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글쟁이의 의외로 훈훈한 여행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을 소개받고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빌렸다. 책은 이미 사람들의 애정을 듬뿍 받아다는 것을 증명하듯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목록을 주르룩 살펴보니 마지막 장이 '이스탄불'이었다. 일단 이스탄불 부터 읽어보았다.
그.러.나.
빌브라이슨이 말한 이스탄불은 거의 최악의 도시로 묘사하고 있었다.
나에게 이스탄불은 특별한 도시다. 소피아에서 버스를 타고 2시간의 국경 입국 심사 시간까지 포함하여 장장 10시간에 걸쳐 도착했던 이스탄불, 두렵고 어벙하고 힘들게 도착한 술탄아흐멧에서 메트로를 내렸을 때 받았던 그 충격을 잊을 수 없다. 물론 지금은 그 강도가 많이 희미해졌지만.... 그 이국적인 냄새와 건물과 소리, 특히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소리는 내가 알던 그 어떤 문화보다도 강렬했었다.
그런 멋진 이스탄불을 빌브라이슨은 심각하게 험담하고 있다.
'그래, 너를 비난하려면 너를 알아야 하니 읽어보리라.' 는 생각으로 첫 도시 함메르페스트를 읽으면서 나는 이미 빌브라이슨을 용서했다. 오로라를 보기 위해 유럽 가장 북쪽 마을에서 2주 이상 짱박혀 있는 그가 멋져보였고 나도 꼭 그렇게 해보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나 또한 혼자서 낄낄거리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발칙하다는 수식어가 딱 좋았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주차를 하는 장면 등등 엄청나게 많은데 막상 쓸려고 하니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낄낄거리는 만큼 진지한 이야기도 많았다. 안네프랑크의 집을 방문해서나, 원칙없이 도시를 개발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나 나폴리의 민중을 생각하는 마음 등등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나와 성향이 비슷해서 맘에 들었다.
카프리섬에 가서의 이야기를 읽다가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해서 깜짝 놀랐고, 트럼프에 대해 완전히 비꼬고 있어서 통쾌했다. ㅋㅋㅋ
이 책은 여행을 포기하게 만드는 여행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도시는 꼭 가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처음에 말한 함메르페스트나 리히텐슈타인은 꼭 가보고 싶다. ㅋㅋ
1951년생인 빌브라이슨. 이제는 다리에 힘이 빠져서 더 이상 여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적어도 어떠한 이유라도 우리 나라에는 방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가 내뱉어 놓을 우리 나라의 인상, 사람, 건물, 생활 등에 대한 힐난을 상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진다.
이 책을 읽은지 1년 후, 빨간책방에서 이 책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들었다. 그리고 내가 깨닫지 못했던 빌 브라이슨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빌브라이슨은 내 생각과는 달리 우리나라에 최적화된 여행자 인지도 모른다. 처음엔 당황스럽지만 알면 알수록 정스런 우리 시골이 딱 이사람 스타일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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