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토요일
천주교 신자에게 아씨시는 특별한 곳이란다. 난 그걸 알지 못했고, 여행을 준비하면서 카톨릭 신자인 어르신을 위해 특별하게 계획한 곳이 아씨시이고 그래서 머물게 된 페루자이다.
아씨시로 가는 날. 구글맵에는 플릭스버스와 기차로 가는 방법이 떠 있으나, 주인 아주머니는 기차로 가라고 강력하게 권했다.
이탈리아에서 기차를 탈 때, 티켓을 사고, 그냥 기차를 타면 안된다. 반드시 이 기계에 펀칭을 해야 한다. 티켓을 살 때도 경고 메시지가 뜬다. 기차에서 검표를 하는 경우에 펀칭을 하지 않으면 엄청난 벌금을 내야 한단다.
드디어 기차가 들어온다. 생각보다 승객이 많다.
색다른 기차다. 멋지다. 아씨시까지는 25분 정도 걸리는데 가격은 2.65유로이다. 완전히 싸다.
아씨시 역에서 내려 C버스(트렌이탈리아 마크가 있는 큰 버스)를 타고 역사지구로 들어가는 길에 밀밭인지 양귀비밭인지 모를 아름다운 들판이 종종 나타났다.
버스는 산프란체스코 문과 가까운 광장에서 사람들을 쏟아냈다. 구불거리는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바로 성당이다.
헐, 엄청난 규모의 성당이다.
속세를 버리고 금욕적인 생활을 했다고 해서, 그리고 가이드북에서 본 사진도 조그만 성당이었기 때문에 눈 앞에 나타난 규모가 큰 성당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내부는 사진 촬영을 강하게 금지하고 있다. 어떤 성당에서는 몰래 몰래 찍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여기는 없다.
성당은 장식을 자제한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전체적으로 어둡다.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금욕적이고 자아성찰적인 특징이 잘 나타난다.
성당 제단 뒤쪽에 계단이 있어서 올라가 봤더니 또 다른 공간이 나타났다. 거기에 upper 성당이 있다고 써 있었다. 이건 뭐지?
사람들을 따라 윗성당으로 들어갔다. 깜짝 놀랐다. 더 멋진 곳이 나타났다.
조토의 벽화로 더 유명한 상부성당이라고 책에 써 있었다. 이 곳은 고딕양식이란다. 어르신의 책에 프레스코화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다. 프란체스코 성인의 일대기가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내용을 확인하면서 천천히 보았다.
어르신은 미사로 참가하러 내려갔고, 난 밖으로 나왔다.
바로 여기다. 내 가이드북에 나온 소박한 모습의 성당. 윗성당 밖에는 잔디 정원이 있고 잔디 정원 맞은편에서 보면 참 소박한 모습이다.
그런데 이 고개숙인 말과 기사는 누구?
윗성당 잔디정원 난간에 앉으면 아씨시의 평원이 시원하게 나타난다. 오늘은 비도 멈추고 구름도 멋지다.
아씨시 중심으로 가려면 좀 더 언덕을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윗성당 입구의 스테인드글라스의 외부 모습이다. 참 예쁜데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밖에서만 찍어봤다.
다시 윗성당으로 들어가서 더 높은 곳에 있는 출구로 나왔다. 내려오면서 보는 수도원의 내부 정원이다.
2층 회랑에서는 지진과 관련된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골목 골목을 따라서 중심가로 갔다.
집집마다 중세풍이 강한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꼬뮨 광장. 난리 법석이었다. 관중석이 만들어져있고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나름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루피노 대성당 광장. 멀리 언덕 위에 로카 마조레가 보였다. 저기도 가 봐야지.
이번 주말이 아씨시의 축제란다. 깔렌디마죠 축제란다. 마죠? 5월? 봄맞이 축제인가? 주민들은 모두 애나 어른이나 심지어는 갓난아기까지 모두 중세풍의 옷을 입고 다닌다.
18유로짜리 세트 메뉴로 호객하는 아주머니를 따라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분위기도 맛도 괜찮은데 인적이 많지 않은 골목 속에 있어서 손님이 없는 식당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오니 중세풍 주민들이 더 많아졌다.
4시부터 퍼포먼스가 시작이란다. 어르신은 꼬뮨광장 주변을 구경하고, 난 로카마죠레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좁은 골목을 계단으로 따라 약간 힘들게 올라가면 된다.
생각보다 규모가 큰 요새가 나타났다.
6유로의 입장료를 내고 요새 내부로 들어가면 박물관이다. 봄맞이 축제에 관련된 물품과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좁은 달팽이계단을 따라서 올라가면 3층 꼭대기에 좁은 테라스로 나갈 수 있다. 거기에서는 270도 정도의 전망을 매우 멀리까지 볼 수 있다.
바람이 엄청 쎈 날이다.
서둘러서 내려왔다.꼬뮨광장으로 가는 길이 다 막혔다. 어르신을 만나기로 한 곳이 광장 구석이었는데 들어갈 수가 없다.
헐, 아무리 사정을 말해서 바리케이트를 지키는 어린 여자아이에게는 융통성을 바랄 수 없을 것 같았다. 다른 골목으로 가니 나이가 좀 있는 경찰이 지키고 있었다.
"우리 엄마가 저 안에 레스토랑에 있다. 거기서 만나기로 했다. 들어가야 한다."
처음에는 티켓이 없는 사람은 안된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들어가라고 했다.
엄청 많은 사람들 속에서 다행히 어르신을 만났다. 그리고 서둘러서 광장 밖으로 나왔다.
나오는 길에 촬영은 쉬지 않았지. ㅎㅎ
우리도 적당한 골목에 자리를 잡았다. 광장에서 좀 거리가 있는 곳이어서 행렬의 끝부분인 천사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천사로 분장한 여자아이들은 치마를 휙휙 걷고부치고 다니고, 콜라를 마시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또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래도 얼굴엔 짜증을 내거나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다.
키아라 성당 앞 광장 쪽 길은 축제의 분위기보다는 관광의 분위기였다.
축제행렬에 참가하지 않는 주민들도 모두 이렇게 중세 복장으로 다닌다.
C버스를 타기 위해 마테오티광장을 찾아갔다. 가는 길이 엄청 묘했다. 루피아 성당 뒤로 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로마유적 위로 있느 는 터널을 지나서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더니 주차장과 작은 광장이 나타났다.
자동차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은 이 곳에 주차를 하나보다.
작은 버스 기사기 버스티켓을 사는 곳도 알려주고 비를 피해 잠시 자기 버스에서 기다리란다. 우리가 탈 버스는 큰 버스란다. 참 친철한 이탈리아인이다.
다시 아씨시역, 근처에 있는 산타 마리아 델리 안젤리 성당은 포기했고, 5시 20분 기차를 타고 페루자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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