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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북수다

백년을 살아보니-김형석

by 그랑헤라 2017. 1. 22.


<어떤 블로그에서 가져온 사진>


 우리 동네 도서관 독서회에서 2월에 읽어야 할 책이라서 일찌감치 빌려왔다. 

1920년 생인 철학자이자 수필가인 김형석선생님의 책이다. 그것도 작년, 2016년에 출판되었고, 3개월 만에 9쇄를 찍어낸 베스트셀러였다. 

 작가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본 도서 목록의 '백년을 살아보니'는 '백년의 고독'을 힘들게 읽어낸 후에 만난 또 하나의 백년이라 일단 '뜨악'하는 기분이었다. 다행이 두껍지 않은 수필집이었다.

제목의 의미가 진짜 100년 가까이 살아온 저자라서 '꼰대'나 앞뒤 꽉 막힌 고집스런 늙은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먼저 들어서 저자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김형석 선생님에 대한 자료는 차고 넘쳤다. 최근에 했던 동영상 강의를 잠깐 봤는데, 꽤 유연한 분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책은 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100년 가까운 경험을 가지고 결혼과 가정과 우정과 종교와 돈과 성공과 명예와 그리고 노년의 삶에 대해 찾아온 젊은 제자들을 놓고 이야기 하듯 써 내려간 책이라서 어려운 내용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난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을까?

 첫째는 너무도 판에 박힌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늘 공부해라, 일하기를 멈추지 마라, 취미를 가져라, 가정 생활은 이렇게 해라, 자녀교육은 저렇게 해라 등등 누구나 하는 이야기를 똑같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자신의 주변 인물에 대한 예를 많이 들면서 이야기를 한다. '내가 아는 ***는....' 뭐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그게 모두 교수, 의사, 기업의 임원, 목사 최소한 장로 정도는 된다는 것이다. 그냥 나 이런 인맥을 가지고 있다라고 자랑하는 것 처럼 보였다. 

 셋째는 이 저자가 참 순수하고 점잖고 열정적인 것은 알겠는데, 치열하게 살았어야 할 우리 역사 속에서 너무나 편안한 길을 걸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의 일생을 정확하게는 모르겠으나, 그는 일본 유학생으로, 대학 교수로, 미국의 연구교수로 너무나 순탄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 시대의 지도자들이 정권에 저항하고 투옥되고 고문을 당하는 치열한 삶을 살았는데 말이다. 학창시절에 시위 한 번 나가보지 않았던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은 없지만 (그래서 지금에서야 그걸 후회하고 있다), 어쨌거나 그런 분이 쓴 이야기라서 공허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넷째, 책을 읽다보면 중간 중간에 내가 동의할 수 없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철학은 논리적

- 택시를 탈 때도 나보다 먼저 기다리던 젊은이가 있으면 으례 웃으면서 양보한다. 그것이 선한 질서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먼저 기다리던 젊은이가 먼저 택시를 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걸 어떻게 자신이 양보는 한다고 생각하는지 난 이해를 할 수 없다. 자신이 나이가 들었다고, 기사에게 팁을 주었다고해서 자신의 더 나은 사람이라는 우월의식을 가지고 있는 꼰대라고 생각되었다. 

'인사를 나누는 것이 습관이 되면 전연 어색하지도 않고 부담이 되지도 않는다. 나는 그러는 동안에 그분들이 맡은 직업의 소중함을 깨달아 주길 바란다. 자기 직업이 천박하지만 할 수 없이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 만큼 불항한 일은 없다. 164p' 

고객과 만나는 직업인이 인사를 주고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무뚝뚝하게 운전대만 잡는 것보다는 인사를 건네는 것이 더 훈훈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직업의 소중함을 깨닫는 전부는 아니다. 

- 저자는 편협하고 미국사대주의에 빠져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종종했다. 

이슬람이나 유대교 등 타 종교를 이해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기독교만 우월하다는 식으로 말을 하고, 마르크스주의자는 물론이고 프랑스와 독일의 합리주의 보다 영국 미국의 경험주의가 더 가치가 있다는 식으로 말을 한다. 현재 객관적으로 보아서 미국이나 영국 보다는 독일이나 프랑스가 훨씬 안정되고 관용적인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186p의 [소통이 막힌 사회]에서 대화와 토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난 그 둘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책을 읽는 내내 이해하지 못하고 설득되지 못하는 내용 때문에 책을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난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고 받아들이지도 못하겠다. 출판계에서 베스트셀러를 만든다는 그 뉴스가 바로 이 책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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