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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멕시코(2016)

짧은 하루 긴 여행, 떼뽀쏘뜰란(Tepotzotlan)

by 그랑헤라 2016. 3. 14.

2016313일 일요일

 

멕시코시티 한국문화원에서 알게 된 그 언니가 (, 그러고 보니 이름도 모른다. 가끔, 잠깐 동안이지만 서로 모르는 게 있으면 가르쳐 주고, 여행이나 공연 정보도 얻는데.... 내가 참 무심하다. 화요일에 만나면 꼭 이름을 물어봐야지.)  떼뽀쏘뜰란에 대해 알려주었다. 가깝고, 예쁜 마을이란다.

북쪽에 있으니, 센뜨랄 데 아우또부스 데 노르테를 찾아보면 되겠지.’ 인터넷으로 버스 시간을 알아보니떼뽀쏘뜰란행 버스가 엄청 많았다.

 

아침 830. 하얀 커튼을 뚫고 햇살이 무자비하게 쏟아졌다. 하루 일정이지만 여행을 가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 샤워는 고사하고 머리도 감지 않은 상태로 얼굴에 물만 조금 묻히고, 빵 하나 뜯어 먹고, 짐을 챙겼다.

카메라를 꺼냈다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스위치가 ON으로 되어 있었다. 나에게 카메라 없이 여행을 하라는 것은, 젊은이들에게서 핸드폰을 뺏는 것과 같다. 오늘 하루 사용할 만큼만 40분 정도 충전을 했다.

 

가깝고 작은 마을이니까, 금방 다녀오면 돼.”하고 중얼거리며 10시가 넘은 시간에 집을 나섰다. 그리고 1115분 프리메라플러스 버스를 탔다. 버스는 금방 무질서하게 쌓아올려진 건물들이 들어선 거리를 달렸다. 주변의 모습과 산중턱까지 빼곡하게 들어선, 아무런 외부 장식이 없는 시멘트블럭집들을 보면서 멕시코의 많은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빈부의 격차를 다시금 실감했다

 

 

 

 

떼뽀쏘뜰란은 다른 도시로 가는 왕복 6차선 도로가에 있는 터미널이 있다. 주변은 온통 자동차와 공장 뿐이었다.

센트럴에 가려면 어떻게 해요?” 주변에 있는 경비원에게 물어봤다.

택시 타고 가세요.”

택시는 저 같은 관광객에겐 너무 비싸게 불러서 안돼요. 까미욘(작은 버스)은 없어요?”

 

경비원은 직접 터미널 밖에 있는 길가에 데리고 나가서 까미욘 보다 더 작은 승합차인 콤비를 세워서 태워주었다

 

 

 

무슨 예쁜 마을이 있을까 싶었는데, 조금 들어가자 단층의 노랑에 가까운 주황색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공예품을 파는 예쁜 가게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곧 레스토랑과 호텔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센트럴에는 이미 활기가 넘쳤다. 우선 예쁘다고 소문이 자자한 교회로 갔다. 교회 앞에도 이미 많은 상인들이 진을 치고 있었지만, 교회 문은 닫혀있었다.

이 교회는 일요일에는 관광객들에게는 개방되지 않나요?” 이렇게 폼나게 물어본 건 아니고, 이런 의도를 가지고 물어봤다. 미사 중에는 관광객을 받지 않는 곳도 있으니까...

“1시에 콘서트가 있어서 준비 중이예요.” 그래 일단 물어보면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해.

