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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포르투갈(2015)

해리포터가 생각나는 중세도시, 포르투

by 그랑헤라 2015. 12. 30.

2015년 12월 6일 일요일 - 7일 월요일


포르투는 바야돌리드에 와서 처음 알게 된 포르투갈의 도시다. 포르투갈의 나라 이름 자체가 여기서 왔다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내가 포르투갈에 간다고 하니, 주변에서 리스본 보다도 포르투를 추천하는 사람이 많았다. 바야돌리드와 포르투를 운행하는 ALSA 버스가 있으니 다녀서 오기로 했다. 

리스본에서 포르투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보이는 마을들도 모두 동화 속 마을처럼 아기자기했다. 그러나 그 예쁜 마을 보다는 남쪽에 있는 리스본에서 북쪽에 있는 포르투까지의 고속도로는 온통 산악지형을 뚫고 돌고 넘어서 간다는 것이다. 

'이 나라가 경제적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네, 이렇게 산악지형에서 무슨 산업을 할 수 있겠어?'라고 포르투갈의 경제를 걱정하면서 갔다.




포르투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오지랖이 넓었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도대체 어디서 이렇게 많은 관광객이 왔는지, 도시 전체가 들썩거렸다. 

일단 묻고 물어서 중심가로 간다고 갔는데, 깎아지른 절벽 아래에 넓은 강이 나타났고 그 강 옆으로 사람들이 엄청나게 다니고 있었고, 양쪽 절벽 위를 연결하는 다리에는 걷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가 중심가가 아니었다. 경찰관에서 물으니, 무슨 천만의 말씀이냐는 표정으로 반대쪽으로 가란다. 점점 어두워지는데, 중심가에서 꽤 떨어져 있는 숙소엘 찾아가는 것이 버스정류장을 찾아다니며 본 광장의 풍경은 마치 다른 세상으로 들어간 느낌이었다. 

'그래, 조앤 K 롤링이 여기에서 살았었다더니, 해리포터의 그 분위기가 이 도시에서 온 거였어.'

하늘은 이미 어두워졌고 중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건물들은 조명을 제대로 하지않아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조명이 형형색색으로 반짝였고 그 아래에는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둘쨋날. 하늘이 흐렸다. 하루 밖에 없는데, 어제의 그 경이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봐야지 하며 일찍 서둘렀다. 아침을 먹으러 내렸갔더니 친구들로 보이는 노부부들이 4쌍이 있었다. 스페인에서 왔단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니, 그 쪽에서도 신기한 듯 이것 저것 챙겨주었다. 

버스요금이 너무 비쌌다. 빨리 교통카드를 사야했다. 어리버리하게 관광안내소를 찾아갔다. 내가 그리 어리버리하지 않는데 간판이 너무 작았다. 교통카드를 사니 교통카드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갈 곳을 여기 저기 알려주었다. 난 집에만 왔다 갔다 해도 본전은 뽑을 것 같은데 그네들의 입장에서는 '쟤가 왜 이 카드를 사지?' 하는 분위기였다. 



관광안내소를 막 나오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하늘을 보니 하루종일 걷힐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내일 아침에 버스를 탈 곳에 가서 확인을 하고(이게 국가간을 오가는 버스정류장이 맞나 의심스러웠다. 그냥 우리 동네 버스 정류장 같은 느낌이다.) 다시 중심가로 오니 빗줄기는 더 강해졌다. 

안내소에서 알려준 대로 어제부터 궁금했던 500번 2층 버스를 타고 해변을 가보기로 했는데, 가도 가도 해변의 끝이 나오지 않았다. 추가요금을 더 받는 것이 아닐까할 만큼 다른 도시까지 연결된 버스였다. 바람을 동반한 비라서 해변으로는 나갈 생각도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이렇게 파도가 심한 대서양을 보는 것으로 만족.



빗줄기가 좀 잦아들었다. 어제부터 궁금했던 그 강변으로 갔다. 예쁜 카페, 맛있어 보이는 레스토랑과 바들이 즐비하게 있었고, 열심히 호객도 하고 있었다. 뭘 좀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이 골목 저 골목을 구경하다 보니 끝까지 갔고, 와이너리가 있다는 강건너로 건너가 보기로 했다. 



꽤 많은 와이너리들이 견학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미 예약 손님이 많아서 오후 늦게나 되어야 내 차례가 온다고 해서 그냥 포기. 난 와인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뭘....

언덕 위에 있는 요새와 같은 곳에 가서 야경도 보고, 오전에는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했던 성당의 첨탑에 올라가 야경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미니쿠퍼 한 대 구입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당 첨탑에서도 확인하고 내려가서도 보니, 영화 해리포터의 마법학교의 모델이 되었다는 서점 렐리에는 문 닫을 시간이 가까워 오는데도 줄이 줄어든 기미가 없다. 밖에서 슬쩍 보니 규모는 작지만 상상력을 자극할 만큼 멋지기는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