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부커상으로 알게 되었고, 그래서 채식주의자를 읽었고, 소년이 온다로 감탄을 했던 작가 한강이다.
이번에는 그녀의 첫 장편소설 검은 사슴을 읽게 되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앞서 읽은 두 소설에 비해서는 감탄이 덜했지만, 충분히 마음에 많이 남는 책이다.
내일 독서회 활동이 끝나고 더 정리를 해야겠다.
1. 첫 부분(9쪽 1-3줄)을 읽으면서 아주 오래 전의 사소한 일이 생각났다. 당시에 교실 창문의 반 정도를 꽃분홍생 메꽃을 가득 키웠었다. 꽤 열심히 키웠다. 여름방학이면 나도 틈틈이 학교에 나가서 물을 주고, 내가 못주는 날엔 학교 근처에 사는 아이가 당번이 되어서 물을 주었었다. 가을에는 씨앗을 따서 아이들에게도 나누어 주고, 난 보관했다가 다음 해에 또 심었었다.
그런데 한 해에는 보관했던 씨앗 봉지를 열였더니, 습기가 들어갔는지, 모든 씨앗이 뾰족하게 싹을 틔운 채로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그 모습에 몸서리를 쳤었다. 마치 죽은 동물을 보는 것 같았다. 그것도 아주 어린 상태로.... 부화하지 못한 병아리처럼....
2. 지명의 익숙함이다.
황곡은 태백시일거이야. 난 덕항산, 오십천도 참 친숙한 이름이다. 제천에서 근무할 당시, 마침 차가 있어서 제천 넘어 삼척을 찾는 길에 구석구석 둘러봤던 곳이다. 그래서인지 마치 오래 전에 떠나온 고향의 이야기를 읽는 듯 했다.
3. 나와 같은 시대 이야기인데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였다
제천도 광산업을 주축으로 발전된 도시였다. 그래서 지금은 꽤 규모가 작아진 도시다. 난 제천에서 5년을, 그것도 이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그 시기에 살았는데도, 난 상상도 할 수 없는 생활이었더라. 순전히 내가 사회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지. 부끄럽네.
4. 작가는 왜 그렇게 '적요'라는 단어에 집작을 한 것인가?
5. 너무나 많은 우연은 그녀답지 않다. 아니 지금의 글이 한강의 발전이라고 봐야할까?
6. 검은 사슴처럼 점점 상처를 입는 주인공들, 인영, 명윤, 의선이 결국엔 희미하나마 희망을 보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시종일관 흐르던 우울과는 반대되는 결말이다. 그래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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