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일 일요일
폼페이로 이동하는 날, 384km, 짧지 않은 거리다.
숙소인 '알리스네 정원'의 아침 식사는 간단하다. 그러나 빵맛이 좋다.
주인 아줌마는 정원 가꾸기도 잘하고 집도 예쁘게 잘 꾸민다. 그런데 엄청 정신이 없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한 번 말하면 끼어들 수가 없다.
영업은 잘 안되는 것 같다. 어제는 손님이 한 팀 더 있는 것 같더니 오늘 아침도 우리 둘 뿐이다.
마지막으로 정원 사진을 찍고 아주머니와 격한 볼뽀뽀로 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섰다.
미니메트로, 이탈리아 중부의 언덕 위 도시들은 나름대로의 이동수단이 있는 것 같다. 페루자의 미니메트로는 중앙역에서 언덕 위 반대쪽까지 다니는 한 량 짜리, 건빵처럼 생긴 전철이다.
우리 숙소가 미니메트로 마지막 역인 핀체토 근처여서 역으로 갈 때 이용했는데, 타고 있으면 그냥 웃음이 난다. 예뻐서.
메트로가 방향을 바꾸는 방법이다.
미니메트로를 타고 중앙역에서 내리면 플래폼으로 바로 가는 길이 있다. 한 100m 정도는 걸어야 한다.
페루자역, 로마로 가는 기차를 일찌감치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가 탈 기차는 Regionale로 국내선 일반 기차다.
내부는 깨끗하고, 안락하다. 이탈리아에 도둑이 많다는 말에 캐리어를 좌석 옆에 놓았다. 밖에 있는 짐 놓는 공간에 놓자니 불안하고, 위로 올리자니 무겁고.....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서 다행이다.
어제 갔었던 아씨시 역도 지나고,
한적한 시골도 지나고,
푸른 들도 지나고,
또 한가해 보이는 농가도 지나고,
포도 농장도 지나고,
역이란 역은 모두 서고,
산 꼭대기마다 있는 중세도시들도 지나는데,
역 이름을 보니 트레비라는 도시란다.
크거나 작은 산 꼭대기 중세 도시들은 계속 나타나고,
철길 주변에 핀 양귀비도 지나가고,
끝없이 이어진 시골 길도 가로지르고,
그렇게 그렇게 점점 로마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로마 테르미니역에 도착했다.
맥도널드 햄버거로 점심을 먹고 나폴리로 가는 기차를 타러 플랫폼으로 들어갔다. 이번에 탈 기차는 고속열차(AV) 프레시아로싸이다.
이번엔 과용을 했다. 비지니스석이다. 그것도 조용히 가야하는 실렌시오칸, 좌석이 모두 20개 정도 있었는데 손님은 우리 둘 뿐이다. 실렌시오칸에서 마음대로 떠들 수 있다.
좌석도 좋은데 커피와 과자를 서비스로 준다. 좋다.
계속되는 푸른 자연. 이탈리아가 생각보다 산이 많다. 기차가 빨라서 그런지 사진을 찍기가 더 어렵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나폴리 중앙역에 도착했다.
폼페이로 가기 위해서는 치르쿰베수비아노를 또 타야한다. 중앙역에서 안내판을 따라 가다보니 치르쿰베수비아노 매표소가 나왔다.
특별하게 친절한 매표소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플래폼으로 내려갔다.
아, 여기를 가리발디역이라고 하는구나. 책에서만 보고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기차가 요란하다. 가이드북에는 치르쿰베수비아노는 사철이라고 하는데 사철이 뭐야? 개인소유? 주요한 철도에서 벗어난 노선이라 사철? 아니면 일년 내내 다녀서 사철? 한자로 써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
기차는 좀 허술한데, 그래도 쓰레기도 없고 쾌적하다.
달리는 중간에 기차가 멈췄다.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기관사인지, 기술자인지 두 사람이 왔다 갔다 하더니 다시 출발했고, 무사히 스카비 폼페이 역에 도착했다.
폼페이 유적지 바로 앞에 있는 기차역, 그 기차역이 보이는 곳에 우리 숙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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