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기에 시를 소개하고 해설하는 방식의 비슷한 편집 구조를 가지고 있는 두 권의 책을 읽었다.
정재찬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라는 부제처럼 시와는 전혀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공대생들에게 교양수업으로 했던 것들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정재찬이 읽는 시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유명한 것도 있지만, 시대 문제에 관한 시, 살면서 생각해 볼 문제에 관한 시를 절절하게 혹은 즐겁게 읽어 주고 해설을 해 준다. 거기다가 흘러간 유행가나 영화 혹은 광고까지 폭넓은 문화를 섭렵하여 인용한다. 그래서 시가 무척 가깝게 다가선다.
가장 인상적인었던 시는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노래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다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에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라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이 시를 읽다가 뭉클했다. 아주 오래 전에, 학생시절에 한 친구에게서 들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세상에서 제일 슬픈게 뭔지 아니? 그건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돈이 없어서 할 수 없다는 거야."
멍청하게도 난 그게 어떤 절실함인이 몰랐었다.
당신을 읽는 시간.
시인 권혁웅이 다른 시인의 시를 소개하고 역시 시로 해석을 해 준다.
시는 1부. 사람, 2부. 사랑, 3부. 삶으로 나누었다. 우리 나라의 아름다운 시와 시인을 소개한다고 했는데...어려운 시를 소개한 것 같다. 소개한 시도 이해하기가 힘든데 그 해석도 어렵다. 몇 번을 읽어도 이해하기 힘든 시가 툭툭 튀어나온다. 그래서 끝내기가 참 힘들었다.
당신의 텍스트 -사랑하는 당신께
당신의 텍스트는 나의 텍스트
나의 텍스트는 당신의 텍스트
당신의 텍스트는 텍스트의 나
나의 당신의 텍스트는 텍스트
나의 텍스트는 텍스트의 당신
텍스트의 당신의 텍스트의 나
당신의 나는 텍스트의 텍스트
텍스트의 나는 텍스트의 당신
당신의 나의 텍스트는 텍스트
나의 당신은 텍스트의 텍스트
도대체 이게 뭔말이야?!#$% ..... 해설 마저도 어렵다. 예전에는 제법 시집을 끼고 다니고 시 한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에 시가 인기가 떨어진 이유는 시가 어려워진 것도 이유가 되리라.
물론 재미있는 시도 있고, [히치콕의 5단 서랍장]이나 [이것이 날개다]나 [중국집 오토바이의 행동반경] [팔월 즈음]등등 가슴 아픈 시도 많이 있다. 그래도 이 책에 소개된 책은 너무 어렵다.
[당신을 읽는 시간], 당신을 읽는 시간이라.....
나를 읽는 시간이라.... 나를 읽으면 시 보다는 수필이 되지 않을까? 간결체로 술술 써내려간 밍밍한 수필.
고난도 절정도 없는, 고민도 영광도 없는 시간들.
그러나 잘나도 내 인생, 못나도 내 인생, 나를 읽는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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