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8일 일요일
나이가 좀 젊었을 때에는 호스텔을 주로 이용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잠은 편하게 자자'라는 생각에 몇 년 전부터는 호텔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젠 일도 하지 않고, 또 멕시코시티에서의 생활비가 만만치 않아서 알뜰한 여행을 해야했다.
싱글룸이라고 하지만 200페소의 저렴한 가격에, 아침도 주는, 스웨덴 감옥보다 열악한 호스텔에 묵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씨리얼과 토스트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촐룰라로 가는 버스를 타는 터미널로 걸어갔다.
7.50 페소를 내고 버스 안으로 들어가니, 버스 밖에서 인사를 했던 아저씨가 자기 옆에 앉으라고 손짓을 했다. 이 아저씨 역시 거의 가이드급이었다. 30분 정도의 짧은 이동 후에 촐룰라에 도착했고, 아저씨를 따라서 소깔로로 갔고, 그 아저씨는 관광안내소에서 지도도 얻어주고, 멕시코시티로 가는 버스를 타는 곳과 banamex 은행의 위치까지 친철하게 알려 주었다. 혼자서도 잘 하는데...
촐룰라는 건물들이 색색이 예쁘게 칠해져 있어, 마치 놀이공원의 상가와 같은 느낌이었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었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서 거리가 한적했고, 음식점이나 상가에서는 관광객을 맞은 준비가 한창이었다.
어느 거리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예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곳이다.
2월 말, 봄기운이 완연하고, 여기 저기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오후에는 덥기까지....
ZONA ARQUEOLOGICA. 촐룰라를 유명하게 만들어 주는 피라미드가 있는 곳으로 걸었다. 뜨거운 오후에 팔 챙 넓은 모자를 들고 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도 이 마을에서는 여유로워 보였다.
피라미드가 있는 구역으로 가니, 저 언덕 위에 교회가 먼저 보였다. 꽤 높아 보였다.
'정오에 가면 더워서 힘들겠다. 저기 먼저 가야지.'하고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 높지는 않은데, 무릎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 아프기 시작할 나이이긴 하지만, 무릎이 먼저 아파오는 건 문제가 있다. 아직 가봐야 할 곳이 쌓여있는데.
산타 마리아 토난친틀라, 맞나? 언덕 위에 올라서 바라보는 촐룰라는 생각보다는 큰 도시였다. 멀지 않은 곳에 연기를 뿜고 있는 포포카테페틀산이 있으나, 옅은 안개와 구름이 산을 감싸고 있어서 화산산은 아쉽게도 볼 수 없었다.
촐룰라에 대해서는 피라미드에 대한 말만 듣고 와서 사실 어디를 가봐야 할지 아무 계획이 없었는데,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니 몇 군데 가보고 싶은 곳이 보였다. 하지만 어떤 교회는 너무 멀리 있었다.
내려 오는 길에 좌판을 펼친 할머니 옆에 앉아서 잘 익은 무화과와 메뚜기 볶음(할머니가 담고 있는 메뚜기 볶음이 내꺼다.)을 사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멕시코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우리 나라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호객을 좀 해주었다. 그 사람들이 내려오면서 사 먹었을지 어땠을지는 모르겠다.
언덕 위에서 피라미드의 위치를 봐두려고 했는데, 어디가 피라미드인지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했다. 내려올때는 다른 길을 선택했고, 내려오다 보니 피라미드로 들어가는 문이 있었고 일요일이라서 무료였다. 아싸~~.그리고 바로 깨달은 사실, 이 언덕 자체가 피라미드인거야!!!!!
따끈따끈한 날씨와 살랑거리는 바람이 발걸음을 점점 느리게 만들었다. 마음 같아서는 나무 그늘에 누워 한나절 뒹굴거리고 싶었다.
이 곳의 피라미드는 세계에서 첫번째인가 두번째로 큰 규모였던 것이다. 현재형이 아니라 과거형이고, 지금은 테오티우아칸 처럼 완전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언덕 위에 있는 교회 역시 문화재라서 섣불리 발굴할 수 없고 그 주변 언저리만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거의 반바퀴를 돌았을 때 경사가 가파른 계단이 있었다. 위의 제단 부분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친절하게 줄도 매어져 있었지만 난 과감하게 포기했다.
버스 안에서 안내를 해준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피라미드 안으로도 들어갈 수 있다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잘못 알아들었나?' 거의 한바퀴를 다 돌아보았으나. 결국 못찾았다.
옆에 있는 박물관으로 갔다. 피라미드와 관련된 자료를 전시하는 작은 박물관이었다.
