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일 목요일
로마에서 로마보다 더 중요한 곳이 바티칸이다, 독실한 카톨릭신자인 현근이 할머니에게는 말이다. 유로자전거나라에 투어 신청을 미리 했었다.
오전 7시. 상쾌한 아침 공기를 뚫고 치프로역으로 걸었다.
로마의 가로수에 박태기나무가 많다. 우리 나라에서 볼 수 있는 것 보다 크고 꽃 색깔은 더 옅다. 거리에 진한 분홍색의 꽃이 눈처럼 떨어진다.
치프로역 주변은 주택가인 느낌이 물씬 난다. 아파트 옥상마다 TV 안테나가 빼곡하다.
역 앞에서 투어 일행을 만났고, 갔던 길을 되돌아서 바티칸박물관 입구 쪽으로 걸었다. 이 계단 정도에서 합류했으면 했는데, 여행사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하여 시간과 힘을 낭비했다. 이 계단이 만남의 장소인 듯....
박물관 입구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투어회사와 인터넷 예약을 미리 한 사람들이 일반인 보다 한 시간 먼저 입장하는 줄이다. 인터넷예약 4유로의 힘이다.
바티칸 박물관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두 남자, 왼쪽에는 망치와 정을 들고 있는 미켈란젤로이고 오른쪽에는 붓고 빠렛을 들고 있는 라파엘로다. 우리는 이 두 인물이 바티칸을 얼마나 위대하게 만들었는지를 확인하러 들어간다.
가방 검색을 끝내고, 실내에 있는 구석에 앉아서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천정화와 벽화에 대한 설명을 엄청 자세하게 들었다. 그리고 나가보니 다른 투어팀들도 이 곳에서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었다.
잠시 화장실과 커피 타임을 가졌다. 우린 음료를 사들고 벤치에 앉아서 멀리 베드로성당의 돔을 보면서 입장을 기다렸다.
소나무는 로마를 상징하는 나무란다. (그렇겠지, 레스피기는 그 소나무로 음악까지 만들었잖아. 소나무 모양이 독특하기는 하다.) 박물관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 지나가는 피냐의 정원에는 이렇게 솔방울이 장식된 작은 분수가 있고 그래서 이 정원의 이름도 솔방울 정원리라고 불린단다.
우리 가이드는 하나하나 엄청나게 세심하고 자신감있게 설명을 한다.
저 금빛 지구의는 '천체 속의 천체'라고 하는데 지구의 환경오혐을 경고하는 작품이란다. 무슨 공모에서 당선된 작품이고 작가도 말해줬는데 기억할 수가 없지.
내부로 들어가서는 이렇게 멋진 오른쪽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왼쪽으로 올라갔다. 저 멋진 석상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다니.....
벨베데르(?_라고 했다. 벨은 좋은 혹은 아름다운, 베데르는 본다는 뜻이란다. 전망이 좋다는 말이겠지. 박물관 창을 통해 본 로마의 전경이다.
팔각정원으로 갔다. 중요한 작품이 있다고 설명을 열심히 해줬다. 벨베데레의 아폴로와 라오콘 군상이 여기에 있다. 미술책에서 혹은 교양강좌에서 수없이 봤고 설명을 들었던 작품.
라오콘에 대한 이야기와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은 그만두기로 하자. 이미 너무나 유명한 작품이니.... 그러나 한 가지, 발굴 당시 없었던 라오콘의 오른팔을 수많은 논의 끝에 만들어 붙었다는...
뮤즈의 방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토르소'다. 아폴로, 라오콘 군상 그리고 이 토르소까지 모두 미켈란젤로와 관련이 있단다. 아폴로를 처음 발굴한 사람이 미켈란젤로이고, 라오콘 역시 미켈란젤로가 제일 먼저 확인하고 잃어버린 오른팔이 구부려진 상태라는 것을 혼자서만 주장했었다고 했고, 손실된 신체 부위를 만들어 붙이려는 교황의 의도에 이 자체로만으로 완벽한 작품이라고 설득한 사람도 미켈란젤로란다.
