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8일 수요일
초저녁잠이 많고 새벽잠이 없는 어르신은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누룽지를 끓여 놓으셨다. 내가 일어난 시각은 5시 30분 이었음에도 불구하고....아침에 할 일이 너무도 없어서 7시가 조금 넘어서 벌써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는 집에서 빈둥빈둥 힘들게 시간을 보냈다.
8:20,바티칸 가는 길에 있는 리소르지멘또 광장(바티칸 울타리 아래에 있는 아주 작은)으로 가서 버스티켓을 왕창 샀고, 조금 헤멘 후에 버스 492번을 타고 파테온 쪽으로 갔다.
여기서도 골목을 조금 헤멨다. 적극적인 어르신은 단어 한 두개를 가지고도 길을 잘 물어본다. 그렇게 길을 찾아갔다.
"이모, 이게 판테온 아니예요?"
"판테온은 꽤 웅장하고 멋져요. 이렇게 낡은 모습이 아니예요."
그러나 아뿔사! 저 중간에 끼어든 아치형 벽돌쌓기. 건물이 무게를 분산시키기 위해 넣었다는 저 아치형 벽돌쌓기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여기에 오기 전에 읽어 보았던 '수학끼고 이탈리아'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렇지, 이런 모습만 보아왔으니 뒷면을 보고는 판테온을 알아보지 못했다. '모든 신들의 위한 신전'이라는 판테온은 미술시간에 유명했던 아그리빠가 기원전 27년에 지었으나, 118년에 하드리아누스황제가 지금의 모습으로 바꾸었단다. 2000년 전의 건물이다. 이 멋진 건축물이!!!
천정의 뚫린 공간인 오쿨루스로 비가 들어오면 어쩌나 걱정한 적이 있으나, 그 문제가 이렇게 해결되었다. 마침 부슬비가 내려서 더 실감나게 볼 수 있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어르신의 책으로 확인한 결과, 라파엘로의 무덤도 있단다 ㅜ.ㅜ, 난 눈뜬 장님 상태로 그 많은 유적지를 다녓던 것이다. 내일부터는 어르신의 책을 들고 다녀야겠다.
판테온 앞 광장을 서성이며 느긋하게 거리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다가 나보나광장 쪽으로 갔다.
20년 전, 정신없이 헤멧던 로마의 기억이 이 곳에 와서 뚜렷해졌다. 그 당시는 지금보다도 더 자료도 정신도 없어서 여기 저기 우왕좌왕거리면 다녔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피우미분수이다. 바로크의 거장 베르니니가 만들었는데 나일강, 라플라타강, 갠지즈강 그리고 다뉴브강을 상징하는 조각이란다. 이것도 집에 와서 확인한 사실ㅠ.ㅠ. 실제로 보면서는 '와, 멋지다.'라고만 생각했다.
이건 모로분수란다. 이 분수의 가운데 조각상과 광장을 안고 있는 산타녜세 인 아고네 성당은 보로미니가 설계했단다. 피우미분수를 만든 베르니니와 사이가 나빠서 베르니니는 나일강의 조각상이 성당을 볼 수 없도록 눈을 가렸고, 라플라타강 조각상은 성당이 무너질까봐 놀라는 모습으로 묘사했단다. 이런 속 좁은 사람들 같으니라고.... 그 덕에 이 광장은 더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내 사진으로는 그 사실이 확인이 안된다. 다시 가봐야겠다.
긴 타원형 모양의 나보나광장. 로마 최초의 경기장이 있던 자리에 그대로 광장을 만들어서 이런 모양이란다.
서쪽에 접해있는 미술관. 들어갈까 말까 약간만 고민하다가 패쓰했다. 미술관 마당 바닥만 찍었다. 이것 역시 아름다운 배수로.
오늘의 노선을 잘못 짰다. 다시 판테온 쪽으로 가는 길에 나보나 광장 동쪽에 있는 멋진 건물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인지 아세요?"
"이게 무슨 건물이예요?"
