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6일 수요일
이 동네 수준에서 비싸지 않지만, 내게는 엄청 비싼 숙소. 한적한 주택단지의 방 하나 딸린 집에 있으니까 밖으로 나가기가 싫다. 모든 것이 완벽하다. 와이파이도 빵빵하고 더구나 TV까지 있어서 US오픈 테니스 경기를 시청할 수 있다.
느즈막하게 외출을 했다. 집에서 5분 정도 걸으면 이렇게 큰 도로(?)인 노스리버로드가 나온다. 전봇대의 이 표지 앞에서 버스를 타면 되는 것이다. 샬러타운은 작은 곳이라서 버스노선이 몇 개 없고, 그것 마저도 한 시간에 한 두대 정도만 다니고 있다. 자동차를 렌트하기 전에는 정말이지 다니기 불편한 곳이다. 더구가 나처럼 외곽에 숙소를 잡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미샤의 가족이 아니었으면 나도 이 곳에서는 자동차 렌트를 했을 것이다.
어제 도착한 후에 마을의 지도는 대강 머릿속에 들어왔고, 그래서 거침없이 St. Dunstan's Basilica로 갔다. 이 작은 마을에서 단연 눈에 띄는 건물이었고, 내부 또한 매우 경건하면서도 우아했다.
샬럿타운에는 거리 조각이 많은 편인데 그 모습이 매운 친근하다.
지금은 공사 중이라서 들어가 볼 수 없는 프로빈스 하우스 앞에 있는 전쟁 기념 조각이다. 샬럿타운 사람들도 한국전쟁에 참가를 했었나 보다. 이 동네 사람들이 참전했던 전쟁은 1,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과 아프카니스탄 내전 뿐인가보다. 참 평화로운 마을이다.
성당 앞에서 그레이트 조지 거리를 따라서 세블럭만 내려가면 부두가 있고 컨페더레이션 랜딩 공원이 있다. 캐나다의 어느 해안도시도 마찬가지이듯이 배를 타고 이주해 온 사람들이 처음 발을 딛고 생활할 곳이라거 구항구 쪽은 볼거리가 많다.
몇 대의 투어버스가 도착해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더니 기념품 가게로 들어갔고, 그 사람들이 크루즈를 타고 긴 고동소리를 내며오후 늦게 떠났다.
우선 캐나다 최고의 맛이라는 Cow's의 아이스크림을 맛보기로 했다. 2스푼짜리를 샀는데, 일단 양은 크고, 가격은 적당하고, 엄청 맛있다. 망고맛 빼고.... 그런데 너무 쉽게 녹아서 빨리 빨리 먹어야 하고, 줄줄 흐르기도 한다. ㅜ.ㅜ
이렇게 몇 개의 해산물 식당도 있는데, 그리 붐비지는 않았다. 이 식당....레스토랑과 해산물 시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는데, 살아있는 랍스터의가격이 1 킬로에 11달러였다. 슈퍼스토어 보다도 저렴한 가격이다.
옛날 건물들도 잘 정비가 되어서 지금은 커피 로스팅가게와 인포메이션센터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커피를 맛보고 싶었으나 너무도 한산하여 포기했다.
다운타운에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꽤 역사적인 건물들이 많았다. 위의 건물은 시청이고 문을 열면 바로 인포메이션센터가 있다.
스타벅스 마저도 이렇게 고상하다.
또한 이렇게 오래된 모델의 작은 차가 참 잘어울리는 곳이 샬럿타운이다.
Victoria Row라고 하는 보행자 거리이다. 프로빈스 하우스와 아트센터 바로 뒷쪽에 있는 거리로 관광의 핫플레이스다. 이 테이블은 체스를 할 수 있도록 판이 그려져 있고 체스알(?)이 준비되어 있다. 더 훌륭한 것은 이 곳은 와이파이가 무료로 제공되는 곳이다. 왠지 모르지만, 이 시골 동네의 와이파이는 최고이다. 인포메이션센터도 그렇고 아트센터 내보도 그렇고 거리에서마저 무료로 와이파이를 빵빵하게 제공하고 있다.