천정과 벽과 바닥까지 그림과 모자이크로 장식된 방들이 정신없게 만든다.
너무도 많은 작품들에 치여서 벌써부터 감탄도 잃었다.
촛대의 방도 지나고, 태피스트리의 방도 지나고, 인기가 많은 지도의 방도 지났다. 벌써부터 문화 과잉상태.
이 방 저 방 그림이 가득한 방들을 휙휙 지나쳐서 드디어 라파엘로의 방에 왔다.
그 유명한 아테네학당이 있는 곳이다.
중앙에서 걷고 있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도 설명해주고, 사람들은 이 두 인물이 인쇄되어 있는 박물관 입장권을 두 인물 위에 놓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기하학을 집대성한 유클리도도 찾아봐주고
제자들에게 썰을 풀고 있는 카키색 옷의 소크라테스도 찾아봐주고, 미켈란젤로를 존경하게 되어 급하게 그려 넣은 이야기도 해주고,
자유롭게 널브러져 있는 디오게네스도 알려주고, 데모크리토스와 조로아스터도 찾고, 라파엘로 자신과 르네상스 시대의 최고 지성인 다빈치까지 꼼꼼하게 찾았다.
덤으로 옆의 벽면에 있던 단테까지.....푸른 옷 옆에 있는 붉은 옷을 입은 옆 모습의 인물이란다.
또한 라파엘로답지 않은 라파엘로 그림.... 옆 건물에서 천정화를 그리고 있던 미켈란젤로이 그림을 보고 감동하고 존경하게 되어, 그답지 않은 근육질의 사람을 그렸다는 설명이었다.
존경을 받았던 교황들은 이 곳에 기록으로 남지만, 문제가 있었던 교황은 여기에 있을 수 없단다. 그래서 교황 인물화도 지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박물관이 있을 수 있도록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율리우스 2세 교황도 여기에 머무를 수 없단다.
<위 두 그림은 인터넷에서 가져온 것>
미켈란젤로의 천정화과 벽화가 있는 시스티나 성당은 대화 금지, 사진 금지, 통로에서 서있기 금지.....온통 금지투성이다. 박물관 입장 전에 한 시간 정도 설명을 들은 후라서 그림 보기가 수월했다. 이 방에서 30분 정도 서성였다.
투어의 마지막 장소는 성베드로 성당. 이미 에너지 고갈 상태라서 대충 따라 다녔다. 세계 최고의 성당을 그냥 휙휙 걸었다.
미켈란젤로가 디자인했다는 저 재미있는 의상을 입고 있는 경비병은 한 관람객인 바리케이트 안으로 들어오자 제지를 하러 나갔다.
그리고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다시 부동자세.
광장으로 나와서 오벨리스크를 이용한 자오선 표시를 확인하고
회랑의 기둥들이 한 개로 보인다는 바로 그 위치를 찾아서 서 보았다.
그랬더니 네줄로 서 있는 회랑 기둥들이 한 개인 듯 보였다. 소소한 즐거움이다.
성당의 돔 꼭대기를 뭐라고 하나? 들었는데 잊어버렸다. 올라가면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이다. 담에 한 달 정도 로마에서 살 기회가 있다면 가 보겠다.
투어를 마친 후, 집에 들어와서 점심을 먹고 잠깐 잤다.
2시 30분, 성파올로 성당에 가기 위해 23번 버스를 탔다. 버스는 테베레 강을 따라서 30분 정도를 달린다.
여행책에는 설명이 없는 성파올로성당. 바울성당이란다.
바 울의 무덤 위에 지은 성당이라는데 새로 지어지는,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는 성당이라는 느낌이다. 규모는 엄청나게 크고, 옆에 유적지 개발 중의 흔적이 보인다.
수도원도 함께 있어서 어린 수사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슈퍼마켓에 들러서 비빔밤 거리를 샀고, 명란젓을 넣은 비빔밥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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