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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국내여행

[서울] 종묘제례 추향대제

by 그랑헤라 2018. 11. 4.

종묘를 종묘답게 완성하는 종묘제례, 국가 무형문화재이면서 유네스코 무형유산이다.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보면 종묘제례는 유교의 종교의식인 동시에 국가의 존립근거를 확인시켜주는 국가 의식이란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추모의 날이 아니라, 오늘을 축복하는 길례이므로 노래와 춤과 음악이 어울어지는 것이란다.



5월 첫째 일요일에 행해지는 춘향대제와 11월 첫째 토요일에 행해지는 추향대제. 이렇게일 년에 두 번 열린다. 정보를 찾아보면 춘향대제가 더 성대한 것 같다.



하루 종일 종묘에만 시간을 보낼 수 없어서, 10시에 열리는 영녕전 제례를 건너뛰고 1시 30분에 정전에서 열리는 제례에만 참석했다. 그래, 구경이 아니라 참석했다는 말이 맞다.



일찍 도착한 종묘에서는 의관을 갖춘 제사 종사자들이 볕 좋은 가을 종묘를 거닐고 있었고, 정전에는 제례 준비가 한창이었다.



27분의 조선 왕 중에서 19분에 대한 제례는 정전에서 열리고, 재위기간이 짧거나 추존된 왕들 16분의 제례를 영녕전에서 올려진단다. 그리고 광해군과 연산군은 여기 종묘에 신위가 없다. 광해군에 대해서 역사적 평가가 다시 되고 있으나, 여기에 들어올 것 같지는 않다.



제례에서의 보태평과 정대업 춤은 국악고등학교 학생들이 맡아서 한단다. 그래서 행사복을 차려입은 어린 학생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관람객을 위한 자리가 월대 아래에 있고, 월대 위에도 있었다. 일찌감치 월대 위의 자리를 차지했으나, 눈치를 보니 그 곳은 행사 관계자들의 자리였다. 그래도 월대에서 내려가지 않고 의자 뒷쪽에 서있는 자리를 잡았다. 

"객석을 월대와 같은 높이로 만들고 층이 지게 만들면 관람하기가 더 좋지 않을까요?" 라고 옆에 있는 이씨 종친회 어르신에게 물었다.

왕의 신위보다 더 높은 자리는 만들 수 없다는 것이 그 분의 말씀이었다. 세상이 변했는데...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그래, 전통을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 생각이 갈팡질팡이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제관들의 입장이 시작되었다. 제관들은 아마도 그 왕의 자손들인 것 같은데... 아닌가? 관계자들의 천막 아래에서 들으니 무슨 왕 몇 대 손 무슨 파....뭐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이 분이 제례 전체를 주관하시는 분인데 인간문화재시란다. 그런데 천막 안에 있는 어느 어르신이 '나이도 많은데 이런 걸 넘겨주지 않는다' 고 대놓고 불평하셨다. 그래서 두 사람이 약간의 실갱이가 있었다. 그런데 이 분, 강단이 대단하시다. 어느 사회에서나 속에는 문제가 있는 듯....



이 젊은 제관은 전체 제례를 통해서 제관들의 이끌고 안내하고 그러는데 아마도 차세대 인간문화재?



이 분은 어떤 일을 맡았는지 모르는데, 아뭏튼 훨칠한 외모 때문에 가장 왕족다운 분위기를 가진 분이다. ㅎㅎㅎ







종묘제례악도 그 자체로 세계무형유산이다. 종묘 전체에 은은하게 그러나 작지 않게 울리는 음악이 분위기를 더욱 엄숙하게 만들었다.






날씨도 기가 막히게 좋고, 분위기도 이렇게 좋을 수 없다. 어떤 의식에서는 모든 사람들, 객석의 관람객까지도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추어야 했다. 맞다. 유세차~~~~하면서 축문을 읽을 때에도 일어섰었다. 그래서 이 의식을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느낌이 들었다.




멋진 문화 유산, 잘 보존해야겠다. ㅋㅋ 무슨 초등생 일기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