빨간 머리 앤 만큼 매력적인 언니가 두시간 이상 노래를 부르고 있다. 듣기 좋은 목소리다.
아트센터 서쪽 거리에는 투어 키오스크가 있는데 그 옆이 이렇게 버스가 있었다. 말로만 듣던 하루에 4번 운행한다는 서머사이드로 가는 버스이다. 이렇게 정보를 구했으니 가봐야지 했으나, 거의 새벽시간, 6:30, 7:30에 출발 한단다. 내가 갈 수 있을까?
가게의 이름이 빨간머리 앤에서 따 온 것이 많았다. 코딜리아...ㅎㅎ
미샤의 가족과 만났다. 그리고 뮤지컬 빨간 머리 앤을 보았다. 이 동네... 빨간 머리 앤이 먹여 살리는 동네라고 단언할 수 있다. 몽고메리 여사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뮤지컬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 동네의 분위기에 맞게 소박하면서도 알차고 재미있었다. ㅎㅎ 더구나 내가 다 아는 이야기와 쉬운 영어.... 어디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나 싶도록 극장 안은 거의 빈자리가 없었다. 분명히 항구에 정박해 있던 크루즈도 낮에 출발했던 것 같은데...
9월 7일 목요일
에드워드 왕자섬에서 앤 셜리와 관련된 3곳의 핫플레이스를 가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비가 세차게 혹은 부슬부슬 내렸다. 이러면 안되는데...
제일 먼저 간 곳은 Green Gables House. 미야자키 하야오의 빨간 머리 앤의 무대가 바로 여기이다. 실제로 미야자키 하야오는 만화를 만들기 전에 이 곳에서 꽤 오래 머물면서 주변을 스케치했다고 한다.
그린게이블즈는 소설 속의 묘사대로 고대로 꾸며 놓았단다. 부엌도 매튜의 방도 마릴라의 방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영화 보다 짜임새 있게 제대로 꾸며져 있다.
게스트룸도 이렇게 있는데...
앤의 방은 한 번은 꼭 묵어 보고 싶다. 화사한 작은꽃무늬 벽지, 옅은 그린 커튼, 쏟아져 들어오는 빛(비가 오는 날인데도 화사했다.) 그리고 깨어진 석판까지.
그린게이블즈 바로 뒤로 앤과 다이아나가 걷고, 이야기하고, 소풍을 즐겼던 '연인의 오솔길'이 있다. 어찌보면 평범한 숲길인데, 여기에 이야기가 더해져서 아주 특별하게 보였다. 시간이 많았으면, 비가 부슬거리지 않았으면 천천히 둘러보고 싶은 곳이었다.
앤과 다이아나가 이야기를 나누던 작은 다리도 있고, 그 아래로 흐르는 개울에는 우윳병을 담가놓을 수 있는 공간도 소박하게 있었다.
다음에는 몽고메리의 무덤이 있는 묘지로 갔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읜 몽고메리를 키웠주었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묘지에 한 무더기의 일본여자들의 단체팀이 있었다. 아무래도 빨간 머리 앤은 우리 나라보다는 일본인들에게 더 특별하겠지.
몽고메리의 무덤은 약간 더 꾸며져 있었다. 이 묘지에서 그린게이블즈로 연결되는 숲길이 유령의 숲이라고 한다. 우린 못갔다. 그리고 묘지 길 건너에는 작가 몽고메리가 빨간 머리 앤을 지필했던 우체국을 재현해 놓았다.
다녀와서 가이드북을 보니까 우리가 그렇게도 찾던 '몽고메리의 캐번디시 하우스'가 바로 거기였단다. 이런!!!! 가이드북을 가지고 갔으나, 나의 귀차니즘으로 정보를 놓쳤다.
