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북에 나와있지 않은 사실들
1. 밴프에서 레이크루이스까지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 기차역에서 매시간마다 출발해서 레이크루이스 샘슨몰에 내려준다. 샘슨 몰에서 그 쪽 동네 퍼블릭버스를 타면 되는데 2달러. 레이크 루이스에서 레이크 모레인가는 버스도 있다. 하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
2. 밴프의 볼거리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좋지만, 퍼블릭버스도 있다. 6번은 미네왕카호수까지 가는데 이 노선은 무료다. 나머지 노선은 2달러. 1일권은 5달러.
3. 그레이하운드버스 이용자는 큰 가방을 그레이하운드 카운터에 맡길 수 있다.
2017년 8월 17일 목요일
몬트리올에서 두 달. 이 정도면 적응 기간은 끝난 듯 하다. 자, 이제부터는 슬슬 여행을 해 볼까? 그래서 결정한 첫 여행지는 밴프다.
몬트리올은 크지 않은 도시이지만, 처음 이용해 보는 공항에서 어리버리할까봐 오전 수업을 마치지도 않고 나왔고, 집에 가서 간단히 준비를 한 후에 공항으로 갔다. 나이가 드니 눈치만 늘어서 생각보다 수속이 빨리 끝났고, 덕분에 시간이 널널하게 남았다. 실실 돌아다니며 공항 구경을 하다가 큰 창 밖을 바라보니 세인트 죠셉 성당이 저 멀리 까마득하게 보였다. 저기가 우리 동네구나.
비행기를 고속버스처럼 이용하는 캐나다라서 작은 도시이지만 크고 작은 비행기들이 쉼 새 없이 뜨고 앉는다.
내가 탄 에어캐나다는 꽤 빈티지(요즘 배운 단어다. 오래 전에 만들어졌지만 가치가 있는 것이란 의미인데, 우리는 수업 시간에 그냥 낡고 오래된 것을 빈티지하다고 농담 삼아 말했다. 캐나다는 빈티지한 집들이 많다고....ㅋㅋ)하다. 이륙하고 어느 정도 고도를 올리기까지 덜컹거리는 소리에 놀랐다.
또한 에어캐나다는 음료 한 잔 외의 음식물은 유료 서비스인데, 뭐 특별히 비싸지는 않다.
내 바로 앞이 커튼 하나로 엉성하게 막은 비지니스석이었는데 거긴 테이블 보까지 깔아 주며 음식 서비스를 했다. 난 치킨누들슾과 맥주를 주문했는데, 플라스틱 실타래 같은 면이 나왔다. 비행기 안, 버리기도 마땅찮아서 꾸역꾸역 다 먹었다. 우리 나라 라면회사에서 에어캐나다에 컵라면을 런칭하면 대박이 날 것 같다.
캘거리.
저녁에 도착한 비행기라서 밴프까지의 저렴한 연결버스가 없어서 하루를 묵었다. 호스텔의 6인실을 예약했었다. 요즘엔 호스텔을 이용하지 않는데, 캐나다는 물가가 너무 비싸서 할 수 없이 가장 저렴한 숙소를 찾을 수 밖에 없다. 조용 조용 숨죽이면서 어학원의 온라인 듣기 평가를 마치고 잠이 들었다.
2017년 8월 18일 금요일
밤과 아침에만 본 캘거리는 미래도시를 연상케 한다. 깔끔하나 다양한 디자인의 유리 건축물은 하늘을 향해 쑥쑥 뻗어있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연결한 유리 통로는 과학상상그리기에 주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그 사이를 달리는 C-트레인과 현대적인 트레인 역, 거기에 우주선처럼 내려 앉은 캘거리 타워 그리고 다운타운만 벗어나면 숲 속에 있는 주거단지.
하지만 사람들은 엄청나게 친절했다.
"이 티켓을 사용하세요. 아직 시간이 남았어요." 내가 승차권 판매기 앞에서 버버거리고 있는데, 한 아저씨가 다가와서 판매기 위에 올려져 있던 승차권을 주면서 알려줬다. 오호라, 이 동네는 이런 방법으로 승차권을 공유하는구나.
캘거리에서 밴프로 가는 버스는 그레이하운드에서 운행하고 있으며 버스디포가 다운타운에서 한 정거장 더 가서 있었다. 멀리서 보는 도시의 실루엣이 꽤 근사했다.
