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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영화보기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

by 그랑헤라 2019. 5. 26.



우리 동네 극장에서 꼴랑 하루, 단 한 타임만 상영한다고 인터넷 예매로 떳다. 그것도 23시 30분.

이건 보지 말라고 하는거지? 그러나 난 봐야겠다.

난 몰랐었는데 내 영화 취향이 상당히 독특한 편이더라. 그래서 같이 볼 사람이 많지않다. 더구나 자정 가까이에 시작해서 새벽 2시 정도에 끝나는 영화라니... 극장 안에 혼자만 앉아있을 수 있는 상황이니 동행이 꼭 필요한 영화다.

고민을 했는데, 의외로 가까이서 구해졌다. 물론 영화비와 팝콘과 콜라로 흥정을 했지만 말이다. ㅎㅎ

결국 영화관에는 나와 조카 그리고 어떤 젊은이 이렇게 셋이서 오붓하게 관람을 했다.


40년생 감독의 47년생 배우의 영화다.

그것도 1989년에 구상한 프로젝트인데 제작비 문제, 배우의 건강문제, 사망문제(노인이 주인공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홍수 문제, 소송문제 등등으로 이제서야 개봉을 할 수 있었던 영화란다. 조카의 말로는 예전에 이 영화가 엎어지는 과정을 다큐로 찍은 영화도 있단다.

일반적으로 제작과정에서 엎어지는 영화들은 망작이 많다고 하는데 이 영화는 절대 그렇지 않다.


감독이 테리 길리엄. 물론 나는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필모그라피를 보니 12 몽키스의 그 감독이다. 이 영화를 엄청 흥미롭게 봤었는데...

또한 자신을 돈키호테라고 생각하는 하비에르는 조나단 프라이스.... 정말이지 연기가 아니라 돈키호테 그 자체다.


영화는 현실과 과거와 상상과 돈키호테 속 이야기가 맞물려 진행되는 보다보면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연기이고 무엇이 책 속의 이야기인지 막 헷갈린다. 이 영화를 제대로 보려면 돈키호테를 완역본으로 읽어야만 한다. 

제목이 말하는 것 처럼 과거의 돈키호테는 죽음으로써 사라지지만 새로운 돈키호테가 등장하면서 영화가 마무리된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무뚝뚝한 조카와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정도를 부쩍 커버린 조카를 발견한 것은 덤이다.


이런 훌륭한 영화가 소리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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