'이건 뭐지?' 들어가자마자 나오는 피라미드의 모형을 보고 혼란에 빠졌다. 피라미드 위에 교회를 만들었다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피라미드 속에 또 다른 피라미드는 무엇이고, 저 높이가 맞춰지지 않는 계단들은 다 뭐지????
옆에서 단체로 온 관광객을 상대로 설명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난 전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단지, 이 곳에서 나온 유물들이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문양과 색깔을 가지고 있구나하는 감탄만 하고 나왔다. 언듯 설명서를 보니 이 곳은 톨텍인들이 만든 문화인 것 같았다.
내가 얼마나 준비없이 다니고 있는지를 알았고, 돌아와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이 곳의 피라미드는 서기 200년 경에 올멕인이 최초의 피라미드를 만들었고 그 위에 또 만들고, 또 만들고...왜? 지진으로 무너져서? 그건 모르겠다.
어쨌거나, 네번째와 다섯번째의 피라미드는 톨텍-치치멕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고, 꼬르떼스가 이 곳을 정복하면서 사람들을 무더기로 살해하고 또 피라미드 위에 언덕을 만들고, 거기에 카톨릭 교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에 보니, 피라미드의 내부를 들어갈 수 있었다. 난 못 찾았는데, 그게 어디였지? 다시 가봐야하나? 역시, 아는 것이 힘이랬다.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이 다니니 답답하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했다.
피라미드로 가는 길에 보았던, 벽화가 요란한 작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인테리어도 토속적이고, 음식도 전통식이라고 해서 들어가보니, 안쪽에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있었고, 이미 사람들이 가득 앉아 있었다.
이 곳에서 유명한 몰레와 구아바즙을 넣은 요구르트를 주문하고 밖을 구경하는데, 옛날 방식의 우유통에서 우유를 담고 있는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다. 멀리서 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이 아저씨는 작은 용기에 옮긴 우유를 들고 내가 앉아 있는 식당으로 들어와서 우유를 배달하고 나갔다.
'아, 이 식당이 진짜 유기농이고 자연식인거 맞나보다.'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만족해 했다.
음료수는 상큼, 달콤, 시원했고(라씨와 거의 똑같은 맛이다.), 몰레는 보기와 달리 맛은 거부감이 없었지만(메뚜기 볶음도 먹는 내가 거부감이 있는 음식이 뭐가 있겠냐만은) 계속 먹고 싶은 맛은 아니었다. 멕시코 사람들은 몰레를 엄청 좋아하는 것 같은데....
언덕 위에서 보았던 까삐야 레알을 갔다. 한 울타리에 크고 작은 예배당이 몇 개가 있는 곳인데 그 중에서도 레알예배당은 꼬르도바의 메스끼따를 생각하게 했다.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스페인의 여행을 다시 받은 모습이 확실하다.
소깔로 광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적했던 오전과 달리 광장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소박한 놀이기구와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과 꼬마 기차까지... 사람들의 얼굴이 날씨 만큼 화창했다.
이 곳, 촐룰라에서는 급할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피라미드 외곽에 있는 많은 축구장에서는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가득했고, 광장은 광장대로, 시장은 시장대로 매우 밝고 경쾌했다.
그러고 보니 촐룰라에서는 동전을 구걸하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원주민인 듯 보이는 사람들도 대개는 축제를 즐기러 가족들과 나들이를 온 것 같은 차림이었다. 그래서 이 곳에 더 밝아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촐룰라에서 멕시코시티로 직접 오는 버스에 대한 정보를 어제 버스표를 사면서 알았고, 그 버스를 타기로 마음 먹었다. 몇 번을 묻고 물어서 센트랄에서 몇 블럭 떨어진 곳에 있는 버스회사의 정류장을 발견했다. 요금도 120 페소. 올 때 보다 훨씬 저렴하고, 작은 마을을 몇 개 들러서 와서 지루하지도 않았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물어 물어 다녀온 푸에블라와 촐룰라. 그런 여행이 가능한 내 자신이 조금은 대견하게 생각되었다.
'여행 이야기 > 멕시코(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해해서 미안해, 똘루까. (0) | 2016.03.07 |
---|---|
메르까도 마르띠네스 (0) | 2016.03.05 |
스페인 냄새가 진하게 나는 푸에블라(PUEBLA) (0) | 2016.02.29 |
신들의 도시 테오티우아칸 in 멕시코 (0) | 2016.02.21 |
국립역사 박술관과 차풀테펙성 in 멕시코시티 (0) | 2016.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