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24일 목요일
Museo Soumaya. 인터넷에서 우연하게 발견했다. 지난 주에 갔다가 완전 딴 세상이라 화들짝 놀랐었다. 아무 생각없이, 아무 준비없이, 그리고 일행도 있어서 꼼꼼하게 관람할 수 없었다. 오늘, 다시 찾아갔다.
차풀테펙에서 메트로 콰뜨로 까미노스로 가는 까미욘 탔다.
"소우마야 박물관에 도착하면 알려주세요." 그리고 기사 옆 가까운 자리에서 앉았다. 뽈랑꼬는 참 아름다운 동네다. 사실, 멕시코시티에서는 가장 부유한 곳 중의 하나라서 안전하고, 발전적이고 쾌적하다. 거리에 나무도 많고 하카란다도 많이 피어 있었다.
건물 자체의 모양도 독특하고, 반짝이는 육각형판이 연결된 건물의 외관이 상당히 미래적이어서 큰 건물은 아니지만 시선을 사로잡는다. 큼직한 뭉게구름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그 사이에 햇살이 눈부신 오늘 같은 날은 주변의 유리소재 건물들과 어울려서 시시각각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 옆에 있는 건물에 붙어 있는 뮤지컬 라이언 킹 공연 안내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바로 여기였던 것이다. 멕시코시티를 떠나기 전에 꼭 한 번 보고 싶은 뮤지컬 라이언 킹, 부담스런 가격으로 아직은 눈독만 들이고 있는 라이언 킹.
부활절 휴가 기간이라서 이 동네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다행히도 바로 앞에 있는 아쿠라리움에 가는 가족들이 많은 것이고, 박물관엔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다. 줄을 서 있는 동안에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코스프레 언니들의 친절한 안내가 있었다.
박물관 관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6층부터 시작하고, 내부 벽 쪽의 경사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차례로 관람하는 것이 좋다. 건물의 내부는 생각보다는 단순한데, 넓지 않은 공간이니 그게 더 효율적이리라.
6층은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주로 달리, 로댕, 끌로델 뭐 이런 사람들의 작품이 그냥 널려있다고 말할 정도로 많다. 철골 구조의 천정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작품들을 보면 그냥 작가의 작업실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박물관은 카를로스 슬림의 박물관이고, 6층은 특별하게 그의 아들과 딸의 이름을 따서 만든 전시장이다. 이름은 잊어버렸다. 세계 1, 2위 하는 부자라 그런지, 박물관 입장이 무료라서 좋기는 하다. 거리마다 골목마다 있는 OXXO라는 편의점도 슬림네 계열이란다. 동네상권까지 점령한 재벌의 쪼잔함. 가능하면 OXXO에는 가지말아야지 생각하지만, 이거 말고는 거의 없다.
5층은 베네치아전이다. 특별전인지는 모르겠는데, 모든 그림이 베네치아를 그렸다. 중간 중간에 베네치아 관련 영상도 보여주고, ‘오, 솔레미오’도 하루 종일 들린다.
‘슬림이 베네치아를 엄청 좋아하는가 보다. 그럼 거기에 집도 한 채 있겠네?’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구경을 하나보니, 베네치아에 다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4층으로 내려오면 근대미술전이다. 고흐, 샤갈, 르누아르, 루오, 모네, 드가 등등 미술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번쯤은 들어본 유명한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과 멕시코 화가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슬림이 아무리 재력이 빵빵하다 해도 그 화가들의 유명한 그림들은 구할 수 없었나보다. 그렇겠지, 누가 고흐의 해바라기나 자화상을 팔겠어?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실제 풍경과 똑같이 만든 멕시코 작가의 작품인데 재료가 나무란다. 얇게 켜고, 톱밥 같은 것을 붙여서 만들었다. 작품성은 별로지만 정성이 갸륵하다.
이 곳의 그림들은 ‘어? 이게 고흐의 작품이야?’ 하고 다시 봐야할 정도의 초기 작품들이 많다.
스페인 발렌시아의 눈부신 해변을 그린 소로야의 그림 속 바다는 칙칙했고, 1884년의 고흐 작품은 분명 ‘감자 먹는 사람들’과 비슷한 시기의 그림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엉성해 보였다. ‘내가 안목이 없는 거겠지.’ 하기엔....뭔가 아쉽다.
3층은 종교, 카톨릭과 관련된 전시관이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그래도 돌아보았다. 피 흘리는 크리스트 조각상이나 어색한 비율의 아기 예수 조각상은 확실히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중간 중간에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도 있었다. 성화를 많이 그린 엘 그레코나 젠틸레스키나 루벤스 그리고 브뢰헬의 풍속화는 여기에 있다.
톨레도의 엘그레코의 집에서는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이 곳에 있는 엘그레코의 그림들은 모두 눈물이 글썽글썽한 여성스런 모습들이었다. 똑같은 성 페드로인데.... 성 페드로의 눈물과 성페드로의 참회면 같은 상황 아닌가? 그런데 화가에 따라 느낌은 참 다르다.
2층은 아시아의 상아전? 뭐 이런 이상한 전시회다. 코끼리 상아를 이용해서 조각을 한 것이 주로 전시되어 있는데, 우리 나라의 작품(?)은 없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1층은 동전, 훈장, 기념 우표 등등 잡다한(?) 것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난 별로 관심이 없어서 가볍게 패쓰했다.
밖으로 나오자 옆에 있는 또 다른 미술관이 눈이 띄었다.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현대미술관이란다. 건물 자체도 꽤 유명한가 보다. 다음엔 여기다.
버스를 타기 위해 돌아오는 길의 전깃줄에 걸려있는 운동화도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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