잠시 광장에 펼쳐진 시장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배가 좀 고팠지만, 공연이 끝나고 먹기로 했다

 

 

 

 

 

공연은 기타와 성악이었고 당연히 무료였다. 감성과 이성의 조화라고나 할까? 무척 감성적으로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는 테너의 열정에 비해, 특별하게 훌륭한 연주가 아닌 기타는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였다. 하지만 기타리스트는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연주를 했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꽤 훌륭한 공연을 보게 되다니 이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오후가 되면서 바람이 불었고, 연을 파는 사람은 호황이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광장이지만 그 사이를 뚫고 다니면서 연을 날리는 아이들은 신이 났다. 광장 건너편에도 거리가 제법 있었고, 시장까지 있었다. 시장은 주로 식당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이미 사람들이 가득했다

 

 

 

 

 

 

 

 

 

뽀쏠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멕시코 음식이다. 우리 나라 육개장과 비슷하다. 밥 대신에 굵은 흰옥수수를 넣어 끓인 고깃국이다. 요즘은 타코 보다도 깔도나 뽀쏠레를 자주 먹게 된다. 마실 것으로는 앞에 연인들이 마시고 있는 것을 주문했는데(이름은 잊어버렸다.), 맥주에 레몬을 짜넣고, 컵 주변에 칠레를 발라주었다. 보기도 별로지만 맛도 너무 시큼했다. 왠만하면 먹는 것은 남기지 않으나, 맥주를 남기고 나왔다

 

 

 

 

 

시장 옆 광장은 야외공연장이었고, 예외없이 민속춤 공연이 한창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추는 춤이 멋진데, 여기 공연은 2-3명만이 춤을 추니 좀 재미는 없었다. 그래도 이 마을에서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듯 했다

 

 

 

 

 

 

 

 

 

 

 

 

 

이 마을로 들어올 때 타고 왔던 콤비의 기사가 여기 박물관이 멋지다고 했다. 일단 가봤다. 교회 옆에 있었다.

이 박물관은 종교 박물관이예요? 아니면 역사 박물관이예요?”

역사 박물관입니다.” 앞에서 관리를 하시는 분이 적극적으로 들어가 보라고 했다.

65페소. 쫌 비싸다고 생각했으나, 일단 들어갔다. 멕시코의 역사를 시대 순으로 잘 정리하고 설명해 놓았다. 물론 설명을 읽을 수 없는 나는 빠르게 진행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넓은 곳이라 2시간 가까이 돌아보았다.

 

 

 

스페인 정복 시기의 전시장. 스페인 군대가 사용하던 총과 아스텍인들이 사용하던 흑요석 무기가 함께 전시되어 있다. 전쟁을 해도 포로를 죽이지 않고 산 채로 잡는 아스텍인들에게는 흑요석 방망이 정도면 충분한 무기였다고 한다. 물론 산 채로 잡는 것은 인신공양을 위한 일이라 어차피 포로는 살아있는 상태로 심장이 꺼내져 죽게 되지만 말이다

 

 

 

 

 

이 곳은 수도원이라기 보다는 궁전인 것 같았다. 아까의 그 아름다운 교회는 수도원의 한 부분인 뗌쁠로 데 산 프란시스꼬 하비에르이다. 그리고 수도원은 교회를 포함한 전체를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원의 파티오도 멋지고, 밖에서는 알 수 없는 멋진 정원도 가지고 있다

 

 

 

 

 

 

 

다시 광장으로 나왔고, 슬슬 거리 구경을 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콤비를 타러 갔다. 굉장히 낡은 까미욘이 다가왔다. 멕시코시티의 메트로 시작점인 로사리오역으로 가는 까미욘이었다. 15페소란다. 저렴한 가격에 유혹을 느껴 잠시 망설였지만, 너무 낡은 까미욘이라 타기가 망설여졌고 그 사이에 까미욘은 지나갔다. 이게 엄청난 실수였음은 한 시간도 채 되지않아서 알게 되었다.

 

 

 

 

 

 

 

 

 

 

 

 

 

 

 

터미널로 가는 콤비를 탔는데 터미널을 조금 지나친 반대쪽 육교 아래에서 세워 주었다. 함께 내린 몇 사람과 같이 무서운 육교를 건너 터미널로 갔다.