그러나, 그레이하운드 버스는 이 깔끔한 도시에 어울리지 않게 엄청 낡았다. 불편한 도미토리, 그것도 침대 2층에서 대충 잤더니, 나조차도 피곤했나보다. 버스를 타기 전부터 머리가 지근하게 아프고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버스 젤 뒷좌석에서 실컷 자고 눈을 떴더니, 와우!!! 엄청나게 멋진 산으로 둘어싸인 마을에 도착하고 있었다.
캔모어란다. 승객 몇 사람을 내려주고 다시 출발해서 바로 밴프에 도착했다.
밴프 그레이하운드 버스디포는 기차역 안에 있다. 인포메이션으로 가서 엄청나게 큰 일을 할 것 처럼 정보를 많이 구했다. 여기서 알게 된 중요한 사실 중의 하나가 레이크 루이스까지 무료셔틀 버스가 있다는 것이다. 버스는 매 시간마다 기차역에서 출발하고 레이크루이스 샘슨몰의 버스디포에서 내려준다는 것이다. 아싸, 투어비가 절약되겠다.
내 계획은 이랬다.
도착한 날은 자전거를 빌려서 밴프 곳곳을 다니고, 2, 3일은 투어를 이용하고, 마지막 월요일엔 느긋하게 커피나 마시면서 놀기로... 그런데 생리가 아침부터 시작되었다. 할 수 없이 마을 근처에 있는 트레일을 걷기로 했다, 호스텔 체크인 시간 전 까지는..... 짐은 그레이하운드 버스 회사에 맡길 수 있으나, 워낙 기본만 가지고 온 가방이라 들고 다니기에 그리 무겁지 않았다.
우선은 스타벅스로 가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면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좀 찾았다. 방향도 대충 감을 잡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마음 속으로 정리한 후에 출발.
밴프 남쪽으로 가서 보우강을 건너 보우폭포 트레일을 조금 걷다가 다시 다리를 건너고....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잠시 걸었다. 그러다가 눈에 띈 이름. 서프라이즈 코너 트레일, 코너를 돌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으려나하는 은근한 기대를 가지고 갔다.
사진에서 많이 보면 그 멋진 성의 모습이 보였다. 호텔이라고 하는데, 엄청 비싸겠지??
생각보다 이 동네가 아름답고 날씨도 좋아서 걷다보니 자꾸 멀리까지 가게 되었다. 그렇게 한 나절을 헤메고 다녔더니 발바닥이 화끈화끈했다.
다시 마을로 돌아와서는 편의점에서 이것 저것 먹을 것을 챙겼다.
그리고는 풍경이 좋은 곳에 있는 나무 그늘에 앉아서 멍때리기에 돌입했다. 그늘은 좀 썰렁했으나 햇빛에 나가서 선탠을 할 이유가 없으니 추위 정도는 참아야 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숙소로 들어가면 좀 이르더라도 체크인을 해 줄 것 같은 시간이 되었다.
스타벅스 말고 동네 까페 분위기가 나는 곳을 찾아갔다. 분위기가 꽤 좋았다. 까페 모카의 맛도 훌륭했다. 더 좋았던 것은 이 곳에서는 테이크아웃이 아니면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곳도 가보았는데 마찬가지였다. 꽤 의식이 있는 마을이다.
제법 폼나는 호텔 무스를 지나서 예약해 놓았던 인터내셔널호스텔로 갔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가능하다면 레이크 루이스나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로 가는 투어를 함께 할 일행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결국 일행을 만들지는 못했다.
요즘엔 같은 방에 묵어도 각자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서로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먼저 말을 걸 수도 있겠지만, 나 역시 수줍움이 많아서 그게 쉽지 않다.
호스텔에 묵는 또다른 장점은 밥을 해먹을 수 있다는 것. 어제 저녁으로 인도식당에서 탄두리치킨을 주문했더니 닭 한마리가 다 나온 것 같은 양이었다. 반은 먹고 반은 포장을 해서 오늘 하루 종일 들고 다녔다. 저녁으로 그 남은 탄두리치킨을 렌지에 돌리고, 낮에 먹던 감자 스낵을 옆에 곁들여 놓고, 옆에 있는 주류상점에서 맥주 한 캔을 곁들이니 이 보다 더 훌륭한 식사가 없다. ㅎㅎ
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마을 중심가 반대쪽으로 산책을 나갔다. 큰도로를 따라서 걷는 거였는데, 마을이 끝나고 바로 숲이 나왔다.
