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7일 토요일
이제 주말에 멕시코시티에 있는 것은 좀 지루하니 가까운 다른 동네를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첫번째로 선택받은 곳이 푸에블라이다. 가깝고, 주말에 날씨가 좋지 않다는 멕시코시티와 북쪽 도시들과는 달리 푸에블라의 날씨 예보는 맑음이었다.
멕시코시티에는 4개의 버스터미널이 있고, 사방으로 가는 방향에 따라 터미널의 위치가 정해진다. 동남쪽에 있는 푸에블라를 가려면 메트로 B의 San Lazaro역에 있는 터미널 TAPO로 가야 한다. 이제 간단한 묻고 답하기는 제법 잘하는 나는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푸에블라 가는 버스편을 묻기부터 시작했다.
5분도 기다리지 않는 출발하는 9시 30분 버스표(196페소)를 샀다. 버스에 올라타는데, 음료수도 선택하고, 이어폰도 주고, 쿠키와 견과류도 주고 거기다가 인터넷도 되는 버스였다. 집에서도 안되었던 인터넷을 멕시코 버스 안에서 하다니.... 감격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더 자세히 알아 보고 저렴한 버스를 탈 걸 하는 후회도 좀 되었다.
옆에 앉은 아저씨는 거의 가이드급이다. 가 볼 만한 곳, 터미널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방법 등을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물론 난 중요한 정보만 알아들었다.
"숙소는 정했어?"
"아뇨, 아직. 센트랄에 있을지, 버스터미널 부근에 있을지, 아니면 촐룰라로 가서 묵을지 아직 몰라요."
"센트랄이 제일 좋아. 어느 정도를 예상해? 1000페소?"
그러더니 호텔 사이트를 찾아서 보여주었다. 1000페소는 내 총여행경비 보다 비싼 금액인데...
(나는 결국 스웨덴 감옥보다 못한, 200페소짜리 호스텔 싱글룸을 찾았다.)
시외버스에서 내려 센트랄로 가는 작은 버스를 타러 가서도, 시내로 놀러온 학생들의 도움으로 어려움없이 센트랄까지 따라 갔다.
센트랄 히스토리코로 가는 거리 입구에서부터 분위기가 남다른 곳이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록이 되어 있다고 하더니 역시, 그럴 만한 곳이다. 멕시코시티에도 없는 관광안내소가 소깔로와 또 다른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일단 들어가서 지도를 받고, 볼 만한 곳과 묵을 만한 호스텔과 촐룰라 가는 방법까지 알아내고 밖으로 나왔다.
도시의 거리 거리에 역사의 흔적이 물씬 풍기는 건물들이 즐비하다. 소깔로 주변 뿐만 아니라 조금 멀리 떨어진 곳 까지도 그렇다.
그러고 보니 여긴 멕시코의 느낌 보다도 스페인의 어느 소도시의 느낌이 훨씬 많이 나는 곳이다. 관광객도 백인들이 주로 많고, 소깔로 주변의 레스토랑의 테라세에는 손님이 북적거렸다. 멕시코의 분위기는 음악을 연주하는 마림바 정도.
1532년에 푸에블라 데 로스엔젤레스라는 이름으로 해발 2162m 산악 평지에 만들어졌단다. 오는 길에 연기를 뿜고 있는 화산산도 있다. 그런데 1862년에 이그나시오 사라고사 장군이 프라으군을 격퇴한 후에 푸에블라 데 사라고사라고 불린단다.
역사적인 건물과 거리가 많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코메르시알은 꽤 현대적인 곳도 있었다.
거리를 천천히 산책하며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즐거운 곳이다. 난 아스텍 박물관이 있다는 곳을 물어 물어 찾아갔는데, 그 곳에 박물관은 그림자도 없었다. 이런, 관광안내소에서 자신있게 표시해 준 곳인데....
숙소를 정하고, 가방에서 조금이라도 무게가 나가는 물건을 빼 놓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푸에블라에는 성당이 엄청 많다. 거리 사진을 찍으려면 하나의 성당 첨탑은 거의 모델로 등장을 하게 된다. 성당이라면 멕시코시티에서도 많이 봤으니, 젤 중요한 센트랄 까떼드랄이나 가봐야지 하고 들어갔다.
