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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영화보기

환상적 화면과 진지한 내용, 파리의 딜릴리

by 그랑헤라 2019. 6. 8.



미쉘 오슬로 감독의 영화는 놓쳐서는 안된다. 그런데 우리 동네에서는 상영관이 없다. 대전으로 갔다.





실사인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세밀한 배경은 이 영화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보여준다. 파리의 구석구석을 직접 경험하는 듯한 착각을 들게한다. (며칠 뒤 알게 된 정보: 감독이 직접 촬영한 실사란다.)




영화는 딜릴리와 오렐과 악당으로 나오는 인물을 제외하고는 모두 벨 에포크 당시의 인물들. 역사나 미술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보기만 해도 딱 알 수 있다. 저게 누구인지.... 물론 나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화가들은 알겠는데 다른 분야의 인물은 많이 본 사람인데 누구지? 하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이름이 나오면 '아, 그렇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 허영심에 찌든 나에게는 인물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다.



모네와 르느와르가 한 장면 등장하고,



수잔 발라동, 피카소, 루소, 마티스, 브랑쿠시가 함께 작업을 하며 딜릴리에게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 준다. 로댕과 까미유 끌로델이 나오고, 로트뢱은 꽤 많은 장면에 등장한다.

화가들 뿐만 아니라 에릭사티, 드뷔시, 엠마 칼베, 에펠, 마리 퀴리, 루이스 미쉘, 뤼미에르 형제, 파스퇴르, 그리고 지나가는 인물 정도로 르낭, 폴 푸아레,  프루스트 등등등... 엄청난 인물이 나오는데, 그런 대단한 인물들이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서 살았다는 것이 더 놀라운 사실이다.  이 당시가 각 분야의 문화가 거의 완성된 단계가 아니었을까?


영화의 첫부분은 놀랍다.

처음엔 키리쿠처럼 북아프리카가 배경인 줄 알았는데, 화면이 줌아웃되면서 파리의 인간 동물원 이야기인가 했다가, 딜릴리가 그 곳에서 공연하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3분 정도의 시간내에 상황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딜릴리는 여자 키리쿠라고 보면 된다. ㅎㅎ 완전 귀엽지.


이 장면은 루이스 미쉘, 사라 베르나르, 마리 퀴리가 딜릴리와 함께 소녀 실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영상은 놀랍도록 환상적이지만, 내용은 매우 진지하다.

누벨칼레도니와 프랑스 혼혈인 딜리리는 신체적으로는 그 어느 사회에서도 100%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배달부인 오렐은 사회적, 문화적으로 애매한 위치에 있다. 벨 에포크라고 하지만 파리에도 빈민층은 있었고, 남자들 뒤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여자들이 있었다. 이런 다양한 문제들은 이야기 한다.


"여기 있는 작품들이 모두 멋지지만, 전 이것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로댕의 작업실을 찾아가는 장면이 있다. 수많은 로댕의 작품들 가운데에서 딜릴리가 한 작품을 가르킨다. ㅎㅎ 그런 까미유 끌로델의 작품이어다. 미쉘 오슬로가 로댕을 깠다. ㅎㅎ


음악도 대단히 아름답다. 딜릴리와 오렐과 함께 소녀들 실종사건을 해결하는 주요 인물이 오페라 가수인 엠마 칼베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들은 엄청 아름답고, 사티가 연주하는 그노시엔느 1번도 엄청 멋지고(영화에 맞게 조금 느리게 연주된다.), 거기에 맞춰 춤을 추는 쇼콜라의 동작도 매우 우아하다.

지하에서 여자들이 학대받는 장면은 이슬람을 폄훼하는 것 같아서 불편하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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