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두 남자,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이 다시 뭉쳤다. 이번엔 스페인이다.
이걸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좀 했는데, 두 남자가 내가 모르는 가수나 배우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어차피 우리 말 자막이 있어도 못알아 듣는 것은 마찬가지다 생각하고 ATWATER에 있는 극장으로 갔다.
내 정보가 맞았다. 화요일은 반 가격에 영화를 상영하는 날이라서 저렴하게 관람을 했다.
두 사람, 많이 늙었다. 이탈리아 여행 후 몇 년이 지난거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갑자기 확 늙은 느낌이다. 그러나 그들의 입은 건재했다.
그들의 여행은 런던을 출발해서 영국의 어느 항구도시에서 배를 타고 스페인의 산탄데로로 들어간다. 초반에 나오는 산골 마을은 어디인지 잘 몰랐는데 후에 자막이 올라가는 걸 보니 나바라와 라 리오하와 과달라하라가 나왔다. 도시 보다는 비포장 산길을 이용했고, 작은 산골마을에서 묵었는데 그 풍경이 매우 정겹다. 다음에 스페인에 갈 기회가 있으면 꼭 가봐야겠다.
쿠엥카가 나오면서 갑자기 정겨워졌다. 두 남자는 내가 멀리서만 바라보면 쿠엥카 파라도르에서 묵었고, 구도심을 열심히 걸어다녔다. 그 다음으로 간 곳이 콘수에그라다. 돈키호테 설정으로 사진 작업을 하기 위해 도착한 콘수에그라...우리가 한가하게 걷던 그 풍차 언덕. 엄청 반가웠다.
그 이후에 그라나다를 거쳐 말라가로 간다. 말라가에서 롭 브라이든은 집으로 돌아가고, 아들의 여자친구의 임신 소식을 듣고 심란해 하는 스티브 쿠건은 모르코까지 들어간다.
당연히 그들의 여행이 여행 이야기는 거의 없다. 늘 그렇듯이 폼나는 레스토랑이 있고, 파라도르와 같은 폼나는 호텔이 나오고, 끊임없이 배우와 영화와 성대모사와 문학과 문화를 이야기 하면서 끊임없이 통화를 한다. 이번 편에서 더욱 인상적인 것은 두 사람의 현실이다.
여행 제의를 하는 스티브와의 통화 도중에 어린 아들의 울음 소리에 승낙을 해 버린 롭은 가족과의 통화를 통해 늘 안정적이고 따뜻한 모습이 그려지고, 인기인에 부자이고 자유로운 스티브는 매우 외로운 모습으로 그려졌다.
모로코에서의 엔딩 장면은 엄청 유쾌하다. ㅎㅎㅎ
이 영화가 영국과 이탈리아를 거쳐 스페인까지 3편이 만들어지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았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이다. 또한 이 영화를 보는 사이에 우리는 거의 웃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 몬트리올의 관객들은 시종일관 크지 않은 웃음을 터뜨린다. 대부분의 관객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었는데 매우 유쾌하게 관람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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