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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터키(2010, 2015)

[흑해에서 빈둥빈둥] 아이델 가는 길

by 그랑헤라 2018. 3. 15.

2010823일 월요일 날씨 - 글쎄~하루종일 차만 타서 잘 모르겠다.


흑해로 오니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고 바람이 서늘했다. 긴팔 옷은 두 개밖에 없는데 걱정이었다.

 

환전을 해야했다. 터키의 은행들은 일이 무척 더디다. 빨리빨리 일을 처리하는 우리의 은행을 생각하면 숨 넘어가서 못산다. 난 한산해 보이는 은행에 가서 번호표를 빼들고 은행 밖으로 나갔다. 내가 뽑은 번호는 27, 현재 창구에 있는 번호는 4. 최소한 40분 짜리였다. 번호표를 주머니에 넣고 거리로 나가서 몇 가지 볼 일을 보고 왔다.

 

1리라는 1.92유로였다. 그런데 200유로를 384리라를 주었다. 대박인 거다. 역시 환전은 은행에서 해야하는 건가보다. 지금까지 거리의 환전소에서 쉽게 환전을 했더니 100유로당 적게는 10리라, 많게 는 20리라를 수수료로 냈었다. 숙소로 가서 체크아웃을 하고 기분이 좋아서 택시를 타고 오토가르로 갔다.

 

11 30. 트라브존을 지나 파자르로 가는 울루소이 버스를 탔다.



울루소이버스를 타고 파자르까지 단숨에 가겠다는 내 생각이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버스는 어제의 완행처럼 모든 마을에 다 서고, 길에서도 손만 들면 태워주고, 손을 들지 않았어도 경적을 울려 확인해보고, 다른 도시에서 오는 버스를 기다렸다가 짐도 옮겨 실었다. 더구나 파자르에는 5시에 도착한다고 했다.

 

파자르에서 아이델로 들어가는 마직막 버스시간을 정확히도 모르는데....더구나 인터넷 까페의 정보에 의하면 아이델로 가는 마지막 버스가 5시 전에 있다고 봤기 때문에 조바심이 났다.

 

흑해를 끼고 달린다는 멋진 도로는 출발 후 한 시간도 못되어서 평범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열심히 일하는 버스 안내군을 보는 즐거움으로 지루하지 않게 파자르에 도착했다.

 

오늘 길에 있는 도시인 리제에서는 내리고 싶었다. 리제는 차이의 산지로 매우 부유해 보이는 도시였다. 아이델로 가는 버스가 끊어졌고 파자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리제로 돌아와서 하루를 묵으리라 생각했을 정도로 리제가 마음에 들었다.



파자르 오르가르에서부터는 대략난감 상황이 벌어졌다. 영어도 하나도 안통하고 난 터키말을 전혀 못한다.

"아이델! 아이델!"하고 말하니 폐차장에나 있을 법한 낡은 자동차를 가리키며 타라고 했다. 혼자였으면 망설였을 테지만,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탔기에 함께 탔더니, '아이델, 돌무쉬.'라고 말했다.

 

'뭐야? 이게 돌무쉬야? 이걸로 아이델까지 가는거야?' 걱정을 했더니 돌무쉬 정류장에 내려주었다.

'아하, 이건 세르비스(서비스버스)였구나.'

 

아이델에 대한 정보는 거의 백지 상태였다. 어떤 아저씨가 뭐라뭐라 말하고 아이델을 말했다. 이게 아이델을 간다는 말인지, 뭐라뭐라 말한 그 곳으로 돌아가니 괜찮다는 것이지.....한참을 헤메다가 쳄르헴신이라는 마을을 지나서 아이델로 간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20년 이상이 되어 보이는 돌무쉬에는 15인승 승합차였는데 통로까지 18명이 탔고, 짐까지 가득 실으니 빈 공간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아이델엘 오늘 중으로 들어간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버스는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산길을 달리고 달리고 달려서 산골 마을에 도착했다. 2-3층 높이의 허름한 건물들이 깊은 계곡을 따라 생긴 좁은 도로 양쪽으로 길게 들어서 있었다. 어둠과 부슬비가 함께 내리는 이 검은 마을은 마치 마법사의 마을 속으로 빨려 간 것 같았다. 이 곳이 쳄르헴신이었던 것이다.

 

쳄르헴신에서 돌무쉬는 멈췄고, 아이델로 올라가는 돌무쉬에 짐을 싣고 기다렸다. 건물 앞으로 작은 의자를 놓고 건물처럼 한줄로 앉아 있던 이 마을의 어르신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나를 관찰했고 그 중 한 두 사람은 말을 시키기도 했다. 그 사이에 계곡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안개가 깔리기 시작했다.



30분 정도 기다렸나돌무쉬는 더 깊은 산 속으로 달리고 달리고 달려 비가 부슬거리는 아이델에 도착했다그리고 함께 내린 동네 아저씨의 안내로 비교적 고급스러운 호텔 예쉴바디에 묵게 되었다.


마을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마음에 짐을 놓자마자 산길을 따라 올라갔는데 음식점이 보여서 들어가서 송어구이를 주문했다. 그러고 보니 오르두 오텔에서 아침을 먹은 후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버스에만 있었던 것이었다. 본의 아니게 라마단의 규율을 잘 지킨 하루가 되어 버렸다.


--------------오래된 글이 발견되었다. 그래서 옮겨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