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에 네덜란드의 지배로부터 독립한 인도네시아는 우리 나라와 흡사한 전후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65년 수하르트 장군이 공산주의자들의 반란을 무력으로 진압하며, 노조원, 화교, 지식인 등을 공산주의자란 이름으로 100만 명 넘게 살해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40년 후, 대학살을 주도한 사람들은 권력과 부를 가지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자신들의 과거 행동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자신들의 위대한 학살의 업적을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이 들어오고 대학살의 리더 안와르 콩코와 그의 친구들은 들뜬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연기를 하며 살인의 재연에 몰두한다.
촬영이 진행되면서 그들은 조금씩 깨닫게 된다. 자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구역질나는 것이었는지....
엔딩크레딧에는 수많은 'Anonymous'가 올라간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영화제작에 참여한 인도네시아의 현지 스태프들과 현지 NGO단체, 변호사, 교수 등 많은 사람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처리했단다.
이 영화는 우리 나라를 배경으로 한 영화라고 해도 된다. 언론이 조작을 하고,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놓고 금품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있고, 죄를 만들어 씌우고.... 영화는 다큐멘터리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입장에서 진행된다. 가해자들은 스스로 본인들의 모순을 파헤치고 심적 변화를 가져오나 자신들의 만행을 합리화하기 위해 변명을 한다.
네덜란드 감독인 조슈아 오펜하이머는 후속작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본 '침묵의 시선'도 촬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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