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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터키(2010, 2015)

Again 이스탄불 2

by 그랑헤라 2015. 12. 23.


 2015년 12월 21일 월요일

 BIG BUS 지도를 찬찬히 읽어보니, 티켓 한 장으로 레드코스와 블루코스를 다 탈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오늘은 골든혼의 안쪽으로 들어가는 블루코스를 타야 하는 거다. 거기엔 인터넷에서 전망이 좋다고 하는 피에르 롯티 찻집이 있다고 했다. 

 술탄아흐멧공원에서 서 있는 블루코스 버스의 이층에 자리 잡고 앉았는데, 날씨는 쌀쌀한데 차는 출발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맨 앞자리를 끝까지 고수했다. 

 11시가 넘어서 버스는 출발했고, 월요일임에도 복합한 에미뇨뉴를 지나서 골든혼 쪽으로 갔고, 난 피에르 롯티에서 내렸다. 


<피에르 롯티 언덕은 공동묘지였다.>


피에르 롯티 언덕은 골든혼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공동묘지였다. 

 '아무리 비싸도 저걸 타고 올라가야지.' 

버스 정류장 옆에 케이블카를 보면서 생각하고 갔는데, 이스탄불 교통카드로 탈 수 있는 일반적인 교통 수단인 것이었다. 이걸 관광용으로 하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스탄불을 그렇게 하지 않고 있었다. 



<피에르 롯티 언덕은 찻집 전망과 내부>


 골든혼의 전망은 평범하다. 난 사람들이 북적이는 야외보다는 터키 전통이 살아있는 내부로 들어와서 터키 커피를 한 잔 주문했다. 터키 커피가 맛있는 줄은 잘 모르겠지만, 여기에서는 꼭 먹어야 할 것 같았다. 

 내려올 때는 묘지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피에르 롯티 언덕에 사는 주민들은 종종 걸어다니는 길인 모양이었다. 또한 묘지와 묘지 사이에 좁은 계단이 있어서 가로질러 내려갈 수도 있었고, 난 그 계단을 택했더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 앉았다.

 시티투어 버스에서 내리면서 다음 버스 시간을 물어보지 않았다. 무작정 내려와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영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운이 나쁘면 한 시간도 더 기달릴 수 있는 일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사람들이 있어서 곧 오겠지 생각했으나, 그 사람들은 일반 버스나 돌무쉬를 타고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었다. 한 20-30 분 지났을까? 관광객이 틀림없는 가족 4명이 내려왔고, 또 한참을 기다렸더니 관광객이 더 내려왔다. 


<이집션 바자르 안의 그 유명한 커피 판매점>

<꽃으로 만든 차>

<향료들>


 투어 버스를 타고 졸면서 에미뇨뉴까지 왔고, 이집션 바자르로 가려고 내렸다. 어제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들어가는 것 조차 어려웠는데, 월요일엔 그나마 사정이 좀 나았다. 이국적인 향이 넘쳐나는 곳, 이름도 모르는 향료와 고운 색깔의 꽃차들.... 이 곳은 내가 이스탄불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색깔도 고운 만큼 사진을 찍기도 좋은 곳이다. 하지만 난 훌륭한 저널리스트나 사진작가는 될 수 없다. 물건을 사지도 않을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고 셔터를 눌러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들에겐 삶인데, 나에겐 취미활동. 특히 난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다. 

 

<엄청나게 수익이 좋은 듯한 복권 판매점>


 다시 레드코스의 버스를 탔고, 어제의 코스를 다시 갔다. 그리고 보스프러스 다리 건너에서 정류장에서 내렸다. 이번엔 다음 버스 시간도 물어봤고, 어느 쪽이 위스크달인지도 확인했다. 

 흔히들 아시아 쪽의 이스탄불이 유럽 쪽 보다 어렵다는 말들을 하는데, 보스프러스 해안을 보면 그런 것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 분위기 좋고 여유로워 보이는 레스토랑이 더 많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여기도 여전히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바닷물은 훨씬 투명했으며, 갈매기들의 날개짓은 힘이 넘쳤다. 


<보스프러스 다리 너머 아시아쪽>


 이미 날은 어두워졌고, 투어 버스도 끝날 시간이 다가와서 서둘러 버스를 탔고, 탁심에서 내리는 것으로 시티투어를 마쳤다. 

  어제 문이 닫혀있었던 한식당 '가야'에 다시 가보았다. 다행히 문은 열려 있었으나, 손님이 하나도 없어서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왠지 1인분을 주문하는 것이 너무 미안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김치찌게 1인분을 주문하고 앉아 있으니, 또 다른 한국 젊은이가 들어와서 김밥 포장을 주문했다. 그 사람의 김밥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터키에서 자리 잡고 살기나 요즘 정세 때문에, 아니 정확히는 뉴스 보도 때문에 한국 관광객이 거의 없어서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어려운 점 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그러고 보니 바야돌리드를 떠나서는 거의 입을 닫고 사는 중이다. 이러다가 도인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