'여기부터는 야생동물지역'이라는 안내판이 있었으나, 이 대로변에 무슨 야생동물이야? 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앗!!" 나를 바라보는 눈 하나. 저게 분명히 사슴이지? 천천히 카메라를 꺼내는 동안에도 사슴은 도망가지 않고, 내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무리가 대박이다.
2017년 8월 19일 토요일
어제 예약해 두었던 HOP on, HOP OFF 투어의 날.
별건 아니다. 자동차가 없으면 다니기 불편한 지역을 이동시켜 주는 서비스다. 세금 포함 50달러. 싸지는 않다. 기차역에서 무료 셔틀과 레이크 루이스에서 퍼블릭버스를 이용하면 10달러면 해결된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은 나에겐 괜찮은 조건이다.
픽업 후 가이드의 추천대로 일정을 조정했다. 그래서 첫번째로 내린 곳이 잭슨캐년. 크지 않은 두 개의 폭포를 보러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것이다. 내 판단으로는 주왕산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뭐, 특별한 것을 찾으세요?"
나무를 열심히 살피는 나에게 묻는 조심스런 목소리. 와우, 내 머리 하나는 더 있을 만큼 크고, 날씬하며, 조금은 슬픈 눈을 가진 중년의 남자가 아름다운 독일식 억양으로 물었다.
"이 나무들이 말라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는데 그 깔끔한 독일식 억양을 못알아 듣겠다.
"Bye!" 결국 답답함을 참지 못하여 바쁜 척 총총....
내가 이럴 경우에 써먹으려고 영어를 배우고 있는데 이번엔 실패다.
처음엔 천천히 여유있게 올라갔는데, 내려올때는 거의 뛰다시피 했다.
내려와서 준비해 간 복숭아 한 개를 깨물어 먹고 있는데, 투어버스가 도착했다.
이번 버스의 가이드는 젊은 남자인데 엄청 서글서글하게 설명도 잘해준다. 또 중요한 것은 내가 그 설명을 제법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프라이빗 버습니다." 다른 일행들은 모두 레이크 루이스에서 내렸고, 나 혼자만 레이크 모레인으로 가게 되자, 그 가이드 청년이 농담을 했다. 기사언니와 가이드 청년과 내가 주거니 받거니 떠들면서 레이크 모레인에 도착했다.
말이 필요없는 곳이다. 이 곳에서 주어진 시간은 세 시간. 좀 길다 싶은 생각이 들지만 이 정도 풍경이라면 있을 수 있겠다.
이상하게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다. 저 정신나간 언니는 엄청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탱크탑 미니 웨딩드레스를 입고 쇼를 했다. 난 패팅점퍼를 숙소에 놓고 온 것을 땅을 치며 후회했다.
뾰족한 돌산에 둘러싸인 터키석 빛깔의 호수를 좀 더 감상......
날씨만 좋다면, 춥지만 않다면 호수를 보면 30분 더 있겠지만, 바람이 너무 찼다. 호수 반대쪽에 멋진 트레일이 있다고 들고 갔다가 너무나 깊은 산 중에 사람들도 거의 없어서, 곰을 만날까봐 무서워서 포기했다.
그리고는 호숫가를 따라 만들어 놓은 쉬운 트레일을 따라 걷다가 간식 먹다가, 쉬다가 또 걷다가.....
너무도 추워서 까페로 들어가 까페라떼 한 잔 주문하고 추위를 녹이려고 했더니.... 죄다 야외 자리다. 그래도 따끈한 커피로 몸을 녹이면서 버스를 기다렸다.
제 시간에 도착한 버스는 이 곳에서 사람들은 한 무리 내려놓더니 40분 후에 출발이란다. 결국 이 투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모레인호수에서는 잠시 사진만 찍고 가는가 보다.
40분 후, 버스 출발. 드디어 대망의 레이크 루이스다. 아침에 동생에게 부탁해서 유키구라모토의 레이크 루이스를 다운받았다.
'한적하게 호숫가를 걸으면서 이 음악을 20번 들어야지.' 이게 내 목적이었다.
이 얼마나 낭만적인 계획이란 말인가! 그런데 헐!!! 사람의 홍수다.
