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사촌오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아침에 로타리친다."
한 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땅을 갈아엎는다. 흔히들 '로타리친다'라고 하는 일, 흙을 가꾸는 일, 경운이다. 씨앗과 모종을 심기 위해 땅을 준비하는 일이다. 경운은 1. 식물의 뿌리가 잘 뻗도록 토양을 부드럽게 한다. 2. 공기 중의 질소와 산소가 흙속에 잘 통하도록 통기성을 개선한다. 3. 토양 생물들을 활발하게 만든다. 4. 물의 침투성을 높인다. 5. 토양 수분의 증발산을 감소시킨다. 6. 풀을 없앤다. 7. 흙속으로 작물 부산물과 거름을 집어넣는다. 8. 이전 농사 활동으로 다져진 토양을 복구시킨다.
하지만 경운은 문제점도 있다. 토양의 구조에 작든 크든 파괴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유기물의 분해가 촉진되어 양분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토양층을 뒤섞어 특정 토양 생물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도 있다. 그래서 무경운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전화가 온 후 몇분 지나지 않았는데
오빠는 벌써 밭에 도착했다.
우선 트랙터로 땅을 갈아 엎는다.
딱딱했던 밭이 보들보들해진다.
새로 구입한 관리기가 이틀 전에 도착했다.
예쁘다.
농기계가 예뻐보이기는 처음이다.
두둑 만들고 비닐 씌우는 작업을 할 녀석이다.
오빠도 나도 빨리 기계를 사용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작년까지는
경운에 하루
두둑 만들기에 하루
비닐 씌우기에 하루가 걸렸던
사흘치 일을 하루에 해버렸다.
결국, 예매했던 국립오케스트라 공연 티켓을
날.려.버.렸.다.
저녁 7시 30분
거금의 방구석 1열에서
김한이 연주하는 클라리넷 협주곡을 듣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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