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 이야기/공연,전시 나들이

정찰된 위성들 - 청주시립미술관

by 그랑헤라 2024. 11. 20.

작가들은 고립된 작업실이라는 공간에서 흡사 대기권 밖 정찰위성처럼 광활의 영역인 시대의  현상을 관찰한다. 정찰위성과 동시대 예술가들의 비슷한 점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정보를 수집한다는 점을 들수 있을 것이다.  정찰위성의 목적이 다양하듯 정찰된 정보에서 도출된 결과 또한 다양하다. 정찰위성들은 설정값에 맞게 결과를 도출하지만, 예술가의 결과물들은 실제를 숙주로 변이된 제각각 모습으로 우리에게 전달된다. 그 이유는 그들은 개인적 경험과 감정의 완전한 배제가 불가한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시회 브로셔에서 밝힌 이번 전시회의 의도이다. 그런데 나처럼  문해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구석에 앉아서 공부하듯 읽어야 이해가 된다.  현대미술은 느끼는 대로 받아들이라면서 왜 이렇게 어렵게 설명을 하는지 모르겠다. 좀 쉽게 써주면 안될까요?

 

청주시립미술관 1,2,3층에 마련된 이번 전시는 뚜렷한 개성을 보여주는 6명의 젊은 작가들(그냥 젊은 작가들일 것 같다)의 작품 140여점이 있다. 

가장 내 취향에 맞는 작가는 안효찬이다. 이 세상을 축소한 모형으로 만든 입체작품들인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바로 이렇다'라고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미래소년 코난의 도시다. 전시장을 다시 찾을  이유가 있는 작품들이다. 

우리 동네가 작품이 되었다. 누추하고 옹색한 삶이 그대로 드러나는 건물들, 거리들...아름답지 않은 우리 동네가 그래도 한켠에는 따뜻함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놓치기 쉬운 작품 2개가 있다. 

커피포트가 그려진 100호 정도의 회화 작품, 벽에 걸린 모습이 독특하다.  이 작품이 있는 전시공간을 휘리릭 스쳐가면 이 작품의 진실을 볼 수 없다. 

또 하나는 3층 맨 끝에 있는 검은 커튼의 정체이다.  안효찬의 다른 작품을 1층과 2층 사이의 계단에서 본 사람에게는 특별히 자극적이지도 않은 작품인데, 어둠과 주황색 조명이 선뜻 들어가게 하지 않는다.    놓치지 마시라.

화요일 부터 금요일까지는 오후에 도슨트 해설도 있단다. 그 시간에 맞춰 다시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