멕시코시티 한 장 주세요.” 그런데, 멕시코시티로 가는 버스가 없단다. 멕시코시티 옵세르바토리오로 가는 버스가 한 대 있단다. 그런데 90페소란다.

올 때에는 북부터미널에서 42페소로 왔는데요?” 맞단다. 그런데 가는 것은 없단다

'헐, 이게 뭐야?' 

다른 회사도 모두 없다고 했고, 택시를 연결해 주는 곳에서 반대쪽으로 가면 버스 타는 곳이 한 군데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택시를 타고 그리로 가라고 했다.

밖으로 나와, 출발하려는 콤비를 붙잡고 반대쪽 버스 타는 곳엘 가느냐고 물으니, 일단 타란다. 그리고는 공장들이 즐비한 공업단지 비슷한 곳 끝까지 가면서 사람들은 내려주고, 돌아나와서는 아까 콤비가 세워주었던 곳 보다도 훨씬 먼 곳에서 내려주었다. 사실 공단 쪽으로 가면서 손님들은 하나 둘 내리고 마지막에 나만 남았을 때는 엄청 불안했다. 잡혀가는 건 아닌지, 가방을 뺏기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기사에게 자꾸만 말을 걸었다. 

 

임시버스정류장 같은 곳에 내렸다. 그런데 거기에서는 내려주기만 하는 곳이지 탈 수 없다고 했다대략난감. 나와 같은 처지의 두 여자가 있어서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옆에 있는 택시아저씨가 뭐라고 뭐라고 설명을 하는데... 잘 모르겠는데... 부에나비스타(요거 우리 집이랑 멀지 않은 곳이다.) 80페소.. 막 이랬다. 다시 물어보니, 80페소에 어디까지 가고, 거기에서 부에나비스타까지 가는 기차를 타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 여자들과 함께 타려고 했더니, 다른 택시를 함께 타자고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그 여자들은 벌써 택시를 전화로 불러 놓은 상태였다. 그러면서 아무 택시나 막 타려고 하는 나를 좀 한심하게 바라보는 것 같았다. 이 언니 중에 한 사람은 중간에 집이 있어서 내렸고, 또 다른 언니와 나는 SUBURBANOS라는 장거리 메트로역인 레체리아로 갔다. 함께 과나후아토에 다녀오는 길이라는 이 언니는 티켓 끊는 방법을 알려주고, 기차를 타는 곳도 알려주고는 나와 반대쪽으로 갔다. 조심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언니들은 레즈비언쌍이었다. 셋이 나란히 택시 뒷좌석에 앉았었는데, 내가 옆에 있던 말던 둘이 가볍지만은 않은 뽀뽀를 해댔다. 이럴때면 꽤나 똘레랑스한 나조차도 어색해진다. 멕시코는 동성애에 대해서 상당히 개방적이다. 그래서 길이나 공원에서도 동성끼리 애정을 나누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결혼 박람회 같은 포스터에는 남남, 여여, 남녀 커플을 상징하는 도안을 나란히 사용한다. 그 자유롭다는 암스텔담에서도 보지 못했던 자유로움이다.

 

 

 

 

수부르바노스는 매우 쾌적한 교통 수단이다버스보다도 훨씬 빠르게 부에나비스타역에 도착했다월마트나 바스콘셀로 도서관에 갈 때 지나다녔던 부에나비스타가 바로 이 교통수단의 종착역이었던 것이다택시비 30페소수부르바노스 28.5페소버스비 보다는 더 비쌌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이번에는 운이 좋았다좀 더 안전하게 여행을 해야겠다

 

* 4년 후 다시 멕시코시티를 방문했을 때 알게 된 사실은 떼뽀쏘뜰란은 두 곳이 있다. 관광지로 유명한 곳은 멕시코시티 남쪽, 꾸에르나바카 근처에 있는 산속 유적지이고, 내가 간 곳은 멕시코시티 북쪽에 있는 작은 도시였다. 결국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