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이야기/멕시코(2016)

멕시코시티에 관한 몇 가지 오해

by 그랑헤라 2015. 12. 30.

2015년 12월 29일 화요일

 

멕시코에 도착한 지 이틀이 지났다.  중남미는 처음이고 나에게는 꽤 먼 나라라는 인식이 있는 곳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은 정보로 이 곳을 판단하고 있었는데, 내가 멕시코에 대해 많은 걸 잘못 알고 있다는 게 속속 발견되는 중이다. 

 

 

<소깔로 광장의 크리스마스 장식, 이건 피냐타?>

 

멕시코시티 공항의 입국 절차는 굉장히 까다롭고 번거롭다?

난 멕시코시티 공항에 도착하면 갱영화처럼 총격전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ㅎㅎ 절대 아니었다.

물론 유럽의 나라들 보다는 절차도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입국 신고서도 써야 하고, 세관 신고서도 작성해야 한다. 입국 심사를 할 때, 좀 자세하게 물어보는 것도 맞다. 뭔가 의심스러운 가방은 수화물로 보낸 것 까지도 열어서 다시 확인을 한다. 그냥 스위치를 누르는 것인데 누구는 녹색불이, 누구는 빨간불이 들어오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빨간불이 들어와서 가방을 다시 검사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번거롭다느니 까다롭다느니 말하기 좀 어렵겠다. 내 눈에는 공무원들이 꽤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보였다. 워낙 마약이나 총기 사고가 많은 나라이니 철저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건 우리 나라나 영국도 마찬가지이다. 

 

 

<빨라시오 데 베야스 아르떼스, 예술 궁전?>

 

대기 오염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심각하다? 

그래서 머리가 아프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좀 하고 왔는데, 도착한 날은 밤이라 확인을 못했고, 다음 날 밖으로 나가보니, 쾌청 그 자청였다. 파란 하늘이 투명하게 보였다. 

 

 

<빨라시오 데 베야스 아르테스 앞의 조각상과 고층 빌딩>

 

날씨가 더울 것이다? 위도가 낮은 곳이니 당연히 덥겠지. 라고 생각했으나, 천만에 말씀이시다. 여기는 고도가 2200정도의 높은 지대라서 연중 온화한 기온이란다. 낮에는 26,7도 까지도 올라가는데 그게 두, 세 시간만 그렇고, 바람이라도 산들거리면 바람을 타고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여름에도 그렇단다. 오후에 스콜이 한 번 내리기는 하고, 기온이 30도 까지도 올라가지만 건조하기 때문에 그늘로만 들어가면 덥지 않단다.

어제 오늘 직접 겪어보니 세상에도 없는 복 받은 날씨이다.

 

 

<해질녁>

 

치안이 불안하다? 물론 밤엔 불안하단다. 하지만 낮 시간엔 전해 그렇지 않다. 난 주로 번화가에만 있어서 모를 수도 있다. 더구나 20년 전 첫 해외여행에서 (심지어 서유럽이었다) 복대를 하고 다니기도 하고, 핸드폰과 카메라는 꺼내지도 않았었고, 메트로에서는 잔뜩 긴장해서 온 정신을 가방에만 쏟고 있었다. 그 여행을 마치고나서 내가 너무 바보같았다고 생각이 들었었다. 멕시코시티도 좀 그렇다.  더구나 거리 곳곳을 지키고 있는 경찰들 때문에 내가 있는 센트랄 히스토리컬 지역의 치안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물론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물가가 싸다?

전혀 그렇지 않다. 어학원 등록비는 우리 나라와 비슷한 수준이고, 집세는 청주 보다 훨씬 비싼 듯 하다. 결국 저렴한 비용으로 여유롭게 공부하겠다는 생각은 접고, 최대한 아껴서 평소의 생활 수준으로 살아야 할 듯 하다. 

 

 

 

인구 천만이 산다고 했나? 내가 묵고 있는 센트랄 히스토리코 지역엔 늘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전자상가 밀집 지역엔 걸을 수 조차 없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축제 분위기라 그런 것 같은데, 소깔로 광장에 정말이지 다시 가고 싶지 않을 만큼 사람들이 많다. 그 와중에 경찰관악대는 음악을 연주해 주고, 시민들과 기념 촬영을 해 준다. 겉으로 보기엔 마피아와 연결된 부패 경찰로 절대로 보이지 않는다. 

 

 

 

 

<랩으로 대화하는 젊은이들>

 

빨라시오 데 베야스 아르떼스 부근에는 힙합을 하는 어린 친구들이 모여 담배를 피우며 대화를 랩으로 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주변에 하나 둘씩 멈춰 서서 구경을 하고, 그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둘러싸면 주변에 있던 경찰이 가서 주의를 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랩을 멈추고, 사람들은 흩어진다. 이런 과정이 몇 번이나 되풀이되었다. 

 

 

<빠세오 데 라 레뽀르마>

 

빠세오 데 라 레뽀르마는 멕시코시티의 경제 중심지인가 보다. 현대식 빌딩이 우뚝 솟아 있고, 도로는 넓게 뚫려 있으며 아열대 가로수가 시원하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스페인의 식민 도시였던 히스토리컬 지구만 생각하고 온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한인타운이 있는 소나로사>

 

이틀 만에 어학원에 등록했다. 6개월에 27,000페소, 원화로는 18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절대 싸지 않다니까. 정보가 많다한들 짧은 영어와 더 짧은 스페인어 실력으로 다른 곳을 알아보기도 힘들어서 한인타운에 있는 곳을 선택했다. 여기서 정착한 사람들과 교류가 있으면, 아무래도 내가 어려울 때, 의지할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지역을 뭐라 한다고 했더라... 또 잊어버렸다. 아뭏튼 안전한 지역이라고 하고, 도로에 가로수가 웅장한 곳이 많다. 그래서 방세도 비싸다고 한다. ㅜ.ㅜ

이미 저질러 버린 일. 이젠 돌이킬 수 없다. 그냥 열심히 재미있게 생활하는 수 밖에.

 

 

<유럽에서 흔히 보는 공용자전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