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3일 수요일 - 25일 금요일
하루 종일 사프란볼루로 이동했다. 11:30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은 지루했고, 터키의 속살을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6년 전에도 겨울이었고 더 추웠지만 눈이 내린 풍경을 보며 달리는 길을 아름다웠었다. 도중에 지나는 도시마다 매연이 가득했고, 특히 검은 연기를 뿜어대는 카라뷕은 사람이 살 수 있는 도시가 아니었다.
6:30. 사프란볼루 오토가르에 도착했고, 택시를 타고 전통가옥 마을인 차르쉬로 외곽으로 돌아들어왔다. 금방이라도 멈춰버릴 것 처럼 탈탈거리는 택시, 고객인 나를 지켜주지 못할 것 처럼 지친 늙은 기사, 불빛 하나 없는 시골길, 이 마을에 일주일을 묵으면서 구석구석 다 돌아본 나야 그 길을 아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초행이었다면 잡혀가는 줄 알고 기절했을 듯한 어둠이었다.
아, 사프란볼루의 그 활기를 어디로 가버렸는가. 마을이 유령도시처럼 변해버렸다. 관광객이 모두 가버린 밤이라 그런 것이라 믿고 싶었다.
<박물관 언덕에서 본 차르쉬>
낮에 본 마을도 밤 모습과 차이가 별로 없었다. 6년 전의 그 활기 넘치던 마을은 흔적도 없어졌다. 정치가 시민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이다. 이스탄불 같은 대도시도 보다는 전적으로 관광에 의존하는 이 작은 마을이 받는 영향은 마을 사람들의 표정을 바꾸어 놓기게 충분했다.
<대장간이 몰려 있는 구역>
난 훌륭한 저널리스트가 될 수 없다. 사진을 찍는게 쉽지 않다. 장사가 안되는 집, 삶에 지친 사람들, 예쁜 디자인의 물건들... 이런 것에는 카메라를 들이댈 수가 없다. 그래서 내 사진은 풍경이나 사람의 뒷모습 정도 밖에 없다.
<대장간 골목>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기엔 이슬람국가가 딱 좋다. 여기 터키에는 이스탄불 번화가의 몇 개의 상점을 제외하고는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
<흐드를릭 언덕에서 본 마을>
아침에 식사를 준비해 주던 페로가 물었다.
"왜 한국 사람들이 이젠 여기에 오지 않느냐?"
터키와 러시아와 IS와의 문제가 한국에서는 크게 보도가 되고 있고, 그래서 터키는 현재 위험한 국가라는 생각에 여행 계획을 취소한다는 말을 했더니, 이해하지 못했다.
<저녁 풍경>
저녁이 되면서 집집마다 음식을 하는지, 난방을 하는지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이 연기가 나무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나무 타는 좋은 향이 아니라 매캐하고 머리도 아팠다. 어떤 건물은 시커먼 연기를 꾸역꾸역 뿜어내고 있었다. 계곡 아래에 있는 마을에 연기가 가득 찼다. 내 마음도 우울함이 가득했다.
<까페에서>
카페에서 교사를 희망하는 젊은 여자를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최근 인터넷에서 교사란 직업을 가장 선호하는 나라가 터키와 한국이란 기사를 봤었다. 취업 후 가장 후회하는 직업으로 한국에서는 교사란다. 이해가 되지. 아뭏튼 여러 가지 면에서 터키나 우리나 비슷한 점이 많다.
알리를 만났다. 6년 전 칼라파토올루 코낙호텔에서 일하던 알리는 지금은 사범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하는 학생이 되어 있었다. 그 때에는 영어 공부를 하는게 꿈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그 꿈을 이루어 가고 있었다.
사흘째 되는 날, 호텔 할아버지에게 드릴 선물을 전하고(할아버지는 메카로 순례를 떠나셨단다.) 이스탄불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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