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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터키(2010, 2015)

[흑해에서 빈둥빈둥] 모두들 강추하던 아마시아

by 그랑헤라 2018. 3. 15.

2010821일 토요일 날씨 - 구름이 많고 그 사이의 햇살은 따가우나 바람이 시원함.



6.

밤새 달려온 버스는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오토가르(버스터미널)에 나를 떨구어 놓았다짧은 기간이지만 친구들과 함께 다녔던 것에 많이 익숙해 있었나보다혼자 떨어지니 갑자기 멍해졌다왜 그랬는지는 모른다좀 허전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내가 외로움을 느끼기도 전에 메트로회사의 세르비스(서비스 셔틀버스)는 나를 태우고 도심을 달렸다버스 안에는 나 혼자 뿐이었다.

"숙소가 어디야?"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그러자 기사아저씨는 중심가의 길가에 있는 호텔들을 소개해 주었다.

'마덴'은 내가 가지고 있던 가이드북에 나오는 곳이었기 때문에 그리로 들어갔다외관이 허술해 보여서 만만하게 보고 왔는데 싱글룸이 50리라시설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비쌌다이른 아침에 체크인을 해 주는 것도 고맙고여기 저기 헤매기가 싫었고,또 에어컨이 있다는 말에 짐을 풀었다.



이 작은 도시에서는 제법 높은 6층 건물이라서 6층에 있는 내 방에서의 전망이 아주 멋졌다이 도시의 상징인 돌산의 석굴들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그 동안 밀렸던 빨래가 많아서 빨래방을 찾으러 나갔다시골 도시의 사람들은 이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셔터 올리고가게문을 열고유리를 닦고....판을 펼친 곡물상에는 사람보다 참새가 먼저 찾아왔다.



빨래방은 찾지 못했다더 헤메기가 싫어서 숙소로 돌아와 꼭 필요한 것들을 손빨래로 했다큰 수건으로 물기를 뺀 후방 여기 저기에 널어 놓았다.

'하루 종일 바싹하게 마르겠지.'



도시 어디에서나 보이는 석굴왕묘는 좀 위압적이다도시 가운데에 그렇게나 거대한 잿빛 돌산이 있고 그 중간에 큼직한 묘라니.....날씨가 화창하면 괜찮은데흐려지면 좀 으스스했다.



그 석굴에 오르니 도시의 전망이 근사했다관광객이 거의 없어서 전망이 좋고 바람이 잘 통하는 석문을 가로막고 한참이나 앉아있었다.

'혼자이니 심심하구나.'



돌산의 꼭대기에는 터키의 국기가 조그많게 펄럭이고 있었다성채가 있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올라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갈지 말지 결정을 하지 못하다가 결국 가보기로 했다.



걷기는 무리이고...택시를 탔다지금까지 택시 때문에 좋지 않은 기억들이 많아서확실하게 흥정을 했다. 15리라좀 비싼 것 같지만....난 정말이지 흥정엔 젬병이다바위산 뒤쪽으로 해서 꼬불꼬불 한 참이나 올라갔다. 15리라에서 깎아주지 않는 것을 이해했다택시를 타고 가면서 내려올 걱정을 했다.

"기다려줄까?"

"아니걸어서 내려갈거야."

아무래도 택시가 기다리고 있으면 마음 편하게 구경하지 못할 것 같아서 거절했다물론 돈이 아깝기도 했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입구에는 자동차가 꽤 있었고올라가 보니 가족끼리 친구끼리 연인끼리 많이도 올라와 있었다.

 

이 곳에서 보는 전방은 석굴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달랐다훨씬 웅장하고 시원했다조그맣게 펄럭이는 터키국기는 실제로 엄청나게 큰 것이었다성채는 비교적 잘 정리되고 보존되어 있었다.



터키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들이다산에서 내려가는 길마을 어귀에서 어떤 열매를 다듬던 아주머니들이 있었는데 눈이 마주치자마자 앉으라고 권했다앉기는 했는데....정말이지 할 말이 없었다아주머니들은 터키말 밖에 모르고 난 터키말을 모르고......인터넷 수강신청을 했다가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포기했는데.....내가 왜 그랬을까또 터키어 단어가 적힌 책이라도 들고 올껄....머리를 쥐어 뜯었다.



기차역에 갔다터키여행 인터넷 동호회에서 들은 정보로는 아마시아에서 삼순까지의 새벽기차(5)에서의 일출이 꽤 멋지다고 했다그래서 시도해 보려고 시간이며 티켓을 알아보러 갔었다기차역의 위치를 몰라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성채에 올라가서 금방 알았다.

기차는 새벽 4시 55분과 2시 20이렇게 두 대 뿐이다가격은 4리라이렇게 저렴한 기차가 터키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타보는 거야.' 굳게 다짐을 했다.



기차역으로 가는 길에 보니 시장이 있었다당연히 가봐야하는 거다역시토마토가지고추 등 야채가 가장 많았고 한쪽으로는 옷과 생필품을 파는 곳도 있었다오늘이 정기적으로 서는 장인가보다사람들이 모두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이름도 모르는 모스크에 들어갔다. 규모가 제법 크고 정원도 컸다. 많은 사람들이 정원에서 쉬고 있어서 나도 그 속에 끼어 쉬다보니....바로 앞에 책에도 소개되지 않은 작은 박물관이 있었다.

 

아마시아 1914'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보니 그냥 어둑어둑하다.

뭐지? 잠시 망설이니까....."Night."라고 한 쪽에 있던 여자아이들 중에 하나가 말했주었다.

교실 두 칸 정도 되는 공간 가운데의 유리벽 안에는 아마시아의 1914년의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었고, 관람객이 사방으로 돌면서 구경할 수 있었다.

모형집에서는 조명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지나가 도시 전체가 조명으로 아름답게 빛났다. 또 시간이 지나니까 조명이 꺼지고 전체 조명이 켜지면서 낮의 모습이 되었다. 그런데 낮보다는 밤이 훨씬 아름다웠다.

 



아마시아는 작지만 매우 인상적인 도시이다. 사방이 험한 산으로 둘러싸인 좁은 골짜기를 흐르는 예쉴 으르막(초록 강)을 중심으로 좁고 길게 형성되어 있다. 예쉴으르막을 두고 북쪽엔 하얀 전통가옥지구가 있고 남쪽엔 읍 정도의 번화가가 있다. 예쉴 으르막은 초록강이라고 말하면 참 예쁠 것 같지만 물이 깨끗하게 관리되지는 않는 것 같다.

 

안탈랴나 셀축에서 더위에 지쳐 도착한 아마시아의 날씨는 쾌청 그 자체였다. 좀 건조한 지역인가보다. 따가운 햇살에 비해서 그늘에 들어가면 무척 시원했다. 하늘엔 흰구름이 많았고, 구름 그림자가 전체 산을 밝게 빛나게도 했다가 어둡게 만들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아마조네스가 도시를 세웠다는 전설이 있단다. 어딘가에서 아마조네스의 조각상을 봤는데.....왜 촬영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나도 참 한 박자가 늦은 경우가 종종 있다.


인터넷에서 모두가 강추하던 아마시아. 나도 같은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하루를 더 묵지는 않았다.


------예전에 써놓았던 것을 발견하고 옮겨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