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좀 이른가? 오랫만에 차에 시동을 거니, 엔진에서 그르렁거리는 힘없는 마른기침같은 소리가 났다.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갖고 일행의 집에 들러 픽업을 하고 오랫만에 고속도로를 달렸다. 당진-영덕고속도로가 생긴 이후로 경상북도 동해안 쪽으로의 시간이 대폭 단축되었다.
첫번째 목적지는 봉정사.
법주사, 마곡사, 통도사, 부석사, 선암사, 대흥사 봉정사... 이렇게 7개로 묶여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찰들은 깊은 산중에 있다는 것, 그래서 찾아가는 길이 무척 아름답다는 것이다. 특히 봉정사는 사찰의 규모도 작아서 찾는 이도 적어서 한적한 사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겨울 초입에 찾아가는 봉정사는 특히 더 그랬다.
전에는 차로 올라갔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는 산 아래쪽 매표소에 주차공간이 있다.
봉정사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극락전이지만 나는 영선암을 보러 갔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쓸쓸한 날도 나름 괜찮지만 특히 은행잎이 물드는 시기가 가장 좋을 것 같다. 가끔 와봐야 할 곳으로 등재!
규모가 작은 사찰이지만 구석구석 산책할 수 있는 곳을 걸었다.
내려오는 길 옆에 있는 '김종희 미술관'. 휙 지나쳤다가 놓치면 계속 생각날 것 같아서 돌아갔다. 뭔 종인지 모르겠지만 꽤나 폼나는 개 두마리가 반갑지 않지만 반겼다. 우리는 당신들의 애완견이 무섭다고요!!
프랑스에서 공부했다는 여자가 자신의 그림들을 전시하는 공간이었다.
산뜻한 색상의 그림들이 하얀 갤러리와 잘 어울렸다.
옆에 화가의 커다란 작업실도 있다. 개인레슨도 하고, 평생교육원 프로그램도 여기에서 진행하는 것 같았다.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작업실과 달리 밝고 산뜻하고 깔끔했다. 입장료 3000원을 내면 커피도 내려 마실수 있으나, 그건 패쓰!
다음 목적지는 맘모스 베이커리. 좀 쉴 곳이 있나 찾다가 발견한 맛집이라고 해서 가봤다. 우리가 도착한 4시 10분에 입구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빵 사려는 줄이예요?"
"네, 4시 10분 정도가 빵 나오는 시간이예요."
우리는 어떨결에 줄을 섯고,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운좋게도 이 곳의 시그니쳐인 치즈크림빵을 살 수 있었다. 우리 뒤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빵이 순식간에 바닥나서 화를 내고 돌아갔다는 어처구니없는 전설을 보았다. 그런 이야기는 매일 반복될 것 같은 시스템이었다. 맛은 어떠냐구요? 독특한 맛있는 빵이지만, 우리나라 빵 맛은 전국 어디나 이정도는 하지 않나요?
우리의 마지막 장소이자 오늘의 가장 중요한 여행 이유인 안동예술의 전당의 겨울 나그네 공연.
안동, 물리적으로는 가까우나 심리적으로 먼 동네. 그래도 오늘 하루...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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