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혹은 향기란 무엇인가?
그르누이에게서는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플롱뒤캉탈에 머물면서 아무 냄새도 없는 것을 깨닫고 환호했고, 자신에게는 냄새가 없다는 것을 알고 당황하는 모순은 무엇인가?
그르누이가 자신에게는 아무런 냄새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그르누이의 죽음의 상황이 의미하는 것은 무어인가?
향기로운 소녀 25명을 죽인 싸이코패스적인 살인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처음엔 좀 짜증이 났다. 정유정의 종의 기원 다음에 또 이런 책이라니..... 그러나 이건 종의 기원과는 차원이 다른 책이다.
종의 기원에는 살인의 치밀한 묘사가 있으나 상징이 없고, 향수에서는 상징을 좀 더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사건을 넣었고, 상상력을 불러올 묘사가 없다. 그래서 섬뜩하지 않게, 아니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좋은 책이다.
2부, 파리를 떠난 그르누이가 오를레앙의 멀리 돌아서 가는 길에, 갑자기 그의 여정을 따라가 보고 싶어서 구글지도를 열었고, 검색을 해가면서 그의 여정에 빨간펜을 그어보았다. 나도 함께 길을 가는 듯....
2006년도에 영화로도 나왔다. 사진을 보니 보라색 라벤더 평원이 환상적인 장면이 나와서 일단 다운은 받았다
1부 11장 : 주세페 발디니의 좌절, 고민, 한탄, 증오 -- 자신의 능력에 대한 반성은 없이 시대를 탓하고만 있는 우매하고 어리석은 전문가의 모습을 표현한 이 장의 글은 시대적 상황들을 잘 설명하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엮어낸 매우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또한 당시 파리의 모습을 그림 그리듯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풍경은 아름답지 않은 듯....
132쪽 그르누이가 순식간에 만들어낸 향수와 벨리시에의 <사랑과 영혼>을 비교하는 장면 : 음악에 대해 조애가 있는 쥐스킨트의 모습을 조금 보여준다. 전문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그런 상황을 바이올린 독주와 심포니로 설명하니, 음악에 관심이 있는 나에게는 금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183쪽 : 플롱 뒤 캉탈 산 꼭대기, 아무 냄새도 없음을 확인하고 그 의미를 깨닫고 환호하는 장면을 몇 주일째 표류하던 난파선의 선원이 사람들이 사는 섬을 발견했을 때의 환호와 비유해서 설명하며 축하하는 비명이니 행복의 비명소리로 표현하는 아이러니.
2부 26, 27, 28장 고독을 즐기다가 고독을 이겨내려고 맞서다가 결국의 버틸 수 없는 지경에 까지 도달하는 장면...요기도 인상적.
214쪽 <치명적 유동체>설의 주장하는 라 타이아드 에스피나스 후작의 모습. ㅋㅋ
3부 32장 인간의 냄새를 바르고 안전하게 계속 살아갔으면 평범한 인간의 행복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253쪽 그라스에 대한 묘사 : 책과는 달리 실제의 사진 모습을 보니 엄청 아름다운 시골 마을인 듯...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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