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5일 화요일
여행 12일 – 쿠스코 콜렉티보 시티투어
까밀리롯지, 시장 거리에 있는 숙소임에도 불구하고 조용하고 깨끗하고 저렴하기까지 했다.(삐삭의 숙소와 함께 페루 여행에서의 최고 숙소)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더니 백발이 희끗한 중년의 남자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마드리드에서 왔단다.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어서 아는 척을 했더니 반응이 영 시원치가 않았다. 나 보다는 내 옆 테이블에 앉은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하는 유럽여자아이와 주로 이야기를 하였고, 나에게는 관심조차 주지 않았다. 이 소외감.
페루에는 유난히 유럽 관광객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특히 많았다. 내가 며칠 동안 만나본 여행객은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스페인 사람들이었는데, 스페인 사람들은 빼고라도 다른 나라 사람들 모두 스페인어를 유창하게 했다. 물론 배우기가 쉽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바야돌리드에서 함께 수업을 받은 프랑스의 엘렌이나 이탈리아의 마리오는 수업 첫 날부터 스페인어를 거의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내 뒤 테이블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 저 인정머리 없는 마드리드 아저씨는 “Where are you from?”도 모르고, 유럽 사람들이 우리 말을 배우려면 내가 스페인어 배우는 것 만큼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내 버벅거리는 스페인어에 절망감을 느꼈다.
하루 일정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숙소를 나섰다. 우선 항공사 사무실에 가서 꾸스꼬-리마행 항공권을 샀다. 22시간의 버스 이동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멕시코로 가는 비행기가 오후 5시 비행기라서 꾸스꼬-리마 비행기는 2시에 리마에 도착하는 것으로 했다. 매우 잘 짜여진 일정이라고 스스로 대견해했다.
LGPERU 항공사 사무실 바로 앞에 있는 그 유명한 산토도밍고 성당에 갔다. 꼬리깐차라고 하는 잉카의 유적지를 부수고 그 위에 성당과 수도원을 만든 곳이다. 그래서 아랫 부분의 잘 짜여진 돌담이 더욱 인상적인 건물이다. 검은 돌로 만들어진 어두운 외관과 달리 내부로 들어가면 꽃으로 장식된 크고 화사한 파티오가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구에서 가이드를 받는데, 난 혼자서 어슬렁거리며 다니다가 다른 사람들의 가이드 설명을 조금씩 주워들었다. 넓은 잔디밭과 계단식의 예쁜 꽃밭이 가진 정원도 매우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
꼬리깐차에서 보면 산 위의 하얀 예수상이 가까워 보였다. 마음만 먹으면 걸어서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옆이 그 유명한 삭사이와망이라고 했는데.....
“저기로 가는 콜렉티보 있어요?” 하얀 예수상을 가리키며 주변에 있던 경찰관에게 물었다.
“이리로 몇 블록 내려가서 크리스트 블랑코 가는 버스 타면 돼요.”
아싸~, 정류장에서 콜렉티보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5분도 안되어서 온 콜렉티보를 탔다. 그리고는 언덕 위로 꼬불랑거리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햐얀 예수상으로 가는 길 입구에 내렸다.
하얀 예수상보다도 밭에서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일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궁금한 마음에 그 중 한 무리에게 다가가서 물어보니 구덩이에서 구운 감자를 꺼내고 있었다. 와티아라고 하는 야외감자구이란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 감자구이 2개와 커다란 치즈 한덩어리를 받아서 함께 먹었다. 흙 속에서 구워낸 감자, 당연히 맛있다. 감사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하얀 예수상에서는 꾸스꼬의 전망을 볼 수 있다. 아르마스 광장이 바로 눈 앞에 보였고, 아직은 방향 감각이 없는 도시가 전체적으로 감이 잡혔다. 옆에 있던 야마를 데리고 있는 원주민할머니와 사진 촬영을 했다. 내가 별로 좋아하는 행동은 아닌데, 왠지 그 사람들의 경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야마와 할머니와 나, 이렇게 2번의 사진을 찍고 팁으로 1페소를 주니 너무 적단다. 더 달라고 해서 1페소 더 주었다. 계산이 밝은 할머니이다. 내가 거기까지 콜렉티보 요금은 0.7솔을 냈는데.... 사진 두 방에 2솔이라니.... (결국 그 이후로 절대 사진을 찍지 않았다.)
하얀 예수상 언덕 바로 아래에 삭사이와망이 보였다. 잉카시절 제례의식의 장소로 추정되는 곳으로 지금의 태양의 축제가 여기에서 행해진다고 했다. 꾸스코 인근의 유적지와 박물관을 묶어서 입장할 수 있는 관광객 입장권(130솔)을 끊었다. 그리고 가이드를 자청하는 사람을 사양하고 혼자서 느긋하게 산책하듯이 걸어 다녔다. 돌을 쌓아올린 짜임도 놀랍고 그 돌의 크기 또한 놀랍다.
기왕 티켓을 샀으니 가능하면 많은 유적지를 가봐야겠다. 껜꼬 유적지가 있다고 근처에 있다고 해서 택시 호객을 뿌리치고 걷기로 했다. 꾸스꼬에서 올라오는 길이 삭사이와망과 껜꼬로 갈리지는 삼거리에서 잠시 쉬면서 옆에 있는 부부와 이야기를 하는데, 여기로 오는 콜렉티보들은 땀보마차이까지 간다고 했다. 완전 필요한 정보.
막 올라오는 콜렉티보를 잡아타고 왕의 목욕탕이었다는 땀보마차이까지 갔다. 관광객이 거의 없는 곳이었고, 뭐 그리 멋져 보이는 유적도 아니었다. 관광객은 대부분 시티투어로 오던가 아니면 나처럼 관광객입장권을 끊은 사람들이었다. 천천히 올라가서 천천히 둘러보고 천천히 내려왔다.
땀보마차이 입구에서 보면 또 다른 유적지인 뿌까뿌까라가 바로 보였다. 뭐 그리 볼 만한 곳은 아닌 것 같아서 포기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걸어갔다. 약간의 오르막길이지만 보기보다는 쉽고 가까운 거리였다. 어젯밤 인터넷을 뒤져서 유적지에 대해 알아봤는데.... 뿌까뿌까라가 어떤 곳인지 잊어버렸다.
휘리릭 한 바퀴 돌아보고, 저 아래에서 콜렉티보가 출발하는 것을 확인하고 정류장으로 갔다.
껜꼬,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좁은 바위 틈과 그 바위 아래를 깎아서 만든 동굴이 있는 유적지이다. 시티투어 관광객과 시간이 맞물려서 북적북적거렸다.
입구가 아닌 옆길로 나가니 입구에서 갈라졌던 계곡마을 중간으로 나오게 되었다. 문제는 콜렉티보를 타기 위해서는 등산과 같은 걷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더 문제는 무릎이 아파왔다.
시티투어 비용이 얼마나 하지? 최소한 40솔은 하지 않을까? 시티투어는 입장료는 제외하고 이동만 시켜주는 것인데, 콜렉티보를 이용한 시티투어는 4솔이면 해결이 되는 것이다. 괜히 뿌듯한 하루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잉카레일에 들러서 마추픽추 기차표를 샀고, 모라이와 살리네라스를 4륜 모터로 돌아보는 투어를 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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