인도 타지마할에 가면 고요하고 엄숙한 사진은 절대 찍을 수 없는 바로 그 분위기. '여행의 꿈과 실제'라는 상황이 여기도 딱 맞아 떨어지는 곳이다. 안드레안의 말로는 최근에 국립공원 입장료가 무료가 되어서 특히 사람들이 많단다.
또한 사진 속의 이 멋진 호텔은 호텔 투숙객과 레스토랑 이용자들에게만 출입을 허락하고 있었고, 물론 레스토랑에 간다고 하면서 들어가도 되겠지만 뭐 그렇게 치사하게까지 하면서 가보고 싶은 곳도 아니다.
그나마 사람이 없는 호숫가 산책길을 걷다가 바로 돌아나왔다. 가이드의 충고대로 했다가 레이크 루이스에서는 여유시간이 한 시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가이드를 조금 원망했었는데, 그게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쯤에서 왕년에 우리 나라를 휩쓸었던 유키 구라모토의 레이크 루이스를 듣고 가는 센쓰!!!
한 시간도 못 채우고 버스 픽업 장소로 갔다.
돌아오는 버스의 가이드도 그 청년이었다. 가이드는 기차가 올 시간이라면서 철길이 잘 보이는 곳에 잠시 세워주었다. 하지만 기차가 지나가는 것은 보지 못하고 출발했는데, 바로 기차가 지나가서 멋진 사진 한 장을 건졌다.
그리고는 기차와 같은 속도로 한 동안 숲길을 달렸다. 기사 언니가 생각보다 터프했다.
마지막엔 우리 앞을 가로 막고 느긋하게 달리는 자동차 때문에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잠시 동안 펼쳐진 기차와의 레이스, 예상하지 못했던 즐거움이었다.
생각보다 완벽했던 하루에 화룡점정을 찍기 위해 한식당으로 갔다. 처음부터 여길 가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오는 길에 가이드 총각이 태국음식점 이야기를 해서 거길 찾가다 우연하게 한식당 간판을 발견했다.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서 들어갔더니 완전 성업 중이었다. 잠시 줄서서 기다렸다가 들어가서 김치찌게를 주문했고, 무심한 듯 세심한 서비스를 받으며 멋진 식사를 했다. 기분에 취해 팁도 두둑하게 주었다. 나와서는 잠깐 후회!!!
2017년 8월 20일 일요일
예정하고 왔던 아이스필드 파크웨이투어는 포기했다. 팜플렛을 살펴보니 빙하가 생각만큼 웅장하지 않은 것 같았다. 대신에 퍼블릭 버스를 타고 다녀보기로 했다.
아침 6시 조금 넘었을까? 조심조심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어제 가이드 총각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천천히 걷다보니 숙소 근처에 이런 안내판이 있었다. 이 동네도 집짓기 프로젝트 같은 것이 있나보다.
기찻길을 건너 레크레이션 센터 앞의 밴프 안내 모형을 지나서 펜랜드 트레일로 갔다. 아직도 어둠이 가시지 않은 숲이라 엄청 무서웠다. 그 곳의 경고판, 동물 특히 곰에 대한 경고문을 보니 더욱 들어가기가 무서웠다. 난 곰퇴치 스프레이도 없는데....
결국 숲으로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다리 사진을 찍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그 누구도 오는 기척이 없었다. 난 평소에 카메라의 자동 기능으로 사진을 찍는데, 매뉴얼 모드에서 이것 저것 시험을 하면서 방법을 터득해 나갔다.
어느 순간, 숲 속을 난 오솔길을 보니 암사슴 한 마리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입구에 보니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뭔가를 관찰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곳을 살펴보니 놀랍게도 엘크다.
여기 저기서 한 마리씩 툭툭 튀어나왔고, 나도 숲 밖으로 나가서 그 사람들과 함께 엘크들을 구경했다. 그 사람들은 야생동물 투어에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ㅎㅎ 남들은 투어로 참여하는 곳엘 난 그냥 온거다. 물론 어제 그 가이드총각이 야생동물을 보려면 이 곳으로 가라고 추천을 해 주었었다.
사람들은 떠나고 난 다시 숲으로 들어갔는데, 그 때, 어미 한 마리와 두 마리의 어린 사슴이 다리를 건너려고 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을 포함해서 몇 사람들이 숲으로 들어와서 엘크들을 보다가 나갔고, 멋진 카메라를 가진 사람들은 더 시간을 보내면서 촬영을 했다. 그 카메라는 소리도 작고, 망원렌즈도 엄청 멋졌다. 나도 저런 카메라를 가졌으면 좋겠다.
