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 토론도서로 추천되었을 때, 우리가 상황에 맞지 않는 책을 읽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의 예상은 빗나갔고, 우리는 여전한 코로나 팬더믹 상황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피렌체에 창궐한 페스트를 피해서 근교에 있는 별장으로 간 10명의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 열흘 동안 들려준 100편의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그 이야기들은 빈틈 없이 맞물리는 구조의 이야기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지루할 만큼 단순하여 중간 중간 건너뛰고 읽었지만, 보카치오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를 생각하면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함을 안다.
난 이 책이 1400페이지 가까운 두꺼운 분량임에 놀랐고,
중세말에 수도원과 수도사들을 신랄하게 까는 내용에 놀랐고,
재난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에게 먼저 온다는 것을 그 당시에 알려준 것도 인상적이었다.
고전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매우 재미있게 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읽어 볼 만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