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3일 일요일
어제 저녁에 핼리팩스에 도착해서 7번 버스타고 핼리팩스 백패커 호스텔에 들어와서 한 일은 샤워하고 브리또로 저녁을 먹을 것 밖엔 없다. 참고로 백패커는 남여혼성 6인실, 가격은 3박 요금이 세금 포함 70 몇 불. 완전 저렴, 그래서 완전 꼬진 숙소. 샬럿타운에서 폼나게 묵을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운이 좋게도 몬트리올에서 온 린 아줌마를 만났다. 린은 나만큼 외로워 보이나, 나처럼 잘 포장을 하고 다니는 아줌마다. 우리는 함께 근처에 베이커리로 아침을 먹으러 나갔다.
진짜 크로와상이다. 카페라테도 캐나다에 와서 먹었던 그 어떤 카페라테 보다 맛있다. Gottingen거리 2118번지에 있는 Lofts 극장 맞은 편에 있는데, 무슨 베이커리 였는데.... 이름은 잊었고 양끝이 바삭하여 커피에 찍으면 더 맛있고, 부드러운 크로와상의 맛만 기억에 남는다.
바닷가 쪽으로 나있는 길을 걸어서 바닷가로 갔고, 인포메이션에 가서 정보를 구했다. 린아줌마는 영어가 어설픈 내가 영 못미더운지 물어봐 주고 찾아주고 그랬다. 나도 나름 잘 하는데.... 결국 고래보기 투어는 포기했다. 지금 시즌에는 고래 보기가 힘들단다.
부두 끝, 신항 옆에 있는 시장에 가서 한 바퀴 휘릭릭 돌고 각자의 길로 가기 위해 헤어졌다.
내가 처음 찾은 곳은 마리타임 뮤지엄 오브 아틀랜틱. 인포메이션 센터 바로 맞은 편에 있다. 입장료는 10달러. 이 입장권으로 부두에 있는 오래된 배의 내부로 들어가 볼 수 있고(CCS 아카디아호: 18세기 초 강제 이주되었던 아카디언들의 슬픈 역사가 담긴 배라고 함), 박물관 바로 뒤에 있는 엉성한 돔에서 20분 짜리 고래에 관한 엉성한 영상도 관람할 수 있다.
어쨌거나 박물관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닌데, 1917년의 핼리팩스 항구 대폭발과 1912년의 타이타닉호의 사고에 관한 자세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타이타닉호의 사고가 이 근처였다고 한다.
이 박물관에는 1층 계단 아래에 이런 장치가 있고, 2층 중앙 난간에도 하나 더 있다. 큰 선박에서 사용되던 의사소통 장치인데, 이 동네 사람들은 이 물건에 대해 영 관심이 없었다. 난 한참을 기다린 후에 호기심 많은 꼬마와 그리고 한 여자와 이야기를 했는데, 신기하게도 성능이 엄청 좋다. 꽤 먼거리였는데도 말이다.
2층에서 발코니로 나가면 탁 트인 바다를 약간 높은 높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 입장권으로는 무료로 둘러볼 수 있는 CCS아카디아 함선이다. 그 뒤로 보이는 얼굴모형의 보트는 관광용으로 인기있는 유람선이다.
선박이나 뭐 이런 것에 대해 관심이 없는 내가 보기엔 20분이면 충분한 배이다.
부두 근처를 서성이면서 사람들이 노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
항구 주변을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꽤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문제는 이런 모든 것들이 우리 나라의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목조 주택도 그렇다. 우리 나라의 전원주택들이 캐나다 스타일임에 틀림없다. 우리 나라 전원주택 단지나 이 동네나 그리 큰 차이가 없다. ㅎㅎ
어쨌거나 이렇게 예쁜 점포에서 피쉬 앤 칩스를 사서 또 이렇게 앙증맞은 탁자에 앉아서 먹으면 되는 거다. 바람이 엄청 부는 쌀쌀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헤이, 여기가 다시 만나다니 반갑다." 린 아줌마의 정보대로 도서관으로 올라가는 길에 예쁜 성당을 찍고 있는데, 도서관에서 나온다는 린아줌마를 다시 만났다.
"거기 5층에 커피가 아주 맛있어.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 난 1층에서 잡지도 좀 봤는데 아주 좋은 곳이야."
나 역시 잔뜩 기대를 하고 올라갔다.
