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5일 토요일
2달 동안 멕시코에 살다보니, 조금씩 물정을 알아가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도시 구조이다. 버스터미널은 중심가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위치해 있고, 그 주변은 그리 쾌적하지 않다. 도시는 소깔로를 중심으로 발달되어 있고, 콜로니알 건축물들이 주변에 늘어서 있다.
멕시코에 도착한 후 2주만에 갔었던 똘루까. 버스 정류장 주변만 보고 실망을 하고 돌아왔었던 적이 있었다. 최근에 뭔가 더 있을 것 같아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역시나, 중심가는 따로 있었다.
그래서 똘루까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하루 짬을 내서 잠시 다녀왔다.
똘루까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바로 센트랄로 들어가는 까미욘(작은 공용버스)을 탔고, 버스 기사는 10여 분 후에 커다란 광장 앞에서 내리라고 알려주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물이 있었다. 코스모비트랄 이라고 하는 식물원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식물원을 꾸며 놓았는데, 식물원 보다는 스테인트글라스가 더 중요한 곳이었다. 벽화그림을 스테인드글라스로 바꿔 놓은 거라고 보면 된다.
식물원에서 Angel Maria Garibay 광장으로 나오니, 주민들은 이미 많은 좌판을 벌여놓고 활기를 띠고 있었다. 광장 맞은 편에 있는 아름다운 교회로 갔다.
무슨 무슨 까르멘이라고 하는 교회인데, 멕시코 생활이 두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작은 규모의 교회이었지만 내부는 단아하고 깔끔했다.
밖에서는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왁자지껄했으나, 안에서는 매우 경건했다. 카메라를 꺼내들고 '찰칵!' 소리를 내는 것도 미안한 지경이었다. 몇 장 찍기는 했지만....
밖으로 나오니, 위로는 열 너댓 살 정도, 아래로는 여덜 아홉 살 정도의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이를 하고 있었다. 스카웃인 듯한 옷을 입을 있었고, 지도자인 듯한 어른은 아이들의 가방을 모아 놓은 곳에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참 한적한 청소년 단체 활동이다.
언덕 위의 알록달록한 새장같은 집들을 배경으로 서 있는 카르멘 교회를 빠져 나와, 길 건너 Martires 광장으로 건너왔다. 관광 안내 박스가 있었다. 공적인 것은 아니고, 투어 예약을 받는 곳이었다.
"이 트렌비아는 어디서 탈 수 있어요?"
"여기에서 타요. 한 시에 출발합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활기찬 중심가의 풍경을 구경하며, 화장실도 다녀오고, 12시 40분이 되어서 커피를 마시면서 투어트램이 오기를 기다렸다.
1시가 지나고, 1시 20분이 지나고, 1시 4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멕시코가 문화 유산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듯 하고, 경제는 우리와 비슷한 듯한데, 이런 면에서는 꽤 후진적인 모습을 보인다.
광장의 건물 너머로 언듯 설산을 봤다. 그 풍경을 배경으로 도시 사진을 찍고 싶었기 때문에 근처의 언덕으로 올라갔다.
"어디로 가면 화산을 볼 수 있어요?"
"이리, 이리 가면 됩니다."
대답보다는 손가락을 보고 갔다.
도시의 전경은 그리 멋지지는 않았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일반적인 멕시코의 도시 모습이 이렇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 한 아주머니가 내가 사진을 찍고 있는 곳 아래의 도로에서 소리를 쳤다. 내려가 보니 또 뭐라 뭐라고 강하게 말을 했다.
"여기 위험해. 카메라는 니 가방에 집어 넣고, 핸드폰도 안보이게 넣어."
지름길을 알려주며 빨리 내려가란다. 그리고는 내가 모퉁이를 돌 때까지 지켜봐 주었다.
자신의 마을에서 이런 것을 알려주어야 하다니... 슬프다.
점심을 먹을 만한 곳을 찾으며 센트럴로 오니 시티투어 트램이 지나가고 있었다.
"한 시에 출발 한다고 해서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 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시티투어가 출발하는 아까 그 장소로 가서 30분 동안 사람들을 모아서 3시에 출발했다.
가격이 저렴해서(50페소) 적당히 조금 돌아줄 줄 알았는데, 한 시간 동안 꼼꼼하게 설명하면서 도시 구석 구석을 돌아주었다.
처음 출발했던 센트랄 까떼드랄로 돌아와서 투어는 끝이 났다. 오전에 봐두었던, 간판에 깔도가 크게 써 있었던 식당을 찾아갔다.
"새우 깔도(국) 주세요." 그런데, 건새우가 들어간 깔도가 나왔다. ㅜ.ㅜ. 어쨌거나 늦은 점심을 먹고 특별히 더 할 일도 없어서 돌아가기로 했다.
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물어 물어서 탔고, 이젠 익숙해진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이 육교는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되는 구조물이다. 다시 올라가 볼 엄두를 못내는 육교.
"이 마을, 저 마을 들러서 가는 버스표 주세요." 이게 더 싸고, 더 재미있지만, 그렇다고 아주 늦게 도착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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