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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북수다

고래 - 천명관

by 그랑헤라 2018. 5. 26.



난 그다지 책을 잘 읽는 사람이 아니다. 

철학이나 사회과학책을 읽다보면 이해력도 조금 떨어지는 것 같고, 한 자리에서 한 시간 정도를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것으로 보면 집중력도 좋지는 않다.

그런 내가 이 책은 한숨에 읽었다. 450쪽 정도의 제법 두꺼운 책인데도 말이다. 로마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잠시 자기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오는 그 비행기 안에서 읽기 시작했고 거의 끝을 냈다. 조금 남은 것은 청주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마무리를 했다.


그렇게 재미있는 책이다. 

나중에 ......



10월 10일 수요일


다시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에는 정말 재미가 있어서 술술 넘기면서 읽었는데, 두번째 읽게 되니 좀더 생각하면서 읽게 되었다.


독서회에 가서 이야기 할 거리들.

1. 천명관은 타고난 이야기꾼인가? 아니면 여기 저기서 이야기를 차용해 오는 것인가?

엄청 재미있는 이야기인데 어딘가 다른 곳에서 본 듯한 느낌? 

벌떼를 몰고 다니는 애꾸 =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

춘희가 태어나는 장면 = 키리쿠의 태어나는 장면

혼자서 벽돌을 굽는 춘희 = 나무를 심은 사람

붉은 벽돌의 여왕 = 내조의 여왕 (제목만)

전체적으로는 백년의 고독과 비슷하다.


2.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춘희의 이야기가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의 각색

무당굿 후의 일사학파가 이사학파의 논쟁

인명피해에 대한 배상액 산정 기준인 호프만식 계산법

금복이 장군에게 잡혀가는 이유 등


3. 신화적 글쓰기


4. 갖가지 법칙을 왜 이야기 했을까?


5. 작가들은 어떤 방법으로 단어를 선택하는가?


6. 천명관은 각 잡고 썰 푸는, 방학을 맞아 서울에서 내려온 대학생오빠와 같은 느낌이다. 수줍은 여중생의 가슴을 뛰게만드는 그런 이웃집 오빠 말이다. 그런데 두번째 읽으니 고등학교 여학생이 된 것 같았다. '저 오빠가 하는 말에 뭔가 모순이 있어. 그런데도 설레.' 하는 마음을 가진 그런 고등학생 말이지. 그래서 다시 읽지 않겠다.


10월 11일 목요일 우리 동네 도서관 독서모임 후


이 책, 나이대에 따라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60대인 사람들은 불호, 50대는 호, 40대와 30대의 생각을 가진 나는 극호.

ㅎㅎㅎ 이토록 호불호가 갈리는 책은 처음인 듯.

60대들은 어디로 튈지모르는 전개와 성적인 묘사에 대해서 도무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참 이상도 하지, 난 이 책 속의 성적인 부분에 대한 묘사에서 전혀 야하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나와 생각이 비슷한 40대가 새로 가입해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