세 개의 직육면체를 어긋나게 쌓아놓은 모양을 하고 있는 공공도서관. 일단 겉모습은 꽤 멋지다. 유리도 된 건물이라서 구름이 많은 맑은 날에는 어디가 하늘인지 어디가 건물인지 구분도 어렵다.
내부의 벽면인 손바닥 보다 작은 작품들을 붙여서 장식을 했다. 강익중의 꽤 오래 전의 작업을 보는 느낌이었다.
5층의 제일 안쪽 공간은 환타스틱하다.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다. 사람들은 거기에서 주고 밖의 풍경을 구경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
5층 안쪽 공간의 중앙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예술책이다. 중국, 일본의 예술에 관해서는 꽤 많은 분량으로 소개하고 있었는데, 우리 나라 미술은 꼴랑 3장, 거기다가 고구려의 고분 벽화는 중국 쪽의 미술로 분류되어 있었다. 이걸 바로 잡아야 하는데... 귀찮아서, 영어가 짧아서 패쓰.
계단도 엄청 멋지다. 도서관이라기 보다는 대형 쇼핑센터같은 느낌이다.
5층 카페에서 카페라테 한 잔을 주문해서 테라스로 가서 마시는데, 풍경이며 분위기를 끝내주는데 너무 추워서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나즈막한 언덕으로 되어 있는 핼리팩스는 거리 끝에서는 건물 사이로 바다를 볼 수 있는데, 그 풍경이 매우 영화적이다.
Citadel National Historic Site. 별 모양으로 만들어져있는 요새다. 1828년에서 1856년 사이에 만들어졌다는데 당시에 영국군의 주둔지로 사용되었는데, 실제로는 한 번도 전쟁이 일어난 적이 없는 평화로운 요새란다. 핼리팩스가 노바 스코샤주인데 그 이름이 스코틀랜드에서 온 것인 만큼 스코틀랜스 전통 복장을 한 위병들이 보초도 서고, 안내도 하고 사진도 함께 찍어준다.
또한 저 병사는 성벽을 돌아가 적당히 멈춰서서 백파이프 연주를 한 번 하고 또 이동하기를 반복한다. 정오에는 200년 전통의 대포쏘기와 위병 교대식이 있다는데 난 그냥 대포 소리만 다운타운에서 들었을 뿐이다.
요새는 지금도 보수중이고 내성과 외성 사이에 해자와 같은 공간이 있다. 물은 없다. 예전엔 있었을까?
4시 넘어서 들어가서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전시장을 들어가보지도 않고 내려왔다.
참, 시타델에도 입장료가 있는데, 올해는 캐나다 150주년이라서 무료로 개방되고 있다. 시타델 매표서에서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다른 지역의 무료입장 카드를 준다. 그런데 살펴보니 내가 갈 수 있는 곳들이 아니다.
시타델에서 다운타운 쪽으로 보면 시계탑이 있다. 핼리팩스 총사령관으로 있었던 켄트공이 영국에서 제작해서 핼리팩스에 선물한 것이란다.
아마 저 건물이 시청이지? 그랜드퍼레이드라고 하는 공원 한 쪽 끝에 있는데 맞은 편엔 오래된 교회가 있다. 이 곳에서 각종 행사가 많이 열린단다. 난 하나도 못봤다.
그랜드 퍼레이드 바로 옆 길에 있는 벽화. 해양도시다운 그림이다. 아직 해산물은 못먹어봤다.
자 이제 다트마우스까지 페리를 타 볼 시간이다. 가이드 북에는 밤에 타보라고 하는데.... 마지막 배가 7:30이다. 도저히 야경은 볼 수 없는 시간이다.
왕복 2.5달러의 대중 교통이다. 객실창에 물이 튀어 가물거리는 핼리팩스를 보여주었다.
부푼 마음을 안고 10분도 안되어 도착한 다트마우스에는 썰렁하니 깔끔하기만 했다. 바, 음식점 등 몇 개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내가 갈 곳은 아니었다. 할 일이 없어 30분 후의 배를 타고 다시 핼리팩스로....
핼리팩스와 다트머스를 연결하는 맥도널다리다. 차만 있었으면 이 다리를 건널 수 있었을 텐데....아쉬웠다. (하지만, 샬럿타운으로 갈 때, 마리타임 버스가 이 노선으로 다닌다.)
바다에서 항구쪽을 보는 풍경도 꽤 멋지다.
히스토릭 프로퍼티스다. 다트머스 페리 터미널 바로 옆에 있다. 1813년에서 1905년 사이에 지어진 오래된 창고들을 복원하여 지금은 관광지로 재탄생한 곳이란다. 원래는 최초의 정착민들이 자리잡았던 곳으로 해상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곳이었단다. 지금은 바와 펍과 레스토랑과 기념품 샵에 사람들이 북적북적이는 곳이다.
관광지도에 있었던 멕시코 음식점을 찾으러 가는 길. Hi Seoul이란 간판이 똬악 눈에 띄었다. 당연히 들어가야지. 자석에 이끌리 듯,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들어갔다. 감격스러운 순두부찌게다.
9월 4일 월요일
린아줌마와 어제의 베이커리 맞은 편에 있는 까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어제의 그 베이커리는 노동절이라서 쉰단다.
그리고는 다시 각자의 길도 들어섰다.
퍼블릭 가든. 다운타운에 있는 잘 가꾸어진 공원이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좋고 약간의 황토색을 품은 나뭇잎과 풀의 색깔이 환상적인 곳이다.
중간 중간에 오래된 분수도 있고
연못의 가운데에는 타이나틱과 또 다른 배들의 모형이 있었다. 타이타닉은 고정이고 다른 배들은 움직인다. ㅎㅎ
니케아 분수라지 아마? 이 곳에서 매뉴얼 모드로 찍는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자동으로 찍을 때 보다 느낌이 훨씬 좋다. 이걸 모르고 지금까지 자동으로 팍팍 찍어댔으니....
퍼블릭 가든 정문으로 나오면 바로 다운타운. 스프링가든거리다. 여기가 가장 번화가란다.
도서관에서 한 블럭 올라가면 이렇게 예쁜 상점들이 나란히 있다. 아주 작은 가게들인데 독특한 물건들을 팔고 있다.
배링턴 거리는 예전의 번화가인 듯하다. 역사적인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그래서 보수공사를 하는 곳이 엄청 많다.
점심을 먹으러 다시 찾은 하이서울. 조금 더 맵게 해달라고 요구한 짬뽕맛이 최고다.
2:30 다시 시타델로 올라갔다. 시타델 정문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과 올려다 보는 하늘이 기가 막힌 날이다.
서로 다른 나라 사람이, 모두에게 어색한 영어를 사용해서, 전혀 낯선 동네에서 만나기는 한 20여 분의 시간이 필요했다.
미샤는 대만에서 응급실 의사로 일하고 있고, 지금은 가족들과 안식년 휴식 중이다. 같은 어학원에서 공부하는데, 우연하게도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로 여행을 하게 되어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1일 가이드를 했다. 처음 코스는 시타델.
시타델의 내부는 전쟁박물관이다. 곳곳에 캐나다와 관련된 전쟁에 대하여 전시를 하고 있다.
벙커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설명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실제 모형으로 보니 이해가 금방 되었다.
저 방독면을 쓴 아이...내가 모르는 아이다. 카메라를 보자 저렇게 장난스럽게 포즈를 취해주었다.
스코틀랜드 병사들의 막사. 지금도 사용하는 것처럼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실제로 병사 한 명은 체스를 두고 있다. 혼자???
한국전쟁에 캐나다군도 참전을 했나보다. 월남점에 대한 전시는 없으나 한군전에 대한 전시가 있는 것을 보면....
시타델 관람을 마치고 어렵게 결정된 곳은 페기스 코브다. 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45km 나 떨어진 곳이라 선뜻 부탁하기가 어려웠는데, 미샤의 남편이 먼저 제의를 했다. 아싸라비야.
그냥 등대만 덜렁 있을 거라고 생각하여 사실 큰 기대는 없었는데, 와우, 경치가 장관이었다. 역시 이 곳은 차가 있어야 해.
지금부터는 작은 어촌 마을 페기스 코브(작은 만)를 구경해 봅시다.
다시 핼리팩스,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고, 내가 다니면서 눈여겨 보았던 해산물 식당으로 갔다. 블루노즈... 4명이 주문한 7인분의 식사.
이 곳의 애피타이저와 샐러드는 충분히 한 사람의 식사가 될 양이다.
애피타이저로 주문한 푸틴과 닭 날개 튀김
스패니쉬 샐러드
내가 주문한 연어 스테이크
비비안의 튀김과 파스타
미샤 남편의 돼지고기 수블라 어쩌구 하는 터키식 음식. 케밥 같다.
미샤가 주문한 이상한 이름의 덮밥
이렇게 다양하고 만족스럽고 푸짐한 하루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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