집에 돌아가면 알바를 해서 카메라를 바꿔야겠다. ㅎㅎ
한참 동안 엘크들을 구경하다가 결국은 숲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숙소로 들어가서 아침을 먹었다.
퍼블릭버스 6번은 미네왕카호수로 가는 노선인데 이것도 무료다. 아마도 그 쪽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버스는 한 시간 동안에 밴프 다운타운에서 출발해서 미네왕카 호수 쪽으로 순환한다.
가는 길에 투잭 호수가 나왔고 한 여자아이를 따라서 난 충동적으로 내렸다.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소풍을 즐기는 곳이었다. 이 곳에도 물론 산책로가 있었고, 벤치도 마련되어 있었다.
나무 아래의 저 금속판!!! 과연 저 두 사람이 정말로 영원히 사랑하고 있을까??
한 시간 후에 온 버스를 집어타고 미네왕카 호수로 갔다. 이 곳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유람선도 있었고, 카페도 있고, 화장실도 제법 만족한 수준으로 있었다. 사람들도 엄청 많았다. 야생 동물에게는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람들은 저 강한 향신료가 듬뿍 쳐진 과자를 던져 주었다.
날씨가 꽤 추워서 난 패딩점퍼를 입고 있는데, 물 속에서 카약킹 뿐만 아니라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헐, 안 춥나???
한 나절 동안 나를 태우고 다녔던 6번 버스다. 이 곳의 퍼블릭 버스들은 외관이 매우 다양하다. 주로 야생 동물들을 모델로 꾸며 놓았다. 4번 버스를 타고 동굴에도 다녀왔어야 했는데...
아침에 무서워서 들어가지 못했던 펜랜드 트레일 코스로 다시 갔다. 사람들이 꽤 있어서 함께 숲 속으로 갔다. 아침에 보았던 그 엘크 중의 몇 마리가 한가롭게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토록 한적하고 평화로운 곳 이었는데 아침에는 어찌나 겁이 나던지.... 무지가 두려움이다.
저녁, 다시 한국식당으로 가려다가 아시안 마켙에서 오뚜기 진짬뽕을 샀다. 사진으로는 초라해 보이는 이 식사가 나에게는 최고이다. 몬트리올에서 내가 사 놓았던 삼양 맛있는 라면은 내가 한 개를 먹고 나머지 4개는 무함마드가 끓어 먹었다. 엄청 맛있다고 하는데 먹지말라고는 말하지 못하였다. 우리 라면이 꽤 인기가 있는 것 같다.
2017년 8월 21일 월요일
오늘은 시내에서 커피를 마시며 슬슬 노는 날이다. 그런데 안내판에 있는 밴프 센터 디스트릭트.... 요게 엄청나게 호기심을 자극했다. 뭐지???
이정표를 따라서 언덕을 넘어 올라갔더니 현대식 건물들이 숲 속에 있다. 캘러리도 있는 것 같고, 콘서트 홀도 있는데.... 선뜻 들어가기는 망설여지는 곳이었다. 한 건물에서 노인들이 많이 나왔는데 가만히 보니까 무슨 교육을 받는 것 같았다.
'오늘이 일식인가 보지?' 몇 사람들은 일식 안경을 가지고 태양을 관찰하고 있었다.
"Do you mind if I borrow your..." 제법 격식을 갖추어서 물어보니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보호안경을 건네주었다. 부분 일식이었다. 예전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봤던 딱 그만큼의 일식이었다.
'이 정도의 일식은 나도 본 적이 있지...'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다운타운으로 내려갔다, 엄청난 사건이 있는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채....
다운타운으로 내려와서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팍스 뮤지엄인데, 자연사 박물관 같은 거였다. 규모가 작기는 했으나 많은 동물들, 특히 조류가 많았다.
'TAXIDERMIST' , 박제사 -
스페인어를 배우려고 보았던 시리즈에 이 단어가 있었다. 그 후에 영어 수업시간에 우연하게 듣게 되었고, 어차피 영어와 스페인어가 같은 단어라서 내가 정답을 말해버렸다.
