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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터키(2010, 2015)

Again 이스탄불 1

by 그랑헤라 2015. 12. 22.


2015년 12월 19일 토요일 


 아마도 첫 인상 때문이었으라라.  

 7년 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탄 버스가 10시간이 지난 후에 이스탄불 오토가르(버스터미널)에 어두워지기 시작할 때 즈음에 도착했고,  내 주머니에는 오는 길에 국경선 근처의 휴게소에서 거스름돈으로 받은 터키 동전 몇 개만 있을 뿐이었다. 그 돈으로 어리버리하게 제톤을 사고 술탄아흐멧에 내려서 숙소를 급하게 찾아가는 길이었다. 술탄아흐멧공원 (지금이야 이름을 말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엔 공원이라는 인식 자체도 없었다.) 한 가운데에 서서 사방을 둘러 보았을 때의 그 광경을 잊지 못한다. 내 양쪽으로는 블루모스크와 아야소피아가 보였고, 뒤로는 작은 모스크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양식의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돌자, 주변의 풍경들이 영화처럼 돌아갔었다. 

 그 후, 여행을 하면서 만난 순박한 사람들, 물론 이스탄불 같은 대도시에는 어슬프게 호객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사기꾼 비슷한 냄새가 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박하고, 친절하고, 정스러웠다. 

 그런 이유로 난 터키를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스티크랄 거리의 아침>


 이번이 네번째 방문이다. 러시아와 터키 사이의 정치 문제와 앙카라에서의 작은 폭발사고가 우리 나라 뉴스에 왜곡되어서 크게 보도되었고, 터키 여행을 준비했던 친구들은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항공권을 취소해버렸다. 갑자기 터키로 갈 이유가 없어져 버렸지만 난 여기에 와 있다. 

 '이스탄불은 위험한 곳이 아니야, 우리가 불안 속에 빠져 버린거야.'라는 것을 확인해 보고 싶은 생각이 컸다. 


<갈라타 지구의 음악과 예술의 거리>


이른 아침에 본 이스티크랄 거리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말하는 것 처럼 무섭도록 한산했다. 오가는 사람은 드물었고, 거리엔 공사가 한창인 곳도 많았으며 건물들은 칙칙했다. 난 당황스러웠다. 숙소의 체크인까지 5시간을 세수도 못한 꾀재재한 몰골로 무거은 배낭을 둘러메고 보내야했다. 제법 분위기가 좋은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페이스북이나 밴드를 확인하고, 할 일을 생각했다. 그리고 에미뇌뉴까지 걸어갔다. 그 쪽으로 가니 활기가 넘치는 이스탄불의 모습이 나타났다. 걸어다니기도 힘들 정도의 인파... 그게 이스탄불의 모습이지.


<갈라타 다리 위의 낚시꾼>


 영어도 스페인어도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또 다시 어리버리 모드로 들어갔다. 트램바이 출입구를 지키고 있는 안내인에게 물어서 교통카드를 샀고, 그 사람의 도움으로 충전까지 마치기 까지 30여 분이 걸렸다. 교통카드가 손에 들어오니 갑자기 현지인이 되었다. 

 오토가르에 가서 사프란볼루로 가는 버스를 예매하고,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악사라이에서 메트로와 트램을 갈아타기 위해 걷는 500m가 귀찮아서 메트로만 연결하여 탁심까지 갔다. 숙소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갔는데, 사진에서 보던 방과 차이가 많아서 적잖이 실망을 했지만, 피곤함에 그냥 누워버렸다. 

 

2015년 12월 20일 일요일

시간이 많아도 너무 많다. 그런데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다. 침대에서, 침대 말고는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하고, 일기도 쓰다가 늦은 시간에 밖으로 나갔다. 


<시티투어 버스 안에서 본 풍경>


 어제의 그 한산하던 이스티크랄 거리는 토요일 이른 아침이라 그랬던 것이었나보다. 일요일 늦은 아침의 이스티크랄 거리는 한 눈을 팔다가는 마주 오는 사람과 부딪히기 쉬워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걸어야 한다. 기웃기웃 구경을 하다가 멋진 까페를 발견했고 들어가서 카푸치노와 브런치를 주문해서 먹었다. 천천히 천천히....

 갈라타다리를 건너서 이집션바자르로 가는데, 어제보다 사람이 더 많았다. 도무지 걷기도 힘든 지경이었다. 들어가기는 했으나 빠져 나올 길이 없어서 사람들 사이를 떠밀려 다니다가 간신히 한산해 보이는 거리 쪽으로 나갔다. 그리고 술탄 아흐멧이라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걷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지나가는 사람도 하나 없는 거리를 걷게 되었다. 이 길이 술탄아흐멧으로 가는 길인지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석양 속의 오르타쾨이>


그러나 길은 통하게 되어 있는 법, 이스탄불 구시가가 넓으면 얼마나 넓으랴 생각하고 걷다보니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거리가 보였고, 그리로 나가보니 술탄 아흐멧이었다. 

규축 아야소피아를 가볼까 하는 생각과 동시에 그 쪽으로 걸었고, 쉽게 나타나지 않자, 다시 블루모스크로 방향을 바꿨다. 블루모스크의 정문으로 들어서자 모스크 안에서 꾸역꾸역 몰려나오는 사람들을 보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서 반대쪽 입구로 나왔다. 그리고는 목적을 잃고 서성이다가 시티투어버스인 빅버스를 보았고, 100리라라는 싸지 않은 돈을 주고 덜컥 표를 사버렸다. 5시가 마지막 버스라고 했는데, 내가 표를 산 시간은 4시. 미쳤지. 그래도 이틀을 사용한다니 내일 열심히 타고 다니지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층에 앉아서 도시 투어를 했다. 가만히 앉아서 구경을 하니, 생각조차 하기 싫은 나에게는 딱 맞는 투어방법이었다. 갈라타 다리를 건너도 돌마바흐체 궁전도 지나고, 가장 번화가 중 하나인 메르디예쾨이쪽을 거쳐서 보스프러스 다리를 향해 달렸다. 달렸다라고 말하기엔 교통 체증이 너무 심했다. 덕분엔 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말이다. 일몰 시간에 맞춰서 바라보는 보스프로스 다리와 그 아래의 오르타쾨이 지역이 한 폭의 그림이었다. 


<보스프러스 다리 위에서 바라본 이스탄불 신시가지>


 투어 버스는 보스프러스 다리 건너 아시아지구 가서는 다시 돌아왔다. 탁심을 지나 갈라타 지구를 지나 다시 술탄아흐멧으로 와서 투어는 끝이 났다. 트램바이를 타고 에미뇌뉴에서 내려서는 카드쾨이로 가는 배를 탔다, 배 위에서 바라보는 야경을 기대하고 탔으나, 카드쾨이는 탁심과는 반대방향에 있었고, 그래서 야경은 그리 볼 만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