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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야기/공연,전시 나들이

교향악축제 - 홍콩필

by 그랑헤라 2017. 4. 20.

레파토리도 비슷비슷하고, 협연자도 변화가 별로 없어서 해마다 교향악축제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외국에서 온 오케스트라가 있다. 그 홍콩필을 많은 사람들이 추천을 해주었다. 



예술의 전당 숲 속에는 이렇게 멋진 공원이 있는데 내가 이용하는 일은 거의 없는 곳이다. 시간이 남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시간을 보냈다. 좋은 곳이다.



전 날, 경기필의 공연을 보았다. 불분명한 첼로협주곡을 듣느라 힘이 들었고, 관과 현의 균형이 맞지 않는 브람스를 듣는 것은 좀 화가 났다. 예전의 그 짱짱했던 경기필은 어디로 갔는가?



홍콩필은 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오캐스트라니 일단 기대를 했다. 

'앞에 앉은 이 분, 낯익은 뒷태인데....' 역시 그 분이시다. ㅎㅎ

인터넷에서 본 프로그램은 바르톡 바이올린 협주곡 2번과 브람스 교향곡 1번이었다. 그러나...


펑 람 - 정수 (Quintessence)

바르톡 - 바협 2번

파가니니 - 카프리스 5번 (앵콜1)

바흐 - 소나타 (앵콜2)

인터미션

브람스 - 교향곡 1번

바그너 - 발퀴레의 기행 (앵콜)


이 얼마나 화려한 프로그램인가! 

펑 람의 정수는 중국틱한 현대곡이다. 난해한 현대곡임에도 불구하고 듣기도 좋고 몰입도 매우 잘되는 곡이었고 연주였다. 

바르톡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흔치않은 곡이다. 그래서 미리 들어봤는데 이 곡 역시 현대적 느낌이 물씬 났다. 실제로 들었던 닝펑의 연주는 대단했다. 열정적이면서도 섬세하고 한 음,  한 음이 명징하게 들렸다. 내가 앉은3층에서도. 앞에 앉은 브리앙에게 프로그램을 빌려서 봤더니 닝펑과 홍콩필의 관계에 역사가 있으니 이렇게 좋은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겠지. 앵콜을 두 곡이나 했는데, 그것 역시 멋졌지만 본 연주를 생각하면 앵콜은 생략해도 좋았을 듯하다.

브람스 교향곡 1번, 어제 들었던 경기필의 4번과 대비되는 연주였다.

지휘자가 얍 판 쯔베덴이란다. 나야 처음 듣는 이름이지만 이미 유명 지휘자란다. 이런 지휘자와 10년을 계약한 홍콩필이 큰 행운을 가졌다고들 말을 했다. 

지휘자의 안내를 쫙쫙 따라가는 오캐스트라. 현은 현대로, 관은 관대로, 자신의 색을 명확하게 들려주면서도 잘 어우려졌다. 뿜어줄 때는 확실하게 뿜어주고, 섬세할 때는 한 없이 섬세했다.(2악장에서 내 몸까지 앞으로 딸려가면서 조용하게 몰입하는데, '까똑'하는 명쾌한 소리 ㅜ.ㅜ)

예술의 전당의 울림이 이렇게 좋았었나? 3층에서까지도 가냘픈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렸다.

예술의 전당에서 실로 오랫만에 들었던 만족스런 연주였다. 

지휘자가 두어 번 인사를 했는데, 관악주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그러더니 숨 쉴 시간도 주지않고 발퀴레를 때려주었다. 와우.

평상시의 나라면, 특히 본 공연이 매우 훌륭한 경우에는 앵콜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공연의 앵콜은 또 다른 공연이었다. 


이 공연을 봤던 지인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밝았다. 잘한 공연은 뒷풀이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