그 단어를 들은 펠리페는 엄청 신기했나 보다. 우리는 수업 시간에 '박제사'란 단어를 가끔 사용했고, 이제는 완전하게 머리에 남게 된 단어, 박.제.사. ㅎㅎ 이 단어만 생각하면 웃음이 날 것 같다.
박물관을 나와서 보우강을 건너 캐스캐드 정원으로 갔다. 어젯 밤에 가이드북을 살펴보다가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밴프 남쪽 낮은 언덕 아래에 자리 잡은 캐스캐드 정원 앞에 서면 일직선으로 뻗은 밴프 애비뉴가 한 눈에 보인다. 작지만 예쁘게 잘 가꾸어진 정원을 슬슬 둘러보면서 중간에 앉아서 간식을 먹기 딱 좋은 곳이다.
'여기도 공짜인가?' 캐스캐드 정원에서 한 3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버팔로 자연박물관을 갔으나, 입장료가 10달러다. 그래서 과감하게 관람 포기!!!
이렇게 밴프에서의 나흘을 마무리하고 비행기를 타러 캘거리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숙소에 맡겨 놓았던 짐을 찾아서 기차역으로 갔고,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캘거리에 도착했다.
"내가 캘거리는 처음이데, 이거 어떻게 사용해요?" 교통패스 기계 앞에서 막 표를 끊은 나에게 인도 젊은이가 물어보았다.
"1회권이 필요해요? 아니면 1일권이 필요해요?" ㅎㅎ 난 마치 현지인인 양 자신있게 알려주었다.
"공항 가려고요?, 공항에 가려면 1일권 사서 300번 버스타면 되요."
그런데 아니란다. 그냥 3.25달러짜리 1회권을 사면 갈 수 있단다. 그렇지!!! 갈 수 있지. 이 C-트레인의 종점까지 가서 거기서 100번 버스를 바꿔타면 갈 수 있지. 그런데 왜 난 그 생각을 못했지?" 젊은이들의 정보를 당할 수 없다.
기왕 1일권을 샀으니, 그리고 내 비행기는 새벽 1시라서 시간도 충분하니 캘거리 시내 구경이나 하자. 나흘 전에 여기를 떠나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잘되었다 싶었다. 역마다 내리면서(물론 시티센터에서는 C-트레인은 공짜다) 카메라를 들이댔다.
캘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유리로 된 고층빌딩들이고 그 다음에 바로 이것. 비상버튼이다. 도시 곳곳에 있는데 비상상황에 생기면 이 버튼을 누르면 되나보다. 신기하여라.
미래도시답게 거기 이름도 번호로 되어있다. 다른 곳에서 이런 이름을 보았다면, 성의가 없네 어쩌네하고 흉을 보았겠지만 이 동네, 캘거리는 용서하기로 했다. 미래적 도시 분위기와 너무도 잘 어울리니까....
반면에 오래된 것은 좀 홀대를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다. 새로운 것은 만들되 역사적인 것은 잘 보존해야 하는데....
캘거리 공항에서는 무료와이파이가 빵빵 잘 되고, 충전을 여유있게 할 수 있어서 상은이, 영희, 향기와 카톡을 하게 되었다.
대화 주제 중의 하나가 오늘의 일식 현상이었다. 그냥 일식이 아니었다. 99년 만에 볼 수 있었다는 개기일식. 뉴스공장에 고정 출연하는 원종우씨가 이 현상을 보러 미국으로 간다고 했었고, 향기가 아는 어떤 교사는 이 현상을 보러 미국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그 개기일식을 상은이네 동네 세일럼에서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치겠다. 난 10월 초에 오레곤에 갈 예정이다. 이 정보에 좀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원종우씨가 방송에서 자랑을 할 때 조금만 귀 기울여 들었으면 내 여행 계획을 수정할 수 있었다. 그럼 이 위대한 자연 현상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을 텐데..... 그 때는 그저 먼 다른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바로 그 먼 다른 나라에 와 있으면서 말이다. ㅜ.ㅜ
다음에, 35년 후에 우리나라에서도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단다. 주로 북한 지역이지만 강원도 고성에서는 2초 정도 관측이 된단다. 그 때는 통일이든 교류든 되어서 평양에서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을까? 그나저나 그 때까지 내가 살아 있을까?
나흘 간의 멋진 밴프 여행이 이 하나의 소식에 완전히 실수가 되어 버렸다.
상은이네 동네의 개기일식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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