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내년 봄에 다시 심으실건가요?"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아파트 옹벽 아래에서 제복을 입은 관리인과 주민으로 보이는 아주머니들이 칸나 줄기를 자르고 뿌리를 캐내고 있었다. 그렇다고 했다.
"뿌리 하나만 나눠주실 수 있으세요?
"물론이지요. 많이 가져가세요."
잠시 망설이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그들은 기쁘다는 듯이 몇 뿌리를 건네주었다. 여름내 유난히 키가 크고 싱싱하던 줄기에서 짙은 붉은색의 꽃을 피워냈던 칸나였다. 그 길을 지나다니면서 우리 집 마당에도 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봄이 되고 땅이 풀리면 꽃 모종이나 알뿌리를 얻어다 심어놓는 언니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 나도 그렇게 하고 있다. 은근히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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