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호박을 나눔하기 위해 우리 동네 도서관으로 가져갔다. 아이와 함께 오는 엄마들의 눈에 잘 띄게 아동열람실 입구에서 잘 보이는 로비에 놓았다. 이번에는 너무 날씬하지만 가지도 조금 놓았다. 많지 않은 양이지만 누군가에게 유용하게 쓰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흐뭇했다.
내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밭에서 나오는 작물이 많을 경우,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지만, 어떤 경우는 나눔에 매우 인색해진다. 새벽마다 밭을 맨 것이나 아픈 허리, 흘린 땀, 모기의 공격 등이 생각나면 가져가라고 선뜻 말이 나오지 않는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보다 많이 가져가거나, 당연한 듯이 가져갈 때는 속상하다. 그가 아무리 가까운 사람, 형제라도 말이다.
자식이었어도 그랬을까? 주변에서 보면 집에 내려온 아들, 딸들에게 농사지은 것들을 바리바리 싸주는 부모들이 많은 것을 보면 자녀들은 예외일 수 있어보인다. 그런데 정말 자녀들은 예외일까?
심리학적으로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상대로부터 늘 받을 것이 있다고 느끼는 마음'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멀리있는 사람에게는 즐겁게 베풀 수 있지만, 가까운 사람들로부터는 심리적 부채를 해결해야만 기꺼이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의 일'을 도와주는 사람이나 함께 일하는 사람 그리고 물질적 보상을 주는(그것이 아무리 작아도 괜찮다.) 사람 혹은 나에게 지속적인 주의를 기울여주는 사람들에게 줄 때에는 인색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성숙하지 못한 나는 내가 소화하기 힘든 만큼 나오는 농작물에 한해서, 바라는 것이 없는 멀리 있는 사람에게만 넉넉한 농부의 마음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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