스스로에게 이른다. 이것은 매일, 매 시간, 매 분, 이 나라의 모든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살아 있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라. 이 순간 속력을 내며 달리는 차 안에 포로로 잡혀 있거나 머리에 총알이 박혀 협곡 밑에 쳐박히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라. 루시도 다행이라 생각해라. 특히 루시가.
어떤 것을 소요하는 것에 따르는 위험. 차 한대, 구두 한 켤레, 담배 한 보루. 너무 많은 사람들에 너무 적은 물건들. 모든 사람이 하루 동안 행복할 수 있도록 , 모든 게 순환되어야 한다. 그것이 이론이다. 이론을 따르고, 이론이 주는 위안을 따르고, 인간의 사악함이 아니라 거대한 순환 시스템일 뿐이다. 동정이라 두려움은 그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과 아무 관련도 없다. 그런 식으로 이 나라의 삶을 바라봐야 한다. 그런 도식적인 방식으로 그걸 바라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이다. 차들, 구두들, 그리고 여자들. 그 시스템 안에는 여자들과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위한 자리가 있어야 한다.
163 - 단순한 여파겠지. 침략의 여파겠지.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조금 지나면 몸은 저절로 치유가 되고 그 속에 사는 영혼인 나는 다시 나의 옛 자아는 찾겠지. 하지만 그는 그게 진실이 아니라는 걸 안다. 삶에 대한 즐거움이 꺾여버렸다. 시냇물 위에 떠 있는 하나의 나뭇잎처럼, 산들바람에 날리는 한 알의 민들레 씨앗처럼, 그는 종말을 향해 떠내려 가지 시작했다. 그는 그것을 분명하게 본다. 그것의 그를 절망감 - 이 말은 그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으로 채운다. 생명의 피가 그의 몸을 떠나고 있고 절망감이, 가스처럼 색깔도 없고 맛도 없고 영양도 없는 절망감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칼날이 목에 닿는 순간조차, 그것을 들이마시고, 수족의 긴장을 풀고, 더 이상 상관하지 않는다.
176 - 그렇다 하더라도, 그는 페트루스를 대하면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경계를 하긴 하지만, 그를 좋아할 준비가 되어 있다. 페트루스는 많은 걸 경험했을 것이고, 틀림없이 할 얘기도 많을 것이다. 그는 어느 날, 페트루스의 이야기를 듣는 걸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영어라는 언어에 제한을 받지 않았으면 싶다. 그는 점점 더, 영어라는 언어가 남아프리카의 진실에 부적합한 언어라는 걸 확신하게 된다. 영어 문장들은 무덤덤하고 두루뭉숧져서 발음과 표현성, 명확성을 잃어버리게 됐다. 진흙 속에 묻혀 소멸되어 가는 공룡처럼, 그 언어는 굳어 버렸다. 페트루스의 이야기는 영어라느 ㄴ틀에 넣으면 노화되고 지나가버린 일이 될 것이다.
밀레니엄 시대가 된다고, 컴퓨터에 오작동이 있을 거라고 모두들 걱정하고 있던 1999년에서 2000년 사이의 겨울방학 동안에 나는 호주로 여행을 갔다. 호주를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여행이었고, 마지막 도시가 서쪽에 있는 퍼스였다. 퍼스에 뭔가 유명한 볼거리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외진 곳이라 여행객이 찾지 않는 곳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퍼스를 떠나는 공항 내에서 였는지 비행기 옆좌석이었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노부부와 인사를 한 기억이 있다. 그들은 출산한 딸을 보기 위해 요하네스버그로 간다는 것이었다. '서양 사람들은 역시 글러벌하구나. 가족이 요하네스버그에도 산다니...'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정보로 추측해보면 : 그들은 만델라가 정권을 잡았을 그 무렵 남아공에서 호주로 이주한 사람들 중에 하나였을 가능성이 있다.
181 - 그의 눈은 놀랍게도 빨리 나아가고 있다. 루시는 호전되지 않는다. 그는 날마다 여기서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
216 - 습관은 사람을 굳어지게 만든다.
253 - 어쩌면 가끔씩 추락하는 것도 우리에게 좋은 일인지 모르지요. 부서지지만 않는다면요.
261 - 당신은 마침내 사과를 했습니다. 나는 그게 언제 나오나 궁금했습니다. 당신은 미안하며, 당신에게 서정적인 게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한테 서정적인 게 있었다면, 우리가 오늘과 같은 위치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는 발각이 되면 미안해 합니다. 그러고 나서야 아주 미안해 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미안해 하는 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거기서 어떤 교훈을 얻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미안하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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