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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국내여행

[전남 완도] 청산도에서의 성급한 봄맞이

by 그랑헤라 2019. 3. 20.


'빠아아앙~~~' 

자동차 경적소리에 창문을 여니 마을로 들어오는 언덕길로 버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 버스는 채 5분도 지나지 않아서 마을을 돌아나갔다. 버스를 타려고 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나와라'고 신호를 보내는 경적이었던 것이다.


그 시간 즈음에 우리는 범바위로 오르기 위해 나섰다.



우리가 묵은 숙소의 아리가 우리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더니 앞서서 갔다.



주차장 옆으로 산길이 있고 안내판이 있다. 그런데 '찻길 없슴'이라고 씌여있어서 전직 교사들인 우리는 가지고 있던 펜으로 '없음'으로 약간 수정 ㅎㅎ



산책하는 느낌으로 천천히 걸어올라갈수록 시야가 넓어지고 전망이 점점 더 아름다워졌다.



범바위. 보는 방향에 따라서 범의 형상이 달라진다는데 상상력이 부족한 나는 영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범바위는 자석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나침반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것을 확인하는 간단한 시설이 만들어져있다. 몇 년 전에 근무했던 '무극'도 극이 없다는 무극이고 그 옆동네 '생극'은 다시 극이 생기는 곳이라고 했는데, 이 곳도 그런 곳인가보다.



범바위에서 칼바위 쪽으로 내려갔다. 잠시 보이지 않던 아리가 다시 나타나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숙소 주인아저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우리 아리 거기있죠?" 난 아리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했는 줄 알았다.

"아리가 범바위 안내견입니다. 멀리 가지 않을거예요. 잘 따라오세요." 그런 거였다.



칼바위 오른쪽으로는 범바위로 가는 길, 왼쪽으로는 장기미해변으로 가는 길이 있다. 숙소 주인아저씨가 설명해 준 명품길을 따라서 내려올 생각이었기 때문에 지도를 확인해 보고 범바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잘못된 판단이었다. 쓸데없이 다시 산을 오른 것이었다.  바다 근처로 내려가서 평지를 걷는 길이 있었는데 말이다.



어찌되었건, 범바위에서 말탄바위로 내려왔다. 말탄바위에서 바라보는 전망 역시 기가 막히다.



권덕리로 내려오니 보리가 이제 막 이삭을 내고 있었고, 유채꽃도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권덕리는 주도로에서 고개를 하나 넘어야 되는 곳에 있어서 좀 외진 느낌이다. 그래서 마을은 더 아늑해 보인다.



에서 내려온 아리가 급하게 달려간 곳에는 어린 강아지들이 있었다. 그 강아지들과 물고 빨고하는 폼을 보니 매우 친해보였다.



마을을 지나면서 본 또 다른 개들이다. 백구, 복돌이, 순돌이...그러고 보니 이 마을엔 개들이 엄청 많았고, 각각의 집에는 문패가 크기 붙어있었다. 아리도 집이 2채 있는데 모두 이름이 크게 씌여있었다.



차를 가지고 서편제와 봄의 왈츠 촬영지로 갔다. 4월 축제기간에 맞춰 유채를 심었기 때문에 아직 꽃을 볼 수는 없었다.



우리가 도착한 직후에 헬기 소리가 요란했다. 청산도에 웬 헬기?  도나 군에서 시찰차 오는 고위직 공무원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헬기 도착과 같은 시간에 앰뷸런스와 소방차가 도착했고, 앰뷸런스에서 환자가 누운 들것이 나왔고, 바로 헬기로 옮겨 싣고 떠났다. 닥터헬기였던 것이다. 와, 이런 장면을 목격하다니..... 우리 나라도 참 좋은 나라라는 실감이 났다.






청산도 하면 떠오르는 곳, 바로 이 곳 당리에서 산책하고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바다 전망이 좋은 곳에 서편제 주막이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이 곳에서 점심을 먹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러나 아직 영업을 하지 않았고, 테이블에는 두 남자들이 앉아서 전복과 멍게를 안주로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주막의 영업에 대해 묻다가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합석하게 되었다. 소주 한 잔을 놓고 잠시 이야기를 했다. 이게 여행하는 재미지. ㅎㅎ



조금 늦은 점심을 먹은 후에는 섬을 한바퀴 드라이브했다. 지리해수욕장을 지나치고, 진산리 갯돌해변에서는 커피를 마셨고, 그리고 항도로 갔다. 무인도인 항도의 주차장에 차를 놓고 한 바퀴 둘러보러 올라갔다. 별 볼 것이 없는 곳이어서 실망을 하고 있었다.

주자창으로 내려오는 길과 목섬 새목아지로 가는 길이 있었다. 혹시나 하고 목섬 새목아지로 갔다.



그 곳의 경치가 대박! 바닷물 색도 다르다.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도 들렸다. 가만히 살펴보니 물에서 일을 하는 해녀들이 소리가 절벽을 타고 올라오는 것이었다.  와, 신기하여라.







돌담길이 예쁘다는 상서마을까지 돌아봤다.





5시. 다시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장으로 갔다. 바람이 차갑고 관광객도 없어서 차를 가지고 들어갔다. 그리고 차분하게 일몰을 기다렸다.




숙소로 돌아와서 또다른 손님과 주인아주머니, 아저씨와 함께 술잔을 주고 받으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꽤 많이 마셨다. 알딸딸한 기분으로 별을 보러 방파제로 나갔으나, 보름을 이틀 앞둔 날이라 달이 휘영청하다. 별은 두 개 보았나? 다음에 다시 청산도를 찾을 핑게를 만들어 놓았다.



내가 사진을 찍은 기억이 없는데, 내 핸드폰에 찍힌 사진이다. 촬영을 했는지 기억이 없을 정도로 취하진 않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