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1일 토요일
멕시코시티에 가면 가장 먼저 가봐야 할 곳이 소치밀꼬라고 내 핸드폰에 써 있다. 스페인에서 멕시코 친구가 준 정보다. 그런데 미루고 미루다가 여섯 달이 다 되어가는 이제서야 가보게 되었다.
기대 반, 우려 반인 곳이었다. 브라질 언니 다니엘라의 반응으로는 별로인 곳이고, 일본 오빠 켄의 반응으로는 maravilloso하다고 했다.
메트로 2호선의 남쪽 종점인 따스케냐에서 소치밀꼬로 가는 기차를 탔다. 노선의 이름이 따로 있었는데, 잊어버렸고, 다만 어제는 무료로 운행하고 있어서 처음부터 '시작부터 재수가 좋다.'라고 생각하며 소치밀꼬에 갔다.
길을 안내하는 많은 사람들이 선착장으로 안내를 했다. 걸어서 10분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이었다. 문제는 거기부터였다.
한 시간 동안 배를 이용하면 700페소이고, 2시간이면 1200 페소란다. 두 사람이면 각각 350페소와 600페소. 이렇게 비싸게 주고는 못타는 거다. 흥정을 마무리하고 가는데, 두 시간에 1000페소에 타란다. 이 가격은 나에게는 비싼 가격이다. 그런데 함께 간 캐나다 언니 제이미는 선뜻 좋다고 했다. 나이든 내가 고집을 부릴 수도 없어서 거금을 주고 배를 빌렸다.
1325년 아쓰떼까는 멕시코 고산 분지의 떽스꼬꼬 호수 중간에 도시 떼노치티뜰란을 건설했고 다른 지역과 연결하는 다릿길을 만들었다. 멕시코 시티에는 호수의 흔적이 없고 소치밀꼬에는 수로와 그 수로를 이용하고 이는 역사적인 지역이다. 특히 소치밀꼬는 얕의 호수에 말뚝을 촘촘히 막고 그 안에 진흙과 풀을 쌓아서 밭을 만든 치남파스라고 하는 독특한 농사를 짓는 곳이다. 그 역사가 그대로 남아있어 지금도 꽃을 많이 재배하는 곳이다.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바로 이 치남파스라는 농지이다.
일단 수로의 물은 더러웠고, 나들이 배 사업은 우후죽순으로 난립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뱃사공은 긴 막대를 이용해 호수 바닥을 밀거나 옆의 배나 둑에 부딪힐 때는 몸을 이용해서 배를 밀어내곤 했다.
배가 천천히 전진을 하면 그 옆으로 작은 배들이 따라와서 호객을 한다. 맥주나 뿔체를 팔거나, 차로의 모자를 쓰고 기념촬영을 하라고 하던가, 꽃 장식을 팔거나, 과자를 팔거나, 마리아치가 노래를 부른다거나....아뭏튼 종류가 많다.
중간 중간에 좀 해괴하긴한데, 망가진 인형들은 나무에 붙여놓은 곳이 있는가 하면, 갖가지 화분을 파는 꽃가게가 있고, 가정집이 있기도 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소치밀꼬에는 정말이지 많은 나들이객이 모여들었다. 가족 단위나 친구들 모임을 여기에서 하는 듯했다. 특히 친구들 모임인 경우에는 테이블 위에 거나하게 음식과 술을 차려놓고, 마리아치를 불러 노래와 춤을 추며 놀았다.
간간이 경찰들이 모터를 단 배를 타고 다니기는 했으나, 관리를 하는 것 같기는 하나, 뭐라 간섭하는 것도 없고, 제재할 일도 없어 보였다.
또한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작은 나룻배를 이용하여 옆집도 방문하고, 학교도 가고, 일터에도 간다고 했다.
꽃가게가 아닌 실제 꽃 농원을 보고 싶다고 하자, 사공은 다육식물을 주로 파는 화원에 배를 대주었다. 화원 뒤쪽으로는 꽃 농사가 한창인 곳이 나왔다.
맥주를 마시지 않겠느냐? 타코를 먹지 않겠느냐,? 왜 화분을 사지 않느냐? 등등 뱃사공은 끊임없이 호객을 했다.
점심 시간도 좀 지났기에 배 위 음식점에서 비스텍을 주문했더니, 우리 테이블에 테이블보를 깔고 코스대로 음식을 나왔다. 맛도 위생도 별로 였으나 거금 150페소를 투자해야만 했다. 동동주 걸리기 전의 상태와 맛이 비슷한 뿔케도 작은 잔을 30 페소나 주고 사마셨다.
화려하게 장식한 다른 배와는 달리 소박한 배가 다녔다. 같은 관광용이긴 하나 배를 통째로 빌리지 않는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저렴한 배였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긴 했고, 만약에 혼자 왔다면 이것을 이용했을 것이다.
두 시간의 유람을 마치고 배가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뱃사공에게 1인당 팁으로 100페소를 뜯기고, 기분이 상한 채로 배에서 내렸다.
소치밀꼬, 충분히 아름답고 의미있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역사는 사라지고 상업적 이득만 남은 곳이란 생각이 계속 들었다. 다른 사람이 간다고 하면 말리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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