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2일 화요일
숙소에서 인터넷하며 놀다가 느즈막하게 밖으로 나갔다. 이스탄불엔 과자점이 많다. 로쿰도 팔고 디저트도 팔고 간단하게 식사도 할 수 있을 정도의 과자점이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어서 제법 역사와 전통을 자랑할 것 같은 곳으로 들어가서 카푸치노와 맛있어 보이는 과자를 주문했다. 이름이 톨룸바란다. 맛은 딱 약과인데, 더 기름기가 많고, 꿀에 재워놓았는지 훨씬 더 달다. 그 나라 전통 음식이라해도 비슷한 맛의 우리 나라 음식은 꼭 있다. 여기서 늘 먹는 치킨소테는 닭볶음탕 맛이 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난 여행을 하면서 음식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이 발음이 맞다면 톨룸바>
카라쾨이에서 트램바이를 타려고 이스티크랄 거리를 걷다가 독특한 분위기의 시장 골목이 나와 들어가 걷다 보니, 골든혼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이 나왔다. 일요일에 투어버스를 타면서 보았던 곳이다. 마침 버스 정류장도 있어서 버스를 타고 그랜드 바자르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난 터키말은 하나도 모르고, 버스 노선도도 없고, 심지어는 이스탄불 지도 조차 없었다. 버스 정류장에 붙어 있는 빛바랜 지도를 보니 악사라이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될 것 같아서 기다렸다. 버스를 몇 대나 보냈는지 모른다. 도대체가 읽을 수가 없었다. 어제 피에르 롯티 버스 정류장에서 글을 모르는 듯한 할머니가 버스가 올 때마다 가서 묻거나, 체념하고 앉아 있던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이다. 완전 바보 같은 모습이리라. 악사라이 버스가 왔다. 하지만, 삑하면서 교통카드가 승인이 나지 않았다. 20리라 충전한 것을 다 썼나보다.
갔던 길을 되돌아서 처음 생각대로 10리라를 더 충전하고 트램바이를 타고 그랜드 바자르로 갔다. 여기도 손님이 줄기는 마찬가지였다. 집이 아닌, 멕시코로 가는 내가 물건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자꾸만 나를 상대로 호객을 한다. 난 그런게 참 어색하고 싫어서 바로 나와 그 옆의 모스크로 갔다. 모스크는 같은 위치인데 분위기가 달랐다. 새롭게 단장을 했나보다. 모든 것이 낡아 있는 이스탄불 구도심에서 유난히 산뜻해 보였다. 평소 같으면 너무 새 것 처럼 보이는 이 모스크가 마음에 들지 않았겠으나, 뭔가 발전하기 위한 시도로 보였고, 들어가니 오래된 건물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가 없어서 좋았다. 모스크에 아무 생각 없이 앉아서 기도하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랜드 바자르 - 네 번째 방문인데 이런 한산한 모습은 처음이다.>
에미뇨뉴 선착장으로 가서 위스큐달로 가는 배에 올랐다. 내가 어릴 적에 위스큐달이라는 번안 가요가 있었는데, 그 당시 왜 터키 음악을 번안해서 불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 입에서 계속 그 음이 흥얼거려졌다.
<공원의 조각상, 한 쪽에는 1923년도 있다.>
바닷가의 작은 공원에는 투르크인들의 자긍심인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한 해의 조각상이 있고, 그 옆에는 터키 공화국이 수립된 1923년의 조각상도 있다.<정확한 정보 아니고, 내가 알고 있는 정보> 유난히 검지만 투명한 바닷가에는 사람들이 많았고, 난 한 바퀴 돌아본 후에 바닷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위스큐달에서 본 보스프러스다리>
<위스큐달 선착장 앞의 버스 정류장>
<터키 서민의 발 돌무쉬>
위스큐달은 카드쾨이와 함께 아시아 쪽과 유럽 쪽을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 요지이다. 그래서 선착장 앞에서는 아시아지역 각 마을로 가는 버스와 돌무쉬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속속 도착하는 배에서 몰려나오는 사람들을 싣고 떠나버린다. 작은 마을로 가는 돌무쉬도 물매암이처럼 빠르게 들어왔다 나간다. 차가 작은 만큼 사람들은 더 빽빽하게 줄을 서 있다. 돌무쉬야 말로 터키에서 가장 유용한 서민의 교통수단이 아닐까 한다.
<에미뇨뉴로 돌아오는 배에서 본 석양>
구름 한 점 없는 이스탄불의 석양이 아름다운 이유는? 삑! 이스탄불의 대기 오염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아마 정답이지 않을까? 4년 전에도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 와 보니 도시 전체를 누런 가스가 감싸고 있는 것이 심각해 보였다. 누구에게 물어보지도 못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돌아오는 배에서 바라본 에미뇨뉴>
<갈라타 탑에서 바라본 야경>
갈라타 탑에서의 야경이 보고 싶어졌다. 밤이면 더 활기가 느껴지는 갈라타지구 언덕을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밤에도 갈라타를 오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긴,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여기 아니겠어? '입장료가 30리라가 넘으면 올라가지 않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25리라. 빽빽한 사람들 사이를 휩쓸려 한바퀴 돌고, 다시 돌아볼까 하다가 그냥 내려왔다.
<이스티크랄 거리의 밤>
갈라타탑을 내려왔는데, 우리 나라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전거 나라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인지 금방 알겠다. 괜히 반가웠다. 말을 붙이고 싶었으나, 남학생 둘을 데리고 다니는 가족에게 말걸기는 쉽지 않았다. 우리 나라 여행자를 찾기 힘들다. 더구나 혼자 여행을 다니는 사람은 한 명도 못봤다. 내가 붙임성이 있는 성격이라 먼저 말을 걸지도 않으니까, 계속 혼자서만 다니게 된다. 점점 외로움에 빠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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