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의 고장, 샬럿타운에 가기 위해 일주일 휴가를 냈다.
가능하면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서 다녀오기로 했고, 그래서 몬트리올에서 핼리팩스까지는 기차로, 핼리팩스에서 샬럿타운은 버스로, 샬럿타운에서 몬트리올은 비행기로 이동하기로 했다.
몬트리올 중앙역이다. 몬트리올의 기차역이나 공연장이나 뭐 이런 건물들은 밖에서 보면 절대 알아챌 수 없다. 그냥 메트로를 타고 가서 안내판을 보고 따라가면 이렇게 역이 나타난다.
이동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기차 안이다. 내 자리의 가격은 세금 포함해서 200달러 조금 넘는다. 더 저렴한 자리는 더 일찍 구입하는 자리이다. 일찌감치 구입했으면 50달러 정도 절약할 수 있었다. ㅜ.ㅜ 참고로, 샬럿타운-몬트리올 비행기 가격은 230달러였지 아마?
9월 1일 저녁 7시에 탄 기차는 2일 저녁 6시에 동쪽으로의 종착역인 핼리팩스에 도착하게 된다. 1시간 시차가 있으니까, 22시간 걸리는 셈이다.
소풍가는 기분으로 집에서 김밥까지 쌌다.
저녁을 먹은 후, 지루한 시간이 시작되었다. 머리만 대면 잠을 잘 수 있는 나는 어렵지 않게 잠이 들었다.
새벽에 눈을 떴고, 천천히 스미는 빛이 형태를 드러나게 했다. 침엽수림이 계속되었고 가끔씩 호수가 나타났다.
카페테리아로 아침을 먹으러 갔다. 식당칸은 슬리퍼칸의 승객들을 위한 아침 식사 장소인 것 같았다. 슬리퍼칸은 요금이 500달러 이상이 되는,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인데, 지나가면서 본 자리는 그리 쾌적해 보이지 않았다. 너무 좁아 보였다.
이코노미석의 승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까페테리아는 너무 작아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 사이에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아침으로 따뜻한 커피와 크로와상을 우아하게 먹겠다는 생각은 내가 얼마나 캐나다를 몰랐는가를 알려주었다.
주문한 햄 크로와상 샌드위치와 커피이다. 브라질 사람들은 캐나다의 커피를 '검은 물'이라고 부른다. 커피라고 말할 수 없단다. 진짜 맛이 없다. 그나마 가격이 비싸지 않으니 그러려니 하고 먹는다.
네모난 유리창을 통해서 보는 밖의 풍경은 하나의 그림이다. 움직이는 그림이다. 하루 종일 보고 앉아 있었는데도 지루하지 않았다.
캐나다의 기차를 타면 노인의 등에 올라탄 느낌이다. 느리고 답답하지만 편안함이 있다. 천천히 달리다가 마을이나 다리가 나타나면 속도를 확 줄인다. 그렇게 기차는 느리게 달렸고, 마을마다 멈추었고, 몇 사람을 내려주고, 큰 짐들을 옮겨주었다.
움직이지 않으니 배도 고파지지 않았다. 그래서 점심으로는 맥주 하나와 칩을 먹었다.
사람의 손끝, 발끝이 먼저 시려오는 것 처럼, 단풍도 나무 끝부터 오는가 보다. 끝이 유난히 빨간 나무들이 많이 보였다.
문득 설국열차가 생각났다. 이 기차는 설국열차가 아니라 녹국열차다. 승객들 사이에 계급이 존재하고(슬리퍼칸과 일반칸) 쉼없이 달리는 느낌이다. 이렇게 평생 달릴 것 같은 느낌이다.
철길 옆에 있는 집에 사는 사람들은 기차가 지나가면 나와서 손을 흔들어 준다. 길을 가던 할아버지도 멈추어서 손을 흔들어 준다.
아직도 밖의 풍경이 신기하다. 저게 자작나무인가? 유난히 줄기가 흰 나무가 많았다.
이 넓은 땅덩어리에 사람들은 어디에 살고 있는 것인가? 가끔 세워주는 역 주변에는 그냥 마을만 조금 있고 도시는 없다. 기차가 달리는 중에도 드문드문 주택이 보일 뿐이다. 목조 주택은 쉽게 낡아진다.
멍턴. 뉴브런즈윅의 중심도시이다. 꽤 큰 도시인 줄 알았는데 어디가 중심지인지도 모를 정도로 높은 건물은 없는 곳이다. 심심한 작은 도시, 베이다의 말로는 이 곳에 알콜 중독자가 많단다. 심심해서 그렇단다.
기차를 탄 22시간 동안에 빨간책방 4권의 책 8부를 들었다.
시는 말씀 언에 절사자를 쓴단다. 말로 이루어진 사찰...
소설은 작은 이야기, 대설도 특설도 아닌 작가의 작은 이야기란다.
수필은 붓이 가는 대로 쓰는 글.... 참 그럴 듯하고 이름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도 내가 그렇게 경험을 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글자만으로도 그런 느낌이 난다. 이동진 평론가와 김중혁 작가와 허은실 시인이 모두 공감을 했는데, 내가 실험을 해 봐야겠다. 수레나쌤 시간에 시험을 하면 효과가 좋을 것 같다.
핼리팩스가 가까워질수록 숲이 더 울창하고 건강한 느낌이었다. 또한 들판의 색깔도 가을 느낌이 물씬 났다. 고훈정과 이준환이 부른 '대니 보이'를 들었는데 엄청 잘 어울렸다.
6:08. 바닷가재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도착인가 보다.
핼리팩스 역에 도착하면서 본 항구의 모습은 딱 보기에서 큰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알고 보니 그리 큰 도시는 아니었지만....
항구 옆에 있는 기차역에는 샬럿타운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마리타임 버스터미널이 함께 있다.
크지 않은 도시 핼리팩스는 왠지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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