멕시코시티의 까떼드랄처럼 검은 화산암으로 만들어진 성당은 특별한 느낌이 없었기 때문에 별 기대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와!" 확실히 달랐다. 훨씬 산뜻하고 화려하고 깔끔하고....그랬다. 굉장히 토속적인 느낌의 멕시코시티의 성당들과는 달리 이 곳은 거의 스페인의 성당과 똑같았다. "문화는 그 지역의 독특한 자연과 생활을 반영하기 때문에 우수하고 말고를 말할 수 없는 거야."라고 말을 하면서도 이 곳의 산뜻한 분위기가 더 마음에 드는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지?
산토 도밍고 성당에도 들어가 보았다. 이 곳도 마찬가지로 산뜻하다. 더구나 까삐야 로사리오의 화려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도가 넘치는 화려함. 이게 스페인의 츄리게라 양식인가? 그런데 스페인의 츄리게라 양식의 건물에서 느껴지는 거부감이 없다. 금칠을 한 화려한 장식들이 그저 아름답게만 보였다.
관광안내소에 받은 지도 구석에 있는 도서관 내부의 모습을 보고, 물어 물어 찾아갔다. 거리 표지판이 묘하게 되어 있어서 길을 좀 헤멨으나, 이젠 걱정이 없다. 무조건 아무나 붙들고 물어보면 되는 거다.
몇 십분 전에 폴리네시아 춤 공연을 잠시 보고 나왔던 문화센터 2층이 도서관이었다. 괜히 주변만 뺑글뺑글 돌아가 다시 돌아온 꼴이었다.
Palafoxiana 도서관. 엄청 오래된 책을 모아둔 도서관으로 규모가 크지는 않은데, 책의 가치를 생각하면 25페소만 받는 것은 너무 약소한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는 책들이지만, 오래된 종이 냄새를 맡으며 한 바퀴 돌아보고 나오니, 입구에서 표를 받던 젊은이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란다.
이 책들을 보는 사람들이 있느냐니까, 연구 목적으로는 볼 수 있단단. 또한 언제 출판된 책들이냐니까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책들이란다. 16이라고 했나? 17이라고 했나? 모르겠다. 잊어버렸다. 그런 것 보다는 그 젊은이와 차 한 잔 마시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정도의 훈남이었다.
그냥 거리 구경하며 걷다 보니 공예품을 파는 커다란 시장이 나왔다. 이게 바로 La Parian 시장 이었다. 내가 푸에블라에 간다니까 Agustin이 사진 몇 장을 보내주었는데 그 중에 있던 곳 이었다. 전통적인 흰색의 색색이 수를 놓은 블라우스와 테이블보 그리고 특히 이 고장의 유명한 도자기를 파는 곳이 많았다. 사고 싶은 것은 많으나, 집에 돌아갈 때를 생각해서 짐을 늘리면 안되었고, 또한 돈도 여유가 없어서 작은 자석 몇 개만 샀다.
포솔레리아. 포솔레를 간판으로 건 식당은 처음 보았다. '분명히 포솔레가 맛있겠지' 하고 찾아갔다.
이런!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었고, 가끔 종업원이 나와서 다음 사람을 불러 들였다. 여기서 기다릴 정도의 먹고 싶은 건 아니었다. 조금 더 가보니 인터리어가 토속적이고 예쁜 식당들이 많았고, 아주머니가 호객을 한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포솔레. 고기와 하얀 옥수수를 넣고 푹 끓인 음식이다.
하얀 거 줄까? 빨간 거 줄까? 닭고기 올려줄까? 돼지고기 올려줄까?
빨간 것과 돼지고기를 주문했더니 내장탕과 같은 음식이 나왔다. 하얀 것은 순대국밥 느낌일까?
그러는 사이에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다. 이 곳의 야경도 예쁘다고 들었다. 온 길을 다시 되돌아 가면서 은근한 야경을 감상하면서 소깔로로 갔다. 소깔로는 낮 보다는 밤이 더 활기찼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젊은이들 무리, 많은 관심을 모아서 공연 중인 만담 비슷한 공연 등...
1박을 하기로 결정하기를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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