구경하고 있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모른단다. 사람들이 구경해서 그냥 있는거란다. 아마도 대통령이 나올 거 같단다. 잠시 후에 중요한 사람인 듯한 인물이 나와 차를 탔고 한 대의 오토바이 경호를 받으며 자리를 떠났다. 옆에 있던 그룹에서 총리라고 했다.
무슨 건물인지도 모르고 경비를 하고 있는 군인? 경찰들만으로도 볼거리라 충분하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뒤져봐도 명확하지 않은데, 대충 상원의원이 있는 곳이니까 국회라고 할 수 있을까?
용도가 애매모호한 Madama 궁전 바로 옆에는 흔한 성당이 하나 있다. 문도 열려 있고, 입장료도 없고, 사람들이 몇 명 들어가길래 우리도 따라 들어갔다가 헉!!!했다.
엄청 화려한 이 성당, 저 앞에 저 그림은 낯이 익은데... 성모의 승천???
천정화도 멋지고 장식 조각도 멋진데... 뭘 의미하는지 잘 모르겠다. 유럽 여행에서의 답답함 때문에 성당에서 교리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로마의 곳곳에, 특히 사람들이 밀집된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안내판이다. 이걸 붙이는사람들은 부끄럽겠다.
이 성당을 더 유명하게 만드는 그림 세 점, 까라바조의 성 마테오 연작. 성 마테오이 간택, 성 마테오와 천사, 성 마테오의 순교.
극단적인 어둠과 밝음을 사용하여 그림을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까라바조의 그림은 나를 그림 속으로 끌어넣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확인한 성당의 이름은 산 루이지 데이 프란체시이다. 프랑스 국립 성당이란다.
이젠 익숙해진 골목을 따라서 다시 판테온 앞으로 갔다.
판테온 앞에 있는 까페테리아. 까페라떼와 에스프레스를 놓고 아침보다 훨씬 많아진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쉬었다.
30분 이상 충분히 쉬고, 화장실 볼 일도 본 후에 팁 50센트까지 놓고 자리를 나왔다.
트레비 분수에 도착해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사람들이다. 빌 디딜 틈이 없다.
트레비 분수에는 사람 구경하는 곳이 맞다. 이젠 동전을 던지지 못하나보다. 아무도 동전을 던져넣지 않는다.
트레비 분수 맞은 편에 있는 성당. 로마는 500보를 걷고 나면 성당, 또 성당이다.
트레비 분수를 빠져 나와서 아무 식당이나 들어갔다. 까마레로(이탈리아말로도 까마레로인지는 모르겠다)가 추천한 라쟈나와 내가 선택한 나폴리피자. 흔한 맛의 라쟈나 보다 바다 비린내가 물씬 나는 작은 생선이 들어있는 피자가 내 입맛에는 더 맞았다. 그런데 그건 어르신 꺼...
스페인 광장으로 갔다. 내가 길을 잘 못찾으면 어르신은 아무에게나 잘 물어본다. 그리고 길을 알아낸다. 참 미스테리한 어르신이다.
자신이 오드리 헵번이나 그레고리 팩 인줄 아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 다 모여있다. 나도 어르신도 그 중 한 명.
스페인 계단 위쪽으로 올라가니 로마의 전망이 다 보인다. 참 멋진 도시다. 보통의 오래된 도시들은 역시지구 외곽에는 현대적인 도시가 들어서기 마련인데 로마에는 그런 곳이 없다. 그게 로마를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젤 위에 자리 잡은 성당에서 가장 인상적인 조각품.
4시. 오늘, 너무 무리를 했다. 스페인 광장에서 메트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집 건물도 엄청 멋지다. 제르마니꼬 거리는 주도로에서 벗어난 조금 조용한 거리다. 그래서 훨씬 마음이 편안하다.
동네 슈퍼마켓에 가서 닭볶음탕 거리를 샀고, 어르신이 맛있게 만들어 주셨다. 또한 로마에 와서 가장 좋은 것, 올리브 절임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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