몽고메리가 태어난 집이다. 작은 집이다. 정말 작은 집이다. 5명이 들어가면 숨이 턱턱 막히는 작은 집이다.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 집이다. 연세가 지긋한 안내원들이 티켓을 주고, 기념품을 판매하고 역사를 설명해 주었다. 아주 천천히.....
각국에서 보내온 빨간 머리 앤의 출판물들이 있었다. 단연 일본책들이 많았고, 우리 나라의 책은 꽤 오래 되어 보이는 것으로 3권 있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매이션이 우표로도 나왔었나 보다. 에드워드 왕자섬은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훈장이라도 주어야만 할 것 같았다. 최소한 감사의 말은 전했겠지??
우리도 이 곳에서 책을 구입했다. 뭐라고 뭐라고 막 설명하는데, 최초의 에디션을 조금 보완해서 다시 출판된 것이라는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의 싸인도 있는데... 누구의 사인이지? 거기에 이 곳의 스탬프까지 찍어가지고 왔다. 그런데 다 읽을 수 있을까?
에드워드 왕자섬의 풍경은 딱 내 스타일이다. 이런 곳이라면 한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자동차로 슬슬 다녀야 하는데.... 다음에 기회가 있을까?
몽고메리의 이모인 애니와 이보부인 존 캠벨의 집이고, 몽고메리의 또다른 소설 '실버 부시의 패트'의 배경이 된 곳인 이 집이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캠벨가의 소유란다.
몽고메리가 만든 퀼트이다. 제목이 '크레이지 퀼트'이다. 엄청 엉망인 것 같지만 꽤 창의적인고 섬세하다.
난간에서 세상없이 편한 자세로 잠자고 있는 고양이다. ㅎㅎ
저 호수가 보이는 2층 방에서 몽고메리와 맥도널드 목사가 결혼을 했단다. 호수 이름이 '빛나는 호수'이고 실제로 햇빛을 받아 예쁘게 반짝인단다. 우리가 간 날은 비가 부슬거렸어....
그래서 이 집의 2층은 동화같은 결혼식을 원하는 커플들을 위해 대여를 하고 있단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 해변을 돌아서 가기로 했다. 너무 멀리 가기엔 시간이 없어서 가까운 달베이 해변 쪽으로 갔다.
Dunes, 사구... 고등학교 다닐 때 지리선생님이 설명했던 사구, 경포호가 사구호라고 설명들었었는데, 그 당시는 사구가 뭔지 몰랐다. 여기서 보니 확실히 알겠다. 사구 때문에 우리가 생각했던 바다를 보면서 드라이빙하기는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슈퍼스토어에 들렀다. 이미 요리를 해 놓은 음식들을 구입했다. 랍스터 5마리, 닭 튀김, 샐러드, 홍합.... 많이도 샀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서 푸짐한 저녁식사를 했다.
푸짐하게 저녁을 먹고 작은 극장 The Guilt로 또다른 뮤지컬을 보러갔다. 난 몰랐던 것인데 미샤가 찾아낸 정보였다. 소극장에서 하는 뮤지컬인데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9월 8일 금요일
집을 나가기 싫은 날이다. 날씨는 엄청 화창하고 좋았는데 차가 없으니 움직일 수 없었다. 느즈막하게 점심을 먹고 기념품을 사러 다운타운으로 나갔다.
슬슬 걷다가 발견한 오래 된 집. 개방을 하고 있어서 들어갔고, 프랑스어로 안내하는 마지막 팀을 따라서 구경을 했다.
꽤 잘 관리되고 있는 집이었다.
앞 마당에서 보는 풍경이 훌륭하다. 이 샬럿타운에는 이런 집들이 꽤 많다. 우리 집 주변에만 해도 일반 주택인데 해변을 개인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짧은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집. 닷새 동안 아주 편안하게 지냈던 집이다. 다음에 다시 올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집 주인의 이름도 앤이다. 다른 곳에 살고 있지만 멀지 않은 곳에 있나보다. 뭔가 부탁을 하면 바로 달려온다.
9월 9일 토요일 10:03, 지금 나는 공항 픽업을 받기 위해 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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