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5일 화요일
핼리팩스로 가는 마리타임버스 시간이 아침 7시 30분인 줄 알았다. ㅠ.ㅠ
6시에 맞춰 놓은 알람 소리에 잠을 깨서 모든 짐을 주방으로 옮겨 놓고서 여유있게 준비를 했다. 시간이 여유가 있으니, 기차역 바로 옆에 있는 슈퍼스토어에서 라면을 사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핸드폰 충전을 해 놓고, 간단히 세수하고, 로션과 썬크림도 찍어바르고, 작은 가방이지만 차곡차곡 챙겼다.
07:05. 무심코 버스 시간을 다시 확인하려고 승차권 프린트를 보고는 식겁했다. 7시 30분 인줄 알았던 시간이 언제 7시 5분으로 바뀐거지????
후다다다닥~~~~.
'아까 이를 닦을 때 버스가 지나가는 걸 봤으니까, 이제 올 시간이 되었을거야.' 방 열쇠와 시트를 제자리에 놓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어디가 버스 정류장이지?' 이 동네는 버스정류장 표시가 그냥 전봇대 같은 곳에 작게 붙어있어서 찾기가 힘들다. 호스텔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건너편에는 없었다. 이건 뭐지? 어디에 있는거야.
그러는 사이에 버스가 나타났다. 내가 손을 들었지만 세워주지 않고 지나쳐 갔다. 허무했다. 더 앞으로 나가보니 70m 전방에 버스 정류장 표시가 있었다. 이런!!!
다음 버스가 오려면 15분 이상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택시를 잡아야지.' 그런데 캐나다의 작은 도시 변두리에서 어떻게 택시를 잡느냐고요???
시간은 점점 흐르고, 버스 타기는 포기했다. 그래도 가서 오후 버스표로 바꾸어 줄 수 있는지 확인을 해야 했다.
7시 2분 전. 버스가 왔고 탔다. 그런데 승객이 처음 내린 배링턴 스트리트에 접어들자 기사아저씨가 내렸다. 바꾸는 것은 아니고, 아마도 화장실에 간 것 같았다. 한 3분 지났을까? 아저씨가 돌아왔고 버스는 출발했는데, 글쎄 버스가 막힘없이 엄청 빠르게 기차역에 도착했다.
시간은 7시 10분이 조금 안되었다.
'이런, 아저씨가 화장실에만 안갔어도 버스를 탈 수 있었을 텐데.' 원망하는 마음을 가지고 길 건너, 공원 너머의 버스터미널을 보니까, 깜빡이가 반짝이고 있는 버스가 한 대 있었다.
달렸다, 미친 듯이 달렸다.
"I, I missed ma, ma, my bus."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버스 티켓을 달라고 하더니 죽 찢으면서 물었다.
"너, 애머스트로 해서 샬럿타운 갈거지? 저 차 타면 돼."
"Thank."를 연발하면서 버스를 탔다. 버스표를 살 때 전화번호를 묻더니... 늦은 사람들은 전화로 확인하나 보다. 나보다 늦게 온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버스를 탔더니, 눈 앞에 전기콘센트가 있었다. 아침에 완성하지 못한 충전을 했다.
산을 보기 힘든 나라, 사람의 수 보다 호수의 수가 많다는 나라 답게 곳곳에 호수가 나타났다.탁 트인 풍경이 시원했다.
아직도 노바스코샤 인데도 집들은 벌써 그린게이블즈다. 한적하고 예쁜 풍경이 계속 펼쳐졌다.
마리타임버스는 곳곳에 들러서 승객을 태웠고, 애머스트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주유소에서 20분 정도 정차하면서 목적지에 맞게 차를 바꾸어 타면 된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팀홀튼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샀더니 시간이 딱 맞았다.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를 육지인 뉴브런즈윅과 연결해 주는 컨페더레이션 다리가 엄청 유명하다. 자동차로 이동하면 기념관에 멈춰서 사진도 찍고 그랬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제일 앞 자리에 앉아서 가능한 범위에서 사진을 찍었다. 다리가 400개 라고 들었는데 맞나?
[몬트리올로 돌아오는 날, 하늘에서 본 컨페더레이션 다리]
12.9km의 다리를 건너자 노란 들꽃이 가득 핀 들판이 펼쳐졌다. 풍경이 뉴브런즈윅 보다도 더 목가적으로 바뀌었다.
조금은 미국화가 된 쇼핑센터가 많은 샬럿타운에 도착했다. 마리타임 버스 정류장은 약간 외곽에 있어서 다운타운까지 20분 정도를 걸어야했다. 버스가 있기는 하다는데 아직은 어리둥절하여 잘 모르겠다.
항구 지역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마치 한 달을 살 사람처럼 각종 정보를 다 구했고, 세 블럭 떨어진 곳에 있는 다운타운으로 가서 뮤지컬 앤오브 그린 게이블즈의 티켓을 끊고, 어떻게 숙소로 가는가 고민을 좀 했다.
버스는 몇 개의 노선이 있는데, 거의 1시간에 1대 꼴이다. 숙소의 위치를 보니 1번 버스를 타고 대학 근처에 있는 슈퍼스토어에서 시장을 보고 걸어가도 될 것 같았다.
"내가 지금 슈퍼스토어에 있는데, 픽업 나와줄 수 있어? 픽업 해 주면 과일을 좀 사려고 해." 숙소 주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30분 후에 온단다. 그래서 커다란 사과주스, 바나나, 체리 등 막 샀다.
숙소로 왔다. 싸지않은 집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완전 만족이다. 곰팡이 냄새가 조금 나는데, 늘 창문을 열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이웃의 모습이 더 마음에 든다. 전형적인 주택단지라서 엄청 조용하다.
기념으로 라면을 끓여먹었다. ㅎㅎ 집을 떠나니 한국음식을 더 먹게 된다.
늦은 점심과 이른 저녁을 먹은 후, 동네 주변을 산책하러 나갔다. 이 동네는 해변가에 자리잡은 조용한 서민 지역(집이 크지않고 평범한 목조주택이고 요트를 가지고 있는 집이 별로 없다.)인데, 해변가에 접한 집들은 해변 쪽의 공간을 모두 사용하는가 보다. 해변으로 나가는 길이 없다. 대박 부럽네.
한 블럭 더 들어가면 작은 공원이 있고, 사람들이 럭비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해질녁까지 공원을 서성이다가 들어와서 인터넷 과제는 했는데, 도무지 공부할 시간은 나지 않는다. 혼자 있으면 시간이 많을 줄 알고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4단계에 맞추어서 사 왔는데 이제